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어머니와 이별 연습을 하다 6

林 山 2012. 11. 27. 11:49

일요일에는 먼 곳에 갔다가 밤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어머니에게 들르지 못했다. 어머니는 종일토록 나를 기다리셨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고 했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뜻대로 안 될 때도 있는 법이다.

 

오늘은 어머니를 뵈러 갈 때 수첩과 필기구도 준비했다. 금방 들은 것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그놈의 건망증 때문이다.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바로 적어 놓을 생각이다.

 

병실로 들어서자 어머니는 오늘도 포도당 링거 주사를 맞고 있었다. 단 하루 못 보았을 뿐인데도 어머니의 얼굴에는 나를 반기는 표정이 역력했다. 어머니는 나를 보시자마자 몇 번이나 반복해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똥을 닷새째 못 누었다. 배도 사방이 답답하고 아프다. 간호사한테 관장 좀 해달라고 해라"

 

라고 하시면서 대변을 보고 싶다고 호소하셨다. 담당 간호사는 대변을 못 본 것이 닷새가 아니라 사흘이라고 했다. 저녁 식사 후에 변비약을 드렸는데 내일 아침에도 대변을 보지 못하면 관장을 해드리겠단다.

 

나는 어머니에게 내일 변비를 치료하는 한약을 갖다 드리겠노라고 약속했다. 진작 알았다면 쾌통원을 갖다 드렸을 텐데..... 산제로 만들어진 쾌통원은 효과가 좋은 변비 치료 한약이다.   

 

어머니의 얼굴을 살피다가 아래입술에 피딱지가 엉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머니에게,

 

"입술에 피딱지는 왜 생겼어요?"

 

묻자 어머니는,

 

"저녁에 호박죽을 먹다가 데었다. 혀도 데었어."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뜨거운지 안 뜨거운지 확인을 한 다음에 드시지 그랬어요."
"....."

 

어머니는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호박죽을 데워서 먹여 준 담당 간병사에게 화가 났다. 렌지에 데운 음식은 너무 뜨겁지 않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아닌가!

 

렌지에 데운 음식은 반드시 냉온 유무를 확인한 뒤에 드리라는 주의를 주려고 간병사를 찾았다. 그런데 방금 전에도 있던 간병사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간병사도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하느라고 하다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시나브로 화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잠시나마 화를 냈던 내 자신을 반성했다.

 

어머니가 쓰러지신 이후 나는 간병사들이 하는 일을 보면서 천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간병사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간병사보다 편하고 쉬운 일이 널리고 널렸다. 간병사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환자들의 수족이 되어 음식 먹여 주랴, 대소변 받아 내랴, 이 닦아 주랴, 목욕 시켜 주랴, 지청구 받아 주랴 등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만 한다. 이런 사람들이 천사가 아니고 무엇이랴!

 

오늘은 병원 한의사가 침 치료를 해드렸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마비된 왼쪽 팔다리를 정성껏 주물러 드렸다. 상당히 진행된 관절의 구축과 근육의 퇴화는 이미 비가역적인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어머니의 마비된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마음 바로 그 때문이다. 

 

팔다리를 한참 주물러 드리자 시원하셨는지 어머니는 스르르 눈을 감으신다. 어머니에게 편안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병실을 나섰다.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