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을 내려와 이 산의 동쪽에 있는 커스텐보쉬 국립식물원(Kirstenbosch National Botanical Garden)으로 향한다. 케이프 타운(Cape Town)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다. 테이블 마운틴에서 커스텐보쉬로 가는 길은 N2고속도로->M3 고속도로->M63번 도로->커스텐보쉬, M6번 빅토리아 드라이브(Victoria Drive)->M63번 도로->커스텐보쉬 등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테이블 마운틴을 왼쪽으로 두고 도는 길이고, 후자는 테이블 마운틴을 오른쪽으로 끼고 도는 길이다. 그림같은 해안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빅토리아 드라이브를 따라서 커스텐보쉬로 가기로 한다.
하우트 베이(Hout Bay)에 이르기까지 넓고 푸른 대서양과 웅장한 12사도봉(Twelve Apostles)이 눈을 사로잡는다. 하우트 베이에서는 테이블 마운틴 산맥을 횡단하는 M63번 도로로 들어서야 한다. M63번 도로를 따라 북동쪽으로 달리다가 콘스탄샤 넥(Constantia Nek)을 지나면 바로 커스텐보쉬 국립식물원이 나온다. 입장료는 성인 22란트(약 2860원), 학생 10란트(약 천3백원), 6세 이하는 무료다.
1900년 당시의 커스텐보쉬
커스텐보쉬의 역사는 17세기경부터 유럽에서 온 이주자들이 테이블 마운틴 동남쪽 산기슭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 커스텐보쉬는 이곳에 정착했던 커스텐가(Kirsten家)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그러니까 커스텐보쉬(Kirstenbosch)는 커스텐(Kirsten)의 숲(Bosh)이라는 뜻이다.
1660년경 이곳에 정착한 유럽 이주자들은 야생 아몬드와 산딸기들을 식민지 경계의 울타리로 심었다. 일명 반 리벡(Van Riebeeck)의 울타리로 잘 알려진 이 울타리는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있다. 식민지 역사 초기에 커스텐보쉬의 울창한 숲은 급증하는 목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벌채되었다. 당시 목재를 운송하기 위해 닦았던 길과 벌목장의 폐허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커스텐보쉬는 1811년 영국인 이주자들이 두 곳의 토지를 대규모로 개간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커널 버드(Colonel Bird)는 윈도우(Window) 계곡에 집과 목욕탕을 짓고 호두나무를 심었다. 헨리 알렉산더(Henry Alexander)는 오래된 찻집 위에 새로 집을 지었다. 1823년에 들어와서 엑스틴가(Ecksteen家)가 마침내 두 곳 모두의 땅을 소유하게 되었고, 그후 이 땅은 클루티가(Cloete家)로 넘어갔다. 클루티가는 땅을 더 개간하고 오크나무와 포도나무 등의 유실수를 심었다. 1895년 세실 로즈(Cecil John Rhodes)는 이 땅을 클루티가로부터 매입한 뒤 돼지방목장으로 만들고 관리인까지 두게 된다. 1902년 로즈 경이 사망하자 커스텐보쉬는 현재 케이프 타운 대학교(UCT)가 위치한 지역까지 포함된 흐로트 스휘르 재단(Groot Schuur Estate)의 일부분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에 기증되었다.
커스텐보쉬가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식물원으로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1903년 남아공 대학의 식물학과장으로 부임한 피어슨(Pearson) 교수의 희생적인 활동이 있었다. 1913년 7월 1일 남아공 정부에 의해 커스텐보쉬가 연간 수천 달러의 정부지원금을 받는 국립식물원으로 지정되자 피어슨 교수는 초창기 책임을 걸머졌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 보수도 없이 폐농가와 목욕탕의 철거, 수천 마리에 이르는 돼지들의 처리, 과수원을 뒤덮은 잡초의 제거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일을 했다. 게다가 부족한 정부지원금은 땔감과 도토리를 판매하여 얻은 수입으로 보충해야만 했다.
커스텐보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피어슨 교수는 먼저 잔디밭을 만들고 소철을 심기 시작했다. 그는 알로에 동산을 조성하여 식물원의 주된 야외경관으로 삼으려고 했는데, 이 알로에 종들은 녹병과 기타 질병으로 인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세가 수려한 테이블 마운틴은 식물원의 발전에 큰 이점으로 작용하였다. 테이블 마운틴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 자연 그대로의 기암괴석을 이용해서 만든 바위정원은 커스텐보쉬의 역사와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식물원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던 피어슨 교수는 1916년 폐렴에 걸려 46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식물원 안에 묻힌 그의 묘비명에는 '그가 남긴 업적을 보려거든 주위를 둘러보세요.'라고 새겨져 있다. 피어슨 교수의 죽음은 식물원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그래서 식물원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50년도 더 지난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15년 당시 피어슨 교수는 연구와 교육, 그리고 식물의 보존을 식물원의 설립 목적으로 삼았다. 식물원의 임무와 목적은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확대되었다. 1996년 커스텐보쉬 국립식물원은 남아공 국민의 삶의 질을 증진하기 위해 살아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보호하며, 관리할 뿐만 아니라 남아공 고유 재래종 식물자원의 멸종을 방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 왔다. 1998부터는 희귀식물종의 멸종을 방지하고, 나아가 이들을 보호 육성하며, 남아프리카의 다양한 열대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남아공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목표에 중점을 두고 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식물원의 면적은 현재 40헥타르 이상으로 증가하였으며, 6천여 종 이상의 고유 토착식물종을 보유하고 있다.
커스텐보쉬 티 룸
커스텐보쉬 가든 센터
커스텐보쉬 국립식물원
테이블 마운틴 산록에 자리잡은 식물원의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식물원으로서는 정말 천혜의 입지조건이다. 관광객들의 기념사진 배경으로 인기있는 저 봉우리는 사실 테이블 마운틴 북쪽이 아니라 동쪽에 있는 봉우리다. 식물원에서 테이블 마운틴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여러 개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등산로는 '해골의 골짜기'라 불리는 루트다. 이 루트는 가파르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해골의 골짜기'를 스머츠 트랙(Smuts‘ Track)이라고도 부른다. 남아공의 전 수상이었던 얀 크리스티안 스머츠(Jan Christiaan Smuts, 1870~1950)가 이 길을 자주 애용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식물원의 남쪽은 콘스탄샤 넥, 북쪽은 수 킬로미터를 거쳐 로즈 기념관을 지나 데빌스 피크(Devil's Peak)로 이어진다.
식물원 입구에는 짐바브웨의 조각가 아더 파타(Arthur Fata)의 '야생의 씨앗 꼬투리'라는 제목의 조각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식물원은 짐바브웨의 석조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전시한다. 짐바브웨의 차풍구(Chapungu) 조각공원의 많은 예술가들이 이를 위해 협조하고 있다. 또 여름에는 일요일 저녁에 많은 야외 콘서트들이 식물원에서 개최된다.
남아공에는 8군데의 국립식물원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커스텐보쉬는 세계 10대 식물원 가운데 하나로 남아공의 여섯 군(群)의 식물군계 중 다섯 군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남아공의 고유한 식물생태계를 보존하는데 목적을 둔 세계 최초의 식물원인 이 식물원은 약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자생식물들만 보유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었다. 온실과 야외 전시장에는 수천 종에 이르는 남아프리카 고유의 토착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식물원 안에는 커스텐보쉬 가든 센터(Kirstenbosch Garden Centre)와 환경교육 센터(Gold Fields Environmental Education Centre), 온실, 서점, 레스토랑(Silvertree Restaurant and Fynbos Deli), 티 룸(Kirstenbosch Tea Room), 카페(Caffe Botanica) 등이 자리잡고 있다. 가든 센터에서는 각종 꽃과 허브 식물, 씨앗을 구입할 수 있으며, 환경교육 센터에서는 환경과 식물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서점에서는 커스텐보쉬의 역사가 담긴 서적과 전시 식물을 수록한 간행물들을 판매한다. 또한 레스토랑과 카페, 티 룸 등의 휴게시설도 있어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도 있다.
