"나는 김호원의 시 앞에서 그림을 배웠다.
때론 넋을 놓고 자연과 삶과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슬픈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때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대꼬챙이 같은 몸피에 살집이라고는 하나 없는 체수에
그렇게도 융융한 따뜻함이 배어날 수 있을까?""
- 이수행 (시인 ) -
썰물 90.9 X 72.7 oil on canvas
영산강 100 X 72.7 oil on canvas
가을 참붕어 91 X 72.5 oil on canvas
곰소의 저녁 50 X 33 oil on canvas
늦겨울 72.5 X 60.5 oil on canvas
몽탄에서 91 X 72.5 oil on canvas
고천암에서 145.5 X 89.5 oil on canvas
무안에서 78.5 X 23.5 oil on canvas
옛날 이야기 33 X 60 oil on canvas
天.地.人(전봉준) 53 X 72.5 oil on canvas
天.地.水.人 145 X 112 oil on canvas
관매도에서 145 X 61 oil on canvas
김호원
전남 완도
목포대학교 미술학과 졸
개인전
1998 캠브리지갤러리 ( 광주 )
2000 전람회의 그림 ( 서산 )
2005 가나아트스페이스 ( 서울 )
도화헌미술관 ( 고흥)
현:사단법인 한국 민족예술인 총연합 회원.
(사)민족미술협회. 에콜드목포 회원.
한국전업작가협회회원. 유무회
작업실: 전남 해남군 마산리580-3 미술촌 ‘화원’ (구,화원 동분교)
E-mail: khow@naver.com
평론:곰삭은 남도의풍경-첫 개인전 서문(1998)
남도적 감성이 무엇인가는 자연환경이며 예술전통의 뿌리를 들먹이며 한 가닥 잡아내지만 아직도 전체의 모습은 밝혀지지 않은 채 막연한 관념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미술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특히 근대이후 양화 부분에서 훌륭한 선배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어 후배들에게 방향이 되는 전형을 남겨주었다. 그 같은 유산은 남도를 예향으로 부를 만큼 자긍심을 심어준다.
그러함에도 그 지향성이 기법이나 형식의 모방, 답습으로 고질화될 때 새로운 창작은 답답하고 숨 막히는 질곡으로 작용한다. 전통과 유산은 새롭게 인식하고 시작할 수 있는 참고사항이지 답습이나 모방이 아니다. 새로운 창작은 자신의 감성으로 주위의 자연과 교감하고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영감의 원천을 찾아내고 얻어내는 것이다.
내가 고향에 내려와 정착하고 비평의 시선으로 후진작가들을 바라볼 때 답답하고 숨 막히는 기분은 바로 이 같은 질곡과 질병에 빠진 모습들이었다. 비록 80년대의 미술운동의 영향으로 현실 비판적 소재의 변화도 많고 소외된 인간상에 천착하는 김근태 같은 작가가 출현한 희귀성에 반갑기는 하였지만, 대부분 구태의연하고 상투적인 색채 유희에 허우적거리는 모습으로 남도성을 자처하고 있었다. 상례적인 전시 행사에 나가 듣기 싫을 정도로 내가 질타하는 이유도 그림이 속물화되면 인간의식도 속물 스러진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진정한 예술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심정 때문이다. 선배들의 속물성을 닮지 않는 후진들의 몫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랜 가뭄에 기다려지는 단비처럼 김호원이 남도화단의 구석을 적시며 나타났다. 목포대학을 나온 지 10년, 그간 여기저기 전시에 자기 작품을 선보이긴 했지만 마침내 작은 개인전으로 자기의 출구를 열어 보인 것이다. 깡마른 키에 해파리처럼 하늘거리는, 여리고 섬세한 인상에 한때 자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주사기를 부리기도해서 아까운 재능을 낭비한다고 호된 질책을 들었던 그가 석수일을 나가더니 생활의 방황을 멈추는 듯하였다. 완도 보길도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고달팠던 삶의 바닥의식이 술 마시면 터져 나오는 것을 알았지만, 어찌 남도작가들의 가난이 김호원 뿐이었겠는가? 이를 그림으로 승화하면서 그는 자기를 이겨낸 것이다.
그의 그림은 여리고 가늘한 선의 꿈틀거림에 의해 남도의 자연과 인물의 형태를 창조한 것이다. 그 같은 선의 움직임은 육자배기 같기도 하고 피리의 선율 같기도 하며 누에가 실을 뽑아내는 것처럼 작은 나뭇가지 끝이며 머리털까지 신경세포를 뻗치고 있다. 기법적으로는 바늘 끝으로 긁어내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영물스런 당산나무처럼 살아있고 별빛같은 빛을 뿜게한다. 천지가 영성(anima)가득한 자연의 비밀을 그는 알아차린 것이다.
그의 그림의 색채는 분위기를 연출하기위한 부차적인 것이다. 전 화면을 단일한 색조의 톤으로 유지하는데 때로 과거의 시간(역사)이며 장소를 회상하기위하여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누렇거나 어두침침한 갈색을 써서 드러내며 눈부신 황혼의 빛깔로 가득 찬 자연의 환희와 슬픈 여운을 동시에 자아내게 한다.
자연을 요란한 색칠로 분칠해내며 감각적 인상에 머무르는 풍경화의 상투성에 비하여 그의 그림은 섬세한 선율의 흐름 속에 잊을 수 없는 정한과 기쁨을 실어 보내며 영성을 담아낸다. 양화이면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당산나무 밑에서 허리 굽혀 뭔가 기다리듯 바라보는 할머니의 표정이 담긴 ‘잔설’하며 멀리 오목하게 바다를 안은 해안선 따라 움직이는 상여가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길’ 을 회상한 그림하며 눈부신 황혼 무렵 바다를 등지고 보리밭 길로 돌아오는 한 쌍의 어부와 아낙네를 그린 그림을 보노라면 못내 사무치는 그리움과 슬픈 여운과 아름다움에 빠져들게한다.
나는 근래 이처럼 남도감성을 젓갈처럼 곰삭여 낸 그림을 본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남도그림에 새로운 전기를 김호원이가 시작하고 있다. 큰 수확이다.
풍성한 가을의 계절에 바다낚시도 한창인데 그림바다에 김호원이가 전에 없는 대어를 낚아올리었다. 우리 모두 텅 빈 마음으로 그에게 축배를 들어주자!-원동석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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