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어머니와 이별 연습을 하다 5

林 山 2012. 11. 26. 11:34

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오후 4시 진료를 마치고 어머니에게 들렀다. 요양병원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온 다섯째 동생네 가족을 만났다. 며칠 전 병원에 들러 할머니의 팔다리를 주물러 드렸다는 초등학생 조카에게 칭찬과 함께 만 원을 주었다.

 

얼마 전 나는 조카들 누구든지 할머니에게 들러 문안인사를 올리고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면 만 원씩 주겠노라고 공약을 한 바 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손주들이 자주 찾아와서 재롱도 떨고 팔다리도 주물러 드리면 어머니도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들도 할머니에게 효도하면서 용돈도 벌고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공약의 첫 수혜자는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 조카였다. 공익근무를 쉬는 날 할머니에게 들러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왔다는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조카에게 용돈을 주었다. 어느 날 어머니에게 손주들이 와서 팔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이 좋으시더냐고 가만히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어머니도 좋으시단다.

 

병실로 올라가니 서울에 사는 둘째 동생네 가족이 내려와 있었다. 제수씨는 어머니의 다리에 마사지를 해드리고 있었다.

 

갑자기 병실은 우리 가족들로 북적거렸다. 어머니는 흐믓한 표정으로 손자, 손녀들을 바라보셨다. 어머니의 얼굴이 한층 밝아진 모습이었다.

 

나는 조카들에게 어머니의 팔다리 관절과 근육을 주무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는 멀리 다녀올 일이 있어서 둘째와 다섯째 동생네 가족들에게 어머니를 부탁했다. 어머니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들 드리고 편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