거대한 규모의 온실에는 사바나(Savanna), 핀보스(Fynbos), 카루(Karoo) 등 여러 지역에서 온 식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온실은 내관과 외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온실 내관은 남아공 케이프 주의 산악 고원지대의 자생식물을 전시한 리틀 카루 구역(Little Karoo Section)부터 시계 방향으로, 6백 마일에 이르는 남아프리카 서해안의 자생식물을 전시한 크너스블라크테 구역(Knersvlakte Section, 일명 Little Namaqualand), 남아프리카 남서부 나마콸란드와 나마콸란드 북서부 산악 사막지대인 리히터벨트의 자생식물을 전시한 나마콸란드 & 리히터벨트 구역(Namaqualand and Richterveld Section), 나미브 사막과 나미비아 북서부 카오콜란드(Kaokoland) 지방의 자생식물을 전시한 나미브 구역(Namib Section), 남아프리카 서부 내륙 고원지대의 자생식물을 전시한 나마 카루 구역(The Nama-karoo Section), 남아프리카 북부 총림지대의 자생식물을 전시한 부쉬벨트 구역(Bushveld Section)이 차례로 자리잡고 있다.
온실 외관은 남아프리카 고원지대의 자생식물을 전시한 알파인관(Alpines in the Ian Reddihough Mountain House), 서 케이프 주 케이프 타운의 해안 핀보스와 스트랜드 지대의 자생식물을 전시한 해안 핀보스 & 스트랜드벨트관(Coastal Fynbos and Strandveld), 구근식물관(Kay Bergh Bulb House), 2억 4천 8백만년~2억 천 3백만년 전의 지질시대인 중생대 트라이아이스기 때부터 살았던 식물과 화석을 전시한 곤드와나 정원 & 화석관(Gondwana Garden and Fossil Beds), 양치식물관(Ferns in the Mary Mullins Forest House), 암석식물관(Leslie Hill Stone Plant House), 콰줄루 나탈 해안 & 아프로몬테인 지대 다육식물관(Kwazulu-Natal Coast and afromontane succulents), 동 케이프 주의 자생식물을 전시한 동 케이프 구역(Eastern Cape Section)으로 나뉘어져 있다.
야외 전시장은 온실을 중심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다. 실외로 나가면 케이프 타운의 여러 자생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때는 마침 남아공의 늦겨울에서 초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라 갖가지 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프로테아 군락은 장관이다.
킹 프로테아 킹 프로테아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킹 프로테아(King Protea, 학명 Protea cynaroides)는 197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화로 지정되었으며, 일명 자이언트 프로테아라고도 한다. 남아프리카를 비롯해서 호주, 마다가스카르, 말레이시아, 남동아시아, 중남미 등지에 분포한다. 자생종은 열매가 불에 타야만 종자를 잘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번식을 산불에 의존하게 된 특이한 식물이다. 킹 프로테아는 관목으로 그 크기가 35cm~2m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 1m 안팎이다. 잎은 반들반들 광택이 난다. 꽃봉오리는 크고 다채로운 포엽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꽃봉오리의 크기는 12~30cm이다. 보통 한 줄기에 6~10개의 꽃봉오리가 달린다. 포엽의 색깔은 옅은 크림색에서 짙은 다홍색까지 다양하지만, 은빛 광채를 띤 연분홍 포엽을 가진 킹 프로테아가 가장 유명하다. 크고 화려한 꽃은 6월부터 8월(남아공의 계절은 겨울~봄)까지 핀다. 꽃잎은 수없이 잘게 갈라져 있다.
고대 식물군에 속하는 킹 프로테아는 곤드와나(Gondwana) 대륙이 아직 분리되기 전(약 140만년 전)에 두 갈래의 아과(亞科, Subfamily)로 나뉘어진 프로테아과(Proteaceae)의 한 종이다. 프로테아아과(Proteoideae)와 그레빌아과(Grevilleoideae)로 명명된 이 두 아과는 주로 남반구에서 자라고 있다. 남부 아프리카에는 프로테아아과에 속하는 약 360종의 프로테아가 분포하고 있다. 이 가운데 330종 이상은 북서부의 니우부트빌(Nieuwoudtville)과 동부의 그레이엄즈타운(Grahamstown) 사이에 있는 케이프 포랄(Cape Foral) 왕국 지역에서 자라고 있다.
킹 프로테아는 92종이 넘는 종류와 다양한 아과를 가진 프로테아속(屬)에 속한다. 밝은 색깔의 핀쿠션(Pincushion) 형태의 꽃을 가진 류코스퍼뭄(Leucospermum), 분홍색 꽃 색깔로 인하여 신부 부케에 많이 쓰이는 블러싱 브라이드(Blushing bride), 세루리아(Serruria), 류카덴드론(Leucadendron), 세루리아 플로리다(Serruria florida) 등은 프로테아과의 유명한 속들이다. 그레빌아과에 속하는 프로테아는 주로 호주에 분포하고 있다.
킹 프로테아는 북서부 지역의 세다르버그(Cedarberg)에서 동부 지역의 그레이엄즈타운에 이르기까지, 산악지대와 건조한 지역을 제외한 해수면에서 해발 천5백m에 이르는 모든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자생 범위가 넓은 만큼 서로 다른 지역 특성과 기후조건에 따라 꽃의 크기와 색깔, 꽃이 피는 시기, 꽃잎의 크기 등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프로테아란 이름도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었던 그리스의 신 프로테우스(Proteus)에서 유래한다. 또 꽃봉오리의 생김새가 국화과의 다년생 초본인 아티초크(Artichoke=Globe artichoke=Cynara scolymus)와 기막힐 정도로 비슷하게 생긴 까닭에 식물학자들에 의해 사이나로이디스(Cynaroides)라는 종명을 얻었다.
킹 프로테아는 꽃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절화(折花)의 수명도 1개월 정도로 매우 길어서 현재 뉴질랜드와 호주, 그리고 하와이에서 다량으로 재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절화를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만델라 골드(Mandela's gold strelitzia)
만델라 골드(Mandela's gold strelitzia)
일명 '만델라 골드(Mandela's gold strelitzia, 학명 Strelitzia reginae Aiton 'Mandela's Gold')'라고 부르는 극락조화(極樂鳥花, Yellow bird of paradise, Bird of paradise flower)도 피었다. 이 꽃은 1994년에 처음으로 소개되어, 1996년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이름을 딴 품종명이 붙여졌다.
'영구불변'이라는 꽃말을 가진 극락조화(Strelitzia reginae)는 외떡잎식물 생강목 극락조화과(Strelitzi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관상용 식물로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이다. 스트렐리트지아속(Strelitzia)에는 5종(種)이 있는데 모두 남아프리카 지방이 원산지이다. 극락조화의 크기는 높이 1~1.5m까지 자라며 꽃줄기는 잎과 높이가 비슷하다. 짙은 녹색의 긴 타원형의 잎은 모두 뿌리에서 나오는데 길이는 약 40cm, 너비는 약 15cm 내외다. 가장자리가 홍색인 배 모양의 녹색 포 안에서 5~6개의 꽃이 차례로 피어난다. 꽃받침조각은 3개이고 등황색이다. 꽃잎은 짙은 하늘색이다. 꽃은 곧고 뾰족한 꽃잎 2장과 5개의 수술로 이루어져 있다. 스트렐리트지아 레기나이 키트리나(S. reginae var. citrina)는 변종으로 노란색 꽃이 핀다.
