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 자초지종을 생각하니 기가 막혀서 자꾸 헛웃음만 나온다.
어느 날 오후 충북대 123학군단 동기 강ㅇ권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30여년간 연락 한 번 없던 사람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으면서도 '그런 동기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강ㅇ권이라는 사람은 교직에 있다가 나와서 사업에도 실패하고 병까지 들어서 몹시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선배의 도움으로 한경신문에서 발간하는 무슨 시사주간지 회사에 취직을 했다는 이야기를 죽 늘어 놓았다.
사정 이야기를 마친 그는 도와주는 셈 치고 시사주간지 1년치만 구독해 달라고 했다. 구독료는 월 만5천원으로 1년치가 16만원이라고 했다. 황ㅇ복 동기 외에 40여 동기들도 주간지를 구독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30년만에 받는 전화라 본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엉겁결에 주간치 1년치 구독을 결정했다. 사정이 좋지 않은 동기 한 사람 도와주는 셈 친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퍼뜩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ㅇ우 동기에게 전화를 하니 '아마 그 동기 죽었을 걸. 황ㅇ복 동기나 이ㅇ로 동기에게 확인하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네' 하는 것이 아닌가! 무언가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시사주간지를 구독하기로 했다는 황ㅇ복 동기에게 전화를 했더니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는지 받지 않는 것이었다. 다시 이ㅇ로 동기에게 전화를 하니 '강영권 동기는 죽었네. 그 전화 사기니까 얼른 구독을 취소하게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후에 시사주간지 누구라면서 다른 사람의 전화가 걸려왔다. 주간지 1년치를 구독하기로 했느냐면서 주소 확인차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구독을 권유한 사람이 죽은 사람입디다. 그 시사주간지 구독 취소요' 했더니 두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세상에 죽은 동기 이름을 팔아서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오랫동안 소식도 없다가 갑자기 동기나 친구 이름을 사칭하는 전화가 걸려 오면 엉겁결에 사기를 당하기 십상이다. 수십 년만에 동기라면서 전화로 금전적인 부탁을 하거나 신문 잡지 등의 구독을 권하는 경우 즉석에서 결정하지 말고 반드시 사실확인을 하고 나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20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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