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초반의 여성이 갑자기 온몸이 덜덜 떨린다면서 내원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손발부터 시작해서 온몸이 떨리는데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아도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혹시 중풍이 오는 것 아니냐면서 걱정을 했다. 자세히 살펴 보니 중풍전조증은 아니고, 기(氣)의 난조로 나타난 진전(振顫, tremor) 증상이었다. 손발이나 온몸이 떨리는 증상을 진전이라고 한다.
나는 '중풍은 절대로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로 그녀를 안심시키고나서 사관혈(四關穴)에 침을 놓았다. 잠시후 그녀의 진전 증상은 거짓말처럼 진정되었다. 그녀는 내가 혹시 마술이라도 부린 것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투병중이었다.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았던 터라 그녀는 식당에 나가 일을 하면서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리를 했는지 그녀는 척추관협착증에 걸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녀가 무너지면 가족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기가 막히고 막막했을까!
그녀의 진전 증상은 바로 '나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어요!'라고 세상을 향해서 온몸으로 절규하는 신호였다. 이런 경우 '나는 당신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내가 당신을 위로하고 치유해 드릴게요' 하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침을 통해서 나의 마음이 그녀의 마음으로 전해진 순간 그녀의 진전 증상이 멈추었다고 나는 믿는다.
사관(四關)은 4곳의 관문(關門)이란 뜻이다. 나라에 있어서도 사람과 문물이 드나드는 관문은 매우 중요한 곳이 아니던가! 우리 몸에도 나라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손에 있는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의 합곡혈(合谷穴)과 발에 있는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의 태충혈(太衝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4혈을 일러 사관혈이라고 한다.
사관혈은 우리 몸의 관문을 열고 닫음(開閉)으로써 기혈(氣血)의 흐름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혈자리다. 그래서 기의 흐름이 난조에 빠져서 생긴 진전 증상은 사관이 아니면 치료할 수 없는 것이다.
20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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