만델라 골드는 대가 없는 수풀 형태의 다년생 식물이다. 회색이 감도는 바나나와 비슷한 녹색의 잎을 가진 이 식물은 키가 1.5m까지 자라는데, 겨울에서 봄에 걸쳐 길고 튼튼한 가지 끝에 큰 새의 머리를 닮은 5∼6개의 꽃이 부채꼴의 선상꽃차례로 피어난다. 꽃받침은 노란색이고, 꽃잎은 짙은 하늘색으로서 여러 개의 꽃이 핀 모양은 마치 극락조가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을 연상케 한다.
만델라 골드는 꽃의 구조와 수분과정이 매우 매혹적이다. 꽃은 새의 부리처럼 생긴 불염포(Spathe, 佛焰苞)에서 터져 나오듯이 피어난다. 불염포는 줄기에 직각으로 생기는데, 그 모양은 극락조의 머리와 비슷하다. 각각의 불염포는 4~6개의 꽃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 꽃들은 한 번에 하나씩 차례로 나오게 된다. 각각의 꽃은 노란 꽃받침 3개와 진한 보라색 꽃잎 3개로 이루어져 있다. 노란 꽃받침은 새 머리의 볏과 흡사하다. 3개의 꽃잎 중 2개는 수술과 함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모여들고, 나머지 하나의 꽃잎은 크기가 다른 꽃잎보다 작다.
화밀(花蜜, 꿀)은 꽃의 중심부에 있는 꿀샘에서 만들어진다. 꿀은 불염포의 면을 따라서 흘러 내린다. 꿀을 먹기 위해 날아든 새가 꽃에 접근할 때 꽃가루가 새에게 옮겨 간다. 그 새가 다른 꽃을 찾으면 묻혀온 꽃가루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진다. 어떤 새가 이 꽃의 중매쟁이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만델라 골드의 중매쟁이는 케이프 타운에 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수분을 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처음에는 저주로 다가왔으나 나중에는 커다란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 종자가 잡종이 생기지 않은 100% 순종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수분자가 그 지역에 살 경우에는 순종을 보존하기 위해서 인근의 비슷한 다른 품종으로부터 분리할 필요가 있다.
수작업에 의한 수분은 지팡이나 손가락으로 새를 흉내내어 진행한다. 손가락으로 보라색 꽃을 살짝 긁어서 떨어지는 꽃가루를 채취한 뒤 다른 꽃으로 옮기는 세심한 작업을 해야 한다. 수분이 완료되면 불염포의 캡슐이 부풀어 오르면서 튀어나오고, 색깔이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마침내 윤이 나는 검은색 씨앗이 오렌지색 털과 함께 나타난다.
세실 로즈가 영국에서 데리고 온 회색 다람쥐들은 커스텐보쉬의 거의 모든 식물들을 갉아먹어 버려 숲이 파괴하는 재앙을 가져왔다. 특히 이 다람쥐들은 만델라 골드의 익어가는 녹색의 캡슐을 낚아채 가곤 하였다. 식물원은 수년간 만델라 골드의 씨를 보호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느다란 철사를 감아서 깔때기처럼 만들어 꽃을 지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안 은참나무((Coast silver oak)
해안 은참나무(Coast silver oak) 꽃
테이블 마운틴을 배경으로 해안 은참나무(Coast silver oak, 학명 Brachylaena discolor)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의 해안 은참나무는 아담한 크기의 화사한 관목으로 울타리용으로 심으면 매우 좋다. 특히 모래언덕의 손실을 줄여서 안정화시키는데 유용하다. 7월부터 9월(남아공의 계절은 겨울~초봄)까지 꽃이 피는 기간에는 나무 전체가 크림색 꽃으로 뒤덮힌다.
해안 은참나무는 줄기의 직경이 45cm에 달하고 밝은 밤색 껍질로 덮여있다. 이 나무의 크기는 정원에서 4~10m 정도 자라지만 숲에서는 27m까지 자랄 수 있다. 빠른 성장속도를 가진 이 나무의 색깔은 은빛이 감도는 푸른 색깔로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겉모습과 특이한 경엽이 이 나무의 독특함을 나타내고 있다. 광택이 나는 잎의 위쪽은 짙은 녹색이고 아래쪽은 은빛 백색 펠트로 덮여 있다. 좁은 타원형의 잎은 가지의 끝에서 나선형으로 배열된다.
원추화서(圓錐花序)를 이루는 꽃에서 나오는 감로는 꿀벌, 곤충, 그리고 새들을 유인하여 자신의 종을 전파한다. 감로는 7개에서 50개 사이의 꽃이 핀 머리에서 흘러나온다. 엉겅퀴꽃처럼 이 꽃들은 덤불의 끝에서 성장한다. 이 나무들은 발아할 때부터 암나무와 숫나무가 정해져 있다. 황색을 띤 씨의 머리는 그림붓처럼 기울어져 있으며, 11월부터~1월(남아공은 여름, 한국은 겨울)까지 갈색의 알 안에서 성장한다.
부추(Buchu)
부추(Buchu)
진분홍색 별 모양으로 활짝 핀 이 꽃들은 부추(Buchu, 학명 Acmadenia macropetala)다. 운향과(芸香科, Rutaceae, Citrus family)에 속하는 부추는 크기가 50cm까지 자라는 작고 아담한 상록 떨기나무(관목)로 하나의 줄기에서 여러 가지가 나와 덤불을 형성한다. 말단의 작은 가지는 가냘프고 부드러운 털로 감싸여 있고, 끝이 뾰족하다. 잎은 창끝 모양이고, 매우 짧은 털로 테가 둘러져 있다. 잎 위에는 방향성의 물질을 분비하는 선(腺, 분비샘)들이 있다. 그래서 잎을 찢어서 코에 대면 독특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꽃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가녀린 줄기의 끝을 뒤덮으며 피어난다. 다섯 장의 화판 각각에는 곤충들을 꽃의 중심으로 인도하는 어두운 진분홍색의 벌유인선(Nectar guide)이 있다. 부추 속의 몇몇 품종들은 꽃술 끝부분에 원추 모양의 분비샘을 가지고 있다. 학명 'Acmadenia'는 그리스어 'Akme´(가장 높은 돌출부 위의 분비샘)'에서 유래한 것이다.
부추는 남아공의 핀보스(Fynbos) 지대, 특히 브레다스도프(Bredasdorp)에서 몬셀베이(Mosselbay) 사이 200~500m 고도의 혈암지대 모래산의 북사면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핀보스(원래 발음은 퍼인보스 또는 페인보스)는 관목이나 히쓰가 무성하게 자라는 서 케이프(Western Cape) 주의 작은 지대를 말한다. 이 지대는 겨울에도 비가 내리는 해안과 산악지대로 지중해성 기후와 매우 유사하다.
부추 속(Genus)은 서 케이프 주에서 동 케이프(Eastern Cape) 주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하는 33종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인상적인 종은 아크마데니아 옵투사타(Acmadenia obtusata)인데, 위로 둥글게 뻗은 덩굴과 가을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 특징이다. 아크마데니아 옵투사타는 보통 정원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나 울타리용으로 많이 식재되고 있으며, 화분에 심어도 좋다. 또 다른 재배종에 아크마데니아 헤테로필라(Acmadenia heterophylla)와 아크마데니아 문디아나(Acmadenia mundiana)가 있다.
목등 목등꽃
자주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 나무는 콩과(Fabaceae)의 목등(木藤, Tree wisteria, 학명 Bolusanthus speciosus)이다. 완두꽃처럼 생긴 꽃이 송이를 이루면서 늘어진 모습이 등꽃과 아주 비슷하다. 나무 전체에서 피어나는 자주색 또는 연보라색의 꽃에서는 향기로운 방향이 풍긴다. 꽃이 피는 기간도 길어서 8월부터 이듬해 1월(남아공의 계절은 봄~초여름)까지 핀다. 꽃이 만발하면 화려한 장관을 연출하기에 정원수나 가로수로 심으면 아주 좋다.
목등은 이른 봄의 짧은 기간 동안만 잎이 진다. 줄기의 갈색이 감도는 회색 수피는 거칠고 깊은 균열이 나 있다. 잎은 나선형으로 배열되며, 그 선은 줄기의 처지는 부분까지 이어진다.
