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13년 전 단양중학교 제자로부터 날아온 소식

林 山 2011. 7. 20. 11:48

전교조 활동으로 1989년 해직된 나는 정부의 특별복직 조치로 10년만에 다시 교단에 서게 되었다. 1999년 2학기에 나는 발령지 단양중학교에 부임해서 2학년 2반 담임을 맡았다.

 

13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난 뒤..... 2학년 2반이었던 정효상이란 제자로부터 며칠 전 메일을 받았다. 당시 나는 아이들 모두에게 교훈이 될 만한 글귀를 하나씩 써 준 적이 있다. 부친을 일찍 여읜 정효상에게는 '회자정리(會者定離)'란 사자성어를 주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라는... 제자는 아직도 이 글귀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안동대학교 회계학과 4학년인 제자는 작년에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올해는 부총학생회장으로서 학교 생활도 충실하게 잘 하고 있단다. 13년만에 날아온 제자의 소식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다음은 제자가 보내온 소식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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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십니까?

 

1999년 단양중학교 2학년이었던 제자 정효상입니다. 크게 눈에 뛰지 않아 기억이 잘 안 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아침에 대성산 등산을 하다가 문득 중학교 시절 대성산에서 종례를 하던 기억이 나더군요. 자연스레 선생님이 떠올라 대성산 정상에 올라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무작정 인터넷 검색창에 선생님 성함 석자를 치고 검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의원 개원하셨다는 건 소문으로 알고 있었는데 충주에 계신 건 이번에 알았네요.


건강하시죠? 사진을 보니 어찌 더 젊어지신 것 같네요. 예전의 수염은 온 데 간 데 없으시더라구요. 사진을 보니 더 반가운 맘이 커져서 이렇게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메일을 드립니다. 진작 연락도 드리고 했어야 하는데 이제야 이렇게 전화도 아닌 글로써 안부 여쭙는 점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 안동대학교 회계학과 4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작년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올해는 부총학생회장으로서 학교 생활 충실히 잘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직접 받던 그 때가 어느덧 10년도 훌쩍 넘었네요. 산행도 같이 하고 어디서 다쳐서 오면 침도 직접 놓아 주시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년을 다 같이 못하고 중간에 사직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때 선생님께서 우리 반 애들 하나하나에게 전하는 글을 써주셨는데 그게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저에게 '회자정리'란 말씀을 해주셨지요.

 

선생님의 카페를 둘러 보니 정말 훌륭한 일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네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선생님의 가르침 멀리서나마 잘 받겠습니다. 하시는 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워낙 글재주도 없고 스마트폰으로 쓰는 거라 더욱 엉망이고 뒤죽박죽이네요. 건강하세요.


1999년 단양중학교 2학년 2반 제자 정효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