수려한 아르헨티나산 자카란다(Jacaranda)와 매우 유사한 목등은 남아공에서 가장 멋진 고유종 나무 가운데 하나이다. 이 나무는 남아공 이외에도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자라고 있다. 남아공의 행정수도인 프레토리아(Pretoria)의 가로수로 심어졌던 자카란다를 베어내고 그 대신 심은 목등의 화려한 자주색 꽃이 활짝 피어나면 거리가 화사하게 물든다.
부폰 디스티차(Boophone disticha)
부폰 디스티차(Boophone disticha) 꽃
크고 둥근 구근 위에 빨강색의 작고 예쁜 꽃들이 마치 꽃술처럼 소보록이 피어 있는 이 꽃은 수선화과(水仙花科, Amaryllidaceae)의 구근식물인 부폰 디스티차(Century plant, Poison bulb, Sore-eye flower, 학명 Boophone disticha)다.
영어명에서 알 수 있듯이 구근에는 매우 강한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 크고 동그란 모양의 머리는 구근에서 곧바로 성장하는데, 거의 지표면에 위치하고 있다. 땅 위로 드러나 있는 머리는 탈락성의 두꺼운 비늘(芽鱗)로 싸여 있다. 이 머리에서 짧은 꽃줄기가 다발로 나온다. 7월부터 시작해서 10월(남아공의 계절은 겨울에서 초봄)까지 피는 꽃은 향긋한 꽃내음을 지니고 있다. 꽃색은 엷은 분홍색부터 빨강색까지 매우 다양하다.
잎은 일반적으로 개화기 이후에 자라난다. 갈색이 감도는 녹색 잎은 곧게 세워져 있고, 눈에 잘 띄는 부채꼴 안에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다. 개화기 이후에 작은 꽃자루들은 큰 씨앗들을 맺기 위해 성장한다. 이 꽃자루들은 근생화경(根生花梗)의 끝에 이르게 되면 성장을 즉시 중단하고, 씨앗들을 초원에 흩뿌려서 퍼트린다.
봄에 꽃을 피우는 종은 건조기후에 매우 강해서 겨울에 물이 없어도 꽃이 핀다. 남아공 사람들은 꽃이 아름다운 부폰 디스티차를 정원에 기르고 싶어 한다.
아데늄(Adenium Roem. & Schult)
아데늄(Adenium Roem. & Schult) 아데늄(Adenium multiflorum)
아데늄(학명 Adenium Roem. & Schult)은 협죽도과(夾竹桃科, Apocynaceae)의 식물이다. 이 가운데 멀티플로룸(A. multiflorum은 '임팔라 백합(Impala lily)'이나 '사비 스타(Sabi star)', 오베섬(A. obesum)은 '사막의 장미(Desert rose)'로 알려져 있다. 또 스와지쿰(A. swazicum)은 '여름에 피는 임팔라 백합(Summer-flowering impala lily)'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모든 아데늄(Adenium) 종들은 독성 수액을 가지고 있으며, 선명한 빨간색이나 분홍색, 담자색 등의 꽃이 핀다. 흰색과 빨간색을 가진 두 꽃은 서로 거의 비슷하다. 그들은 인상적인 코디시폼(Caudiciform) 식물로 이국적인 접시꽃 모양의 꽃들을 피워낸다. 건조한 지역에서 서식하는 아데늄들은 추위와 물기가 많은 땅에 민감하다. 이들 종은 일반적으로 겨울이나 건기 동안 잎이 떨어진다. 남아프리카의 아데늄 종들은 따뜻한 정원에서 잘 자라고, 그들의 멋진 꽃들은 정원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아데늄은 다육식물(Succulent) 종의 작은 속(屬)으로 팽창된 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때때로 특이한 모양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별 모양의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면 이 식물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이 속은 줄기의 모양, 꽃의 색과 형태, 그리고 전체 크기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20년 동안 아데늄은 엄선된 특별하고 다양한 특징을 가진 여러 종들로 개량하여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어 왔다. 아데늄은 파키포디움(Pachypodium)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나, 턱잎의 부재로 그 차이를 확인 할 수 있다. 이 턱잎은 길고 단단한 돌기 안으로 뻗어나가는 잎들의 몸통 부분에 위치해 있다. 이 속은 역시 같은 형태의 줄기와 뿌리 줄기를 가진 아데니아(Adenia, Passifloraceae, Granadilla family)와 구별할 수 있다. 아데니아는 녹색이며, 그리고 줄기는 일반적으로 꼬여 있는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데늄은 탈락성을 가지고 있는 다육식물의 관목 혹은 작은 나무 형태를 가지고 있다. 부드럽고 즙이 많으며, 부풀어 오른 형태의 줄기는 때때로 무성한 덤불만이 지표면 위로 나온 채 완전히 지하에 숨어 있다. 이 종은 덩이줄기 혹은 뿌리줄기를 가지며, 일반적으로 깨끗한 수액을 가지고 있다. 선명하며 눈에 띄는 꽃은 몇몇 송이들로 떼를 지어 덤불 위에서 피어난다. 꽃색은 흰 색에서 분홍, 빨강, 그리고 보라색까지 있으며, 흰색은 진홍색 가장자리에 나타날 수도 있다. 잎은 엇갈려 나거나 혹은 단순한 나선형 모양으로 때때로 군집을 이루며, 잎자루가 없거나 혹은 짧은 잎자루를 가질 수 있다. 화관(花冠)은 깔때기 모양 혹은 컵 모양으로 원통형의 관을 가지고 있다. 과실(分果, 분과)의 부분속에 길고 얇으며(대과형태), 간단한 모양의 입구로 열려지는 씨를 가지고 있다.
아데늄은 오래 살고, 꺽꽂이나 씨로부터 쉽게 번식한다. 아데늄의 다양한 종들은 일년의 각기 다른 기간에 꽃을 피운다. 아데늄이란 이름은 이 꽃이 처음 발견된 장소인 아라비아의 아덴(Aden)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콜키쿰(Colchicum) 콜키쿰(Colchicum) 꽃 내부
식물원에는 처음 보는 특이한 식물들이 많다. 콜키과(Colchic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인 콜키쿰(Colchicum=Androcymbium Willd)은 '컵과 받침 접시(Cup and a saucer), 또는 '보트에 탄 남자들(Men-in-a-boat)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콜키쿰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Kolkhikon'에서 유래되었다. 'Kolkhikon'의 뜻은 Colchis라는 흑해 동부지방의 고대 지역 이름이다.
콜키쿰 종의 식물들은 키가 약 15cm 정도로 매우 작다. 줄기는 없거나 혹은 짧다. 줄기를 가진 모든 종은 부풀어 오른 알 모양의 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위는 평평하고 아래쪽은 오목한 부채꼴이다. 줄기의 겉은 검은 가죽 질감의 가운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남부 아프리카 종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큰 꽃과 컵 모양의 직립 포엽(苞葉)이다.
잎은 땅 위로 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잎은 3~7 장 사이이고, 줄기 위에 드문드문 나 있다. 줄기가 없는 종의 잎은 포복성(匍匐性)의 직선으로 뻗은 창끝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종의 잎들은 줄기 아래쪽에서 나온다. 엽맥들은 평행하고 때때로 뚜렷한 주맥(主脈)이 나타난다. 넓은 형태의 잎 모양은 아치 형태를 띄게 된다. 잎에서는 부드러운 가죽 질감이 느껴진다. 잎의 가장자리는 때때로 바삭거리거나 매끄럽고, 혹은 섬모가 있어서 거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콜키쿰은 6월에서 8월(남아공의 계절은 겨울)까지1~4개의 꽃이 총상(總狀) 형태로 피어난다. 잎과 닮고 폭이 넓은 포엽은 색깔이 화려하거나 무늬가 있을 수도 있다. 안쪽의 포엽들은 점점 작아진다. 꽃은 포엽의 중심부에서 자라며 일반적으로 백녹색이다. 6개의 화피(花被, 가끔 7개 혹은 12개까지도 발견됨)는 튜브 형태의 모양으로 합쳐지지 않는다. 꽃 중심부에는 팽창된 노란색 밀선(蜜腺)이 있다. 6개의 수술은 더 낮은 부분의 화피와 접촉하고 있다. 암술은 원통 모양으로 깊고 둥근 돌출부(裂片)를 가지고 있는데, 각각의 방에는 많은 배주(胚珠, 발육 초기의 종자)가 존재한다.
과실은 알처럼 생긴 캡슐 모양이다. 과실의 개방은 각각의 둥지(septicidal)의 끝을 따라 열리면서 진행된다. 거의 모든 해안 종들은 화밀(花蜜)을 저장하는 컵 모양의 화피 돌출부가 있다. 작은 꽃들의 외피 역할을 하는 여러 장의 넓고 컬러풀한 포엽은 큰 꽃잎들과 유사하다.
해안 호박(Beach pumpkin)
해안 호박 군락지
아크토세카 포풀리폴리아(Arctotheca populifolia)는 국화과(Asteraceae)에 속하는 식물로 일명 '해안의 부랑자'다! 이 종은 남부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서 흔하게 발견되는 선구(先驅) 식물이다. 영어명은 해안 호박(Beach pumpkin)이다.
해안 호박은 한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의 덩굴식물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깔개 형태의 초본이며, 20cm까지 자란다. 잎은 커다란 심장 모양에 짧은 잎자루를 가지고 있다. 다육질의 잎은 흰 색의 고운 솜털로 빽빽하게 덮여 있다. 잎의 가장자리는 부드럽고 얕은 톱니 모양이다.
짧고 통통하며 구부러진 꽃자루 끝에서 지름 약 3cm 크기의 노란색 꽃머리가 나온다. 꽃머리는 때때로 큰 잎들 위로 우뚝 솟아오르기도 한다. 녹색 총포(總苞)의 포엽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컵 모양을 하고 있다. 꽃은 설상화(舌狀花)로 밝은 노란색을 띠며, 활짝 퍼져 있다. 꽃의 중심부는 녹색이 감도는 노란색이다.
해안 호박은 어디서든 보통 우기에 개화한다. 그러나 이 식물은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는 까닭에 개화시기는 계절과 관계없이 일년 내내 도처에서 피어난다.
바비아나 피그마에아(Babiana pygmaea)
바비아나 피그마에아(Babiana pygmaea)는 붓꽃과(Iridaceae, Iris family)의 여러해살이 구근식물이다. 모든 바비아나(Babiana) 가운데 꽃이 가장 큰 이 종의 개화기는 겨울부터 초봄(한국의 여름~초가을)까지다. 기후만 맞으면 화분이나 유리상자, 양지바른 바위틈 등 어디서나 꽃이 잘 피어난다.
겨울철 한꺼번에 화려하게 성장하는 바비아나 피그마에아는 키가 12cm까지 자란다. 작지만 깊이 뿌리를 박은 달걀 모양의 구경(球莖)은 지표면 아래에서부터 긴 목 사이까지 흑갈색 섬유질의 외피로 덮여 있다. 4개 혹은 5개의 밝은 녹색의 잎은 각각 서로 반대쪽으로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다. 이랑이 많이 진 긴 타원형의 잎의 엽맥(葉脈) 부분에는 짧고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다.
컵 모양의 꽃은 직경이 8cm 정도로 매우 큰 편이지만 향기는 없다. 꽃의 색은 레몬색의 엷은 색으로부터 짙은 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꽃의 중심부는 밤색 혹은 자주색이며, 길게 튀어나온 밝은 노란색의 꽃밥을 가지고 있다. 크고 둥근 씨앗 캡슐은 매력적인 흑갈색의 단단하고 모난 씨앗을 생산한다. 여름철에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해지면 식물의 지상부는 상당히 긴 기간동안 발육정지 상태로 들어간다.
바비아나 속(屬)은 남부 아프리카 토속식물이다. 70종에 이르는 이 속의 식물들은 거의 대부분 아프리카 남서부와 웨스턴 케이프(Western Cape)의 서쪽, 그리고 나마콰란트(Namaqualand) 지역에서 자란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겨울에 성장하며, 늦겨울부터 봄(한국의 늦여름~가을)에 개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꽃의 생김새는 길고 둥근 모양에서 넓은 컵 모양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꽃의 색은 순백색에서 노란색, 파란색, 분홍색, 진홍색, 담자색, 그리고 자주색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성은 세계 각국의 정원사들에게 바비아나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 속의 많은 종은 향기를 가지고 있다.
바비아나 스트릭타 블루
바비아나 스트릭타(바분 꽃)
일반적으로 정원에서는 잡종의 바비아나를 많이 키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된 꽃은 수많은 바비아나 스트릭타(Babiana stricta) 중에서 선택된다.
아네모네 판니니(Anemone fanninii) 아네모네 판니니(Anemone fanninii)
아름다운 흰색 꽃을 피우는 아네모네(학명 Anemone fanninii)는 기품이 있다. 이 종은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의 여러해살이 구근식물로 영어명은 'Giant wild anemone'이다. 남아공의 동부 초원지대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 아네모네는 추운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아네모네의 키는 1.2m까지 자라고, 5~7개의 열편(裂片)을 가진 큰 손바닥 모양의 잎은 직경이 35cm에 이른다. 잎의 위쪽은 마치 벨벳을 만질 때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털이 많은 잎의 아래쪽은 끝이 빨갛고, 가장자리에는 이가 나 있다. 깁슨(Gibson, 1978)의 설명에 따르면, 잎의 위쪽 표면은 새끼 고양이의 털처럼 부드럽다.
아네모네 판니니(Anemone fanninii) 그림-시쓰나 레티 작
예쁜 크림색-흰색의 향기가 나는 꽃은 때때로 엷은 자색 혹은 분홍색을 띨 수도 있다. 꽃이 피는 시기는 8월부터 12월(남아공의 계절은 늦겨울부터 초여름)까지다. 시쓰나 레티(Cythna Letty, 1895~1985)는 수없이 빽빽한 노란색 수술들이 암술(여성의 생식기 구조)을 둘러싸고 있는 아네모네 꽃을 세밀하게 묘사한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렸다. 이 그림은 남아공 국립생물종다양성연구소(The South African National Biodiversity Institute, SANBI)가 1965년에 편찬한 '아프리카의 개화식물(Flowering Plants of Africa)' 제37권 1441번 삽화에서 볼 수 있다. SANBI는 보통 국립식물연구소(the Botanical Research Institute, BRI)라고 부른다.
아네모네 판니니(Anemone fanninii)는 자매 종인 아네모네 카프라(Anemone caffra)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네모네 카프라는 꽃대가 갈라지고, 잎이 미처 다 자라기도 전에 꽃이 피며, 키도 훨씬 크다.
아네모네는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한다.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아들 에로스와 함께 들판으로 소풍을 나왔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에로스와 장난을 치던 아프로디테는 실수로 에로스의 화살에 상처를 입었다. 그때 마침 사냥을 나온 매력적인 청년 아도니스가 아프로디테 앞을 지나갔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건 한번 맞으면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에로스의 화살 때문이었다. 아도니스도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함께 들판을 뛰어다니거나 사냥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옛날부터 신의 사랑을 받은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었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는 사랑하는 아도니스가 잘못 될까봐 늘 걱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올림포스 신전에서 열리는 신들의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신들의 회의에 인간은 참석할 수 없었기에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사냥할 때 조심하라는 다짐을 받고 올림포스 신전으로 올라갔다.
혼자서 사냥을 나간 아도니스는 커다란 멧돼지를 발견하고 멧돼지의 심장을 향해 창을 던졌으나 빗나가고 말았다. 화가 난 멧돼지는 아도니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창을 잃은 아도니스는 맨손으로 멧돼지를 막았지만 워낙 덩치가 커다란 상대라 혼자 힘으로는 이겨 낼 수 없었다. 멧돼지는 날카로운 엄니로 아도니스를 힘껏 받아 버렸다. 아도니스는 피투성이가 되어 풀밭에 쓰러진 채 아프로디테의 이름을 간절히 불렀다. 아도니스의 신음소리를 들은 아프로디테가 새처럼 빨리 날아왔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아도니스는 이미 숨이 꺼져 가고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울면서 아도니스를 살려달라고 신들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죽은 인간을 살려 내는 일은 신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은 신들과 달리 언젠가는 죽어야 할 몸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주검을 안고 '아도니스! 죽음과 함께 사랑도 끝나 버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이 흘린 핏방울들을 모두 꽃으로 피워서 우리의 사랑을 해마다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겠어요.' 하고 울부짖으며 아도니스가 흘린 피 위에 신들의 술을 부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핏빛처럼 붉은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이 바로 아네모네다.
옥스 아이 데이지(Ox-eye Daisy) 옥스 아이 데이지(Ox-eye Daisy)
옥스 아이 데이지(Ox-eye Daisy, 학명 Callilepis laureola)는 초원지대에서 자라는 아름다운 봄꽃이다. 국화과(Asteraceae)의 여러해살이 식물인 옥스 아이 데이지는 검은 화반(花盤)과 하얀 꽃잎, 그리고 연녹색 잎 등의 독특한 조합을 가지고 있어 정원용 화초로 인기가 많다. 그러나 그 꽃에서는 그린 망고를 자를 때처럼 불쾌한 냄새가 난다.
옥스 아이 데이지는 커다란 목질의 덩이줄기로부터 여러 줄기가 한 무리를 이루면서 60cm까지 자란다. 식물의 뿌리 부분에서 자라난 단순한 형태의 줄기는 반들반들하거나 혹은 털이 많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잎은 65 x 20 mm 크기의 창끝모양 혹은 타원형의 형태를 가지며, 3개의 엽맥이 있다. 포(苞)를 향해 위로 올라갈수록 잎의 크기는 줄어든다. 잎의 가장자리는 대체로 반들반들하나 가끔 엽액(葉腋)이 흐르는 길고 부드러운 수염이 달릴 수도 있고, 혹은 칼날 모양의 잎이 나올 수도 있다.
꽃은 두상화(頭狀花)로 줄기끝에 밝은 순백색의 작은 꽃 한 송이만 피어난다. 꽃의 중앙에 자리잡은 화반은 짙은 자주색이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크기가 5mm 정도이다. 설상화(舌狀花)의 꽃잎은 부드러운 3각을 이루며, 전체적으로 날개 형태를 갖추고 있다. 꽃이 피는 시기는 8월에서 11월(남아공의 계절은 초봄부터 초여름)까지 피어나며, 가끔 2월 늦게까지 피는 것도 있다.
아가쏘스마 고나�시스(Agathosma gonaquensis)
전통적으로 건초열과 감기 치료제로 이용되어 온 아가쏘스마 고나�시스(학명 Agathosma gonaquensis, 아프리칸스명 Hottentotsboegoe)는 운향과(Rutaceae-buchu, rue and citrus family)의 관목이다. 아가쏘스마(Agathosma)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agathos(pleasant, 상쾌한)'과 'osme(scent, 향기)'에서 유래한다. 이것은 잎과 열매에 있는 향유 분비샘과 관계가 있다. 종명(Gonaquensis)은 이 종의 자생지인 알고아 만(Algoa Bay)의 내륙, 코이코이-코사족(Khoikhoi-Xhosa) 거주지인 고나쿠아(Gonaqua)로부터 온 것이다.
아가쏘스마 고나�시스는 뿌리로부터 하나의 줄기가 나와 가지가 벌어지는 아담한 상록관목으로 키가 0.5~1m까지 자란다. 이 식물은 둥근 형태로 넓게 퍼지는 습성이 있다. 6~9mm 크기의 작은 암록색 잎들은 줄기에 서로 엇갈려 촘촘히 나 있다. 이 종은 잎과 열매에 오일 분비샘이 있다. 그래서 잎과 열매를 찢거나 으깨면 자극적인 향기가 나는데, 이는 운향과 식물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꽃은 두상화로 1~12개의 꽃들이 빽빽하게 모여 송이를 이루면서 피어나는데, 각 꽃의 직경은 5mm 정도 내외다. 꽃이 피는 시기는 7월부터 12월(남아공의 계절은 늦겨울~한여름)까지다. 꽃이 활짝 핀 아가쏘스마 숲은 수분에 필요한 벌이나 나비, 곤충들을 유혹한다.
열매는 세 개의 씨방으로 되어 있고, 각 씨방에는 윤기가 나는 검은 씨 한 개가 들어 있다. 씨방은 익어감에 따라 녹색에서 밤색으로 변한다. 씨는 투석기 원리에 따라 탄도 비행으로 먼 거리까지 날아간다. 씨는 종종 관목 숲의 바닥에서 발견되기도 하지만 개미들에 의해서 멀리 운반되기도 한다.
이 종은 케이프 주 남동부의 오이켄하게(Uitenhage)로부터 이스턴 케이프 주의 포트 엘리자베쓰(Port Elizabeth)까지 이어지는 해안의 초원지대에서 자생한다. 아가쏘스마 속은 웨스턴 케이프 주에서 주로 발견되는 150종으로 구성된다.
아가쏘스마 베툴리나(Agathosma betulina) 아가쏘스마 크레눌라타(Agathosma crenulata)
아가쏘스마 베툴리나(Agathosma betulina) 그림
둥근잎 부추(buchu)인 아가쏘스마 베툴리나(Agathosma betulina )와 긴잎 부추인 아가쏘스마 크레눌라타(Agathosma crenulata)는 향유생산을 위해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향유는 화장품이나 비누, 살균제, 이뇨제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아가쏘스마 글라브라타(Agathosma glabrata)
아가쏘스마 란세올라타(Agathosma lanceolata)
아가쏘스마 오바타 '클뤼트지에스크랄'
(Agathosma ovata ‘Kluitjieskraal')
아가쏘스마 글라브라타(Agathosma glabrata), 아가쏘스마 란세올라타(Agathosma lanceolata) 등의 허니 부추(honey buchu)와 아가쏘스마 오바타 '클뤼트지에스크랄'(Agathosma ovata ‘Kluitjieskraal')과 같은 부추는 화단의 여백을 채우거나 핀보스 화단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또는 초본식물의 테두리로 이용할 수 있다. 이들 부추는 강인해서 건조한 사막과 강한 바람에도 잘 견디기에 바닷가 모래사장에 이상적인 식물일 수 있다. 그래서 토양의 유실을 막기 위해서 쌓은 제방이나 지력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둑에 심으면 좋다.
아르크토티스 아르크토토이데스(Arctotis arctotoides)
아르크토티스 아르크토토이데스(Arctotis arctotoides)
국화과(Asteraceae=Compositae=Daisy family)의 아르크토티스 아르크토토이데스(학명 Arctotis arctotoides)는 아프리칸스어로 보테르블롬(Botterblom)이라고 부른다. 성장속도가 빠른 이 종은 거의 일년 내내 버터색의 노란 꽃과 함께 밝은 녹색의 잎들이 지면에 부드러운 융단을 펼치는 초본 지피식물이다.
10~15cm 길이의 잎은 물결 모양의 가장자리를 가지고 있다. 매우 두드러진 주맥을 가진 잎의 윗면은 밝은 녹색인 반면에 아랫면은 흰색으로 부드러운 털이 나 있다. 잎과 줄기는 작고 하얀 털로 덮여 있다. 꽃은 20cm 길이의 줄기 끝에서 한 송이가 피어난다. 직경이 약 4cm 정도 되는 꽃의 중앙과 방사상의 꽃잎들은 모두 밝은 황금색을 띠고 있다. 꽃잎 뒷면의 자주색을 띤 갈색은 꽃봉오리 상태일 때나 구름이 낀 날 뚜렷하게 나타난다. 맑은 날에는 주요 수분 매개자인 벌들이 분주하게 날아든다. 꽃은 꽃병에 꽂아 놓아도 며칠 동안 간다. 작은 갈색의 씨는 한달 안에 꽃의 중심부에 있는 평평한 기저부에서 형성된다.
아르크토티스 종은 남부 아프리카와 앙골라에 걸쳐 약 50 종이 자생하고 있다. 식물학적 명칭인 아르크토티스(Arctotis)는 그리스어 'arktos(bear, 곰)'와 'otis(ear, 귀)'에서 유래하였다.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Linnaeus, 1707~1778)가 이 식물들만을 '곰의 귀'라고 명명한 것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명 '린네의 환상비행(a Linnaean flight of fancy)'이라고 한 것이 참고가 된다. 아르크토티스 아르크토토이데스는 한때 '아르크토티스 종을 닮은(resembling the genus Arctotis)', 종명 아르크토토이데스를 뜻하는 베니디움(Venidium)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아르크토티스 아르크토토이데스는 레소토와 남아프리카의 여름철 강우지역에 두루 널리 퍼져 있다. 커스텐보쉬에서 자라는 이 종들은 트란스케이(지금의 이스턴 케이프)에 있는 콜리보블레스(Collywobbles)에서 채집한 것이다. 이스턴 케이프 사람들은 이 식물을 간질과 소화불량, 위염 치료제로 쓰고 있다. 상처가 나면 잎을 짖이겨 바르기도 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잎에서 추출한 물질에는 항 박테리아 성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쓴 알로에(Bitter Aloe)
알로에과(Aloaceae)의 쓴 알로에(영어명 Bitter Aloe, Red Aloe, 학명 Aloe ferox Mill)는 병을 치료하는 의약 물질로 인해 유명해진 알로에다. 알로에(Aloe)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aloe(the dried juice of aloe leaves, 알로에 잎의 건조즙)', 페록스(ferox)는 잎 가장자리에 돋아난 날카로운 가시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사나운(fierce)' 혹은 '호전적인, 용맹한(war-like)'이란 말에서 유래하였다.
남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는 2백년 동안 쓴 알로에의 껍질 바로 밑에 들어 있는 쓴맛의 노란색 즙을 재생자원으로써 채취해 왔다. 케이프 알로에 혹은 알로에 덩어리로 알려진 딱딱하고 검은 수지질은 변비약 같은 완하제나 관절염 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다. 많은 약국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슈베덴비터스(Schwedenbitters)라는 약에는 쓴 알로에가 들어 있다. 화장품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잎의 끈적끈적한 과육에는 상처를 치료하는 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알로에 페록스(Aloe ferox)는 알로에 브루미(Aloe broomii)와 함께 250년 전에 그려진 바위그림에 등장하기도 한다.
알로에 브루미(Aloe broomii)
키가 크면서 단 하나의 줄기를 가진 쓴 알로에는 남아공 케이프 주의 남서부로부터 콰줄루 나탈(Kwazulu Natal) 주의 남부까지 1000km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또 자유주(Free State)의 남동부 벽지와 레소토(Lesotho) 왕국의 남부에서도 발견된다.
쓴 알로에는 분포지역이 광범위함에 따라 자라는 환경도 다양하다. 이 종은 통상적으로 바위가 많은 산악지대의 경사지에 많이 자란다. 케이프 주의 남서부, 케이프 주 내륙 건조지대인 카루(Karoo)의 변두리, 웨스턴 케이프 주의 퍼인보스(Fynbos) 초원지대, 이스턴 케이프 주에서도 발견된다. 알로에 페록스는 분포지역에 따라서 생김새도 다르다. 매혹적인 알로에 페록스는 콰줄루 나탈 주, 특히 남부지방인 움코마스(Umkomaas)의 해안과 중부 내륙, 그리고 움라스(Umlaas) 강의 담수지대에서 발견된다. 이들은 알로에 칸델라브룸(Aloe candelabrum)으로 알려졌었으나, 후에 같은 종에 포함되었다.
쓴 알로에의 잎은 여러 장의 잎이 서로 겹쳐져 방사상으로 돌려나는 로제트(rosette) 형식이다. 키는 2~3m 정도까지 자란다. 오래된 잎은 마르면서 줄기에 페티코트(petticoat)를 형성한다. 잎은 우중충한 녹색, 혹은 연청색을 띤다. 또는 붉으스름한 색조를 띠기도 한다. '알로에 칸델라브룸형'은 잎끝이 약간 아래를 향해 곡선을 그리는 우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잎 가장자리에 난 가시들은 붉은색을 띤다. 가시들은 또한 잎 표면의 위쪽이나 아래쪽에도 존재할 수 있다.
쓴 알로에의 꽃대는 가지가 달린 촛대처럼 생겼다. 보통 5~8개의 가지 각각의 머리에서 수많은 꽃들이 피어난다. 꽃색은 노란 오렌지색부터 붉은색까지 다양하다. 알로에 칸델라브룸은 6~12개의 가지를 가지고 있으며, 안쪽 꽃잎의 끝이 흰색을 띠고 있다.
꽃은 5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8월(남아공의 계절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핀다. 그러나 추운 지역에서는 9월까지도 꽃이 핀다. 정원에 피어난 알로에의 아름다운 꽃은 태양조나 베짜는새, 찌르레기, 쥐새 등의 새와 곤충들을 불러들인다. 자연 그대로의 지역에서는 알로에의 꿀을 노리는 원숭이나 바분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다. 다양한 기후조건에도 잘 적응하는 알로에는 훌륭한 정원의 표본 식물이다. 알로에는 동시에 꽃이 피는 다른 알로에에 의해 교배종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산 알로에(Mountain aloe)
장대한 풍모의 산 알로에 또는 알로에 마를로티(영어명 Mountain aloe, 학명 Aloe marlothii, 아프리칸스명 Bergalwyn)는 알로에과가 아니라 아스포델라과(Asphodel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알로에(Aloe)는 그리스어 'aloe(the dried juice of aloe leaves, 알로에 잎의 건조즙)'에서 유래하였다. 어쩌면 셈족어(Semetic) 'alloeh'나 히브리(Hebrew)어 'allal', 그밖에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것일 수도 있다. 종명 마를로티(marlothii)는 유명한 식물학자인 루돌프 마를로트(H.W. Rudolf Marloth, 1855~1931)의 사후에 명명된 것이다. 이 속(屬)에는 약 500종이 있다. 이 중 약 135종은 남아프리카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125종은 남아프리카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고유 특산종이다.
알로에 마를로티(Aloe marlothii)는 인상적으로 크고 강건한 하나의 줄기를 가지고 있다. 키는 보통 2~4m까지 자란다. 어떤 것은 6 m짜리도 있다. 길이 1.5m, 너비 25cm의 잎은 크고 넓으며 다육질이다. 잎과 줄기에는 물 저장고가 있어서 건기에도 잘 견딘다. 잎의 색은 명녹색으로부터 회록색, 청록색까지 다양하다. 표면의 위 아래로 가시가 달린 잎은 기저부가 넓고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진다. 잎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적갈색의 이(끝은 오렌지색)들이 나 있다.
살아 있는 잎들은 위쪽을 향하고, 오래 묵은 잎들은 줄기에 붙은 채 마른다. 거칠고 딱딱하며 마른 잎은 가시가 있어서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을 방지한다. 이러한 방어체계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건기 때에는 큰 영양인 쿠두(kudu)가 잎을 죄다 뜯어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황이 호전되면 6개월 이내에 뜯어먹힌 잎들은 다시 회복된다. 또 다른 방어기제는 초식동물의 키보다 큰 높이로 성장하는 것이다. 초식동물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남에 따라 건기의 생존확률은 크게 증가하게 된다.
알로에 마를로티의 개화기는 5월부터 9월(남아공의 계절은 가을부터 초봄)까지다. 꽃은 30여개의 가지가 달린 촛대 모양의 꽃대에 총상화서(總狀花序)로 피어난다. 밑에서부터 차례로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은 각각의 꽃대 가지를 뒤덮는다. 꽃색은 황적색부터 노란색, 명적색까지 디양하다. 이 종은 꽃대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꽃대는 거의 수평을 이루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수직으로 서 있기도 한다.
알로에 마를로티는 노쓰 웨스트 주, 가우텡(Gauteng) 주, 림포포(Limpopo) 주, 음푸물랑가(Mpumulanga) 주, 스와질랜드(Swaziland), 짐바브웨(Zimbabwe), 보츠와나(Botswana), 그리고 모잠비크(Mozambique)로부터 콰줄루 나탈 주 더반(Durban)의 북쪽까지, 해수면으로부터 1600m의 고원지대에 이르기까지 서식한다. 이 종은 너무 추운 지방에서는 자라지 못하지만 서리에는 강한 습성이 있어서 서리만 가끔 내릴 정도로 기온이 따뜻한 산악지역의 암릉과 산비탈의 총림지대에서 주로 발견된다. 드라켄스버그(Drakensburg)와 레봄보(Lebombo), 조우트판스버그(Zoutpansberg), 그리고 바테르버그(Waterberg) 등 산악지대에는 대규모 군락지가 있다. 그래서 이 종에 베르갈윈이나 산 알로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알로에 마를로티 군락지의 역사적 중요성은 피터스버그 고원(Pietersburg Plateau)에 있는 아프리카 철기시대의 고고학 유적지와 연관이 있다. 폴로콰네 고원(Polokwane Plateau, 지금의 피터스버그 고원)에는 기후상 또는 생태학상의 원인에 따른 선택에 의해 알로에 마를로티 분포에 있어서 상당한 변칙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80~100년생 식물들의 큰 군집이 이들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서리가 자주 내리는 보다 추운 지역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들 군집은 아프리카 철기시대 은데벨레(Ndebele) 마을의 폐허가 있는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을의 연대는 은데벨레족이 그 지역에 살았던 1650년대부터 1880년대까지로 추정된다. 알로에 마를로티는 토양이 풍부한 석벽으로 둘러싸인 유적지와 잿빛 퇴적물에서 자라나고 있는데, 이들은 1855년 보어인들의 은데벨레 정복 뒤 짧은 기간에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알로에 마를로티 종자들은 당시 다양하게 이용되었던 식물 재료들로부터 은데벨레 마을에 전해진 것이다. 은데벨레 사람들은 이 알로에를 다양하게 이용했다. 예를 들자면..... 이들은 가시가 달린 잎의 거죽을 벗겨내고 여성들의 드레스를 만들거나 마른 잎을 가루로 만들어 코담배로 이용하기도 했다. 또 꽃에서 나오는 꿀을 먹거나 잎을 달인 물로 회충과 촌충 등 기생충을 구제하기도 하였으며, 신선한 잎의 수액으로는 이유기 아기들의 젖을 떼기 위해 여성의 유방에 바르기도 했다.
씨들은 이런 식으로 유적지에 축적되었고, 1855년 그 유적지가 버려진 뒤 20~30년에 걸쳐 대규모의 알로에 마를로티 군락지가 생성된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 군락지는 아마도 110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이는데, 막손와 은데벨레(Maxonwa Ndebele) 고고학 유적지에서도 볼 수 있다.
커스텐보쉬에는 이들 식물들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커스텐보쉬처럼 방대한 식물원을 하루만에 다 돌아본다는 것은 무리다. 제대로 보려면 철따라 며칠씩 머무르면서 관찰해야만 한다.
요하네스버그(Johanesburg, 이하 조벅)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여 아쉬움을 남기고 커스텐보쉬를 떠난다. M63번 도로인 로즈 애비뉴(Rhodes Ave)을 따라가다가 M3 고속도로인 유니온 애비뉴(Union Ave)로 들어서서 약 4.5km 쯤 달리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라는 N2 고속도로인 가든 루트(Garden Route)를 만나게 된다. 가든 루트를 따라 16km 쯤 달리면 케이프 타운 국제공항에 닿는다.
2박3일간 타고 다녀서 정이 든 포드사의 피에스타를 공항 근처에 있는 아비스(Avis)사에 반납하고 나니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든다. 남아공에서는 단체여행이 아니라면 국제운전면허를 취득해서 직접 운정을 하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좋다. 남아공은 한반도 면적의 약 6배에 달할 만큼 땅이 넓은 반면 대중교통은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택시요금도 비싼 편이어서 장거리 여행에는 큰 부담이 된다.
오후 5시 35분 케이프 타운발 조벅행 컬룰러 항공사(Kulula Flight) 비행기에 오른다. 항공료는 왕복 1209란트(약 15만7천백7십원)로 남아공 항공(SA)의 2500란트(약 32만5천원)에 비해 절반도 안될 만큼 매우 저렴하다. 컬룰러 항공사는 남아공에 저가 항공료의 새바람을 일으킨 선두주자이다. 창밖을 보니 동체를 온통 주황색으로 칠하고 과일들을 알록달록하게 그려넣은 귀엽고 예쁘게 생긴 비행기 한 대가 서 있다. 동체에는 'MANGO'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컬룰라 항공에 이어 저가 항공료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 망고 항공사(Flymango Com)의 비행기다. 저가 항공사는 이 두 항공사 말고도 원타임 항공사(1Time Co Za)가 더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만 해도 비행기 여행은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다. 1994년 남아공에서 백인정권이 무너지고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되자 흑인 중산층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새로이 등장한 흑인 중산층들이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항공여행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항공수요는 급증하였다. 이러한 흑인들의 항공수요에 발맞추어 등장한 항공사들이 바로 이들 세 항공사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질주하다가 곧장 하늘로 날아오른다.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지평선이 온통 불타는 듯 석양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지평선을 태우는 석양의 파노라마에 장렬한 비장감이 감돈다. 정말 장엄하고 아름다운 석양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프리카 대륙은 점점 어둠속으로 사라져 간다. 띄엄띄엄 떨어진 도시들의 야경이 마치 어둠의 바다에 둘러싸인 섬처럼 보인다. 대륙의 야경은 이색적인 밤하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대륙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두 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비행기가 하강하면서 불야성을 이룬 조벅의 휘황찬란한 야경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다. 하늘에서 본 홍콩의 야경도 아름다왔지만 조벅의 야경은 그 규모면에서 어마어마하다. 이른바 조벅의 광평선(光平線)이란다. 지평선이나 수평선이란 말은 들어보았어도 광평선이란 말은 처음 듣는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조벅의 야경은 정말 장관이다.
밤 8시가 넘어서 조벅의 북동쪽에 있는 왈탐보(Ol'Tambo) 국제공항에 내렸다. 공항을 나서자 매제가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 있다. 여동생의 집이 있는 포웨이스(Fourways)의 데인펀 골프촌(Dainfern Golf Estate)은 조벅의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공항에서는 R24->N3->N1 고속도로를 타고 포웨이스까지 가야 한다. 3,40분 정도 걸려서 데인펀의 더 글레이드즈 빌리지(The Glades Village)의 여동생 집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었다.
간단하게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여독도 풀 겸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인다. 2박3일간의 케이프 타운 여행은 짧으면서도 긴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인생길 그 자체인 것이다. 인생길을 바르고 곧게 걸어간다면 그것이 바로 구도의 길이다. 그래서 가장 행복한 여행길은 구도의 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007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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