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6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방문했으나 JFK 공항에는 단 한 명의 미국측 인사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원수의 방문치고는 매우 실례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창피함을 넘어 허탈함을 금할 수 없다. 마치 내가 식민지 백성 취급을 받은 느낌이다.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서 미국이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연일 요란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박 대통령이 미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미국의 주요 인사들은 나오지도 않고 의전만 겨우 갖췄다. 공항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측 인사들인 최영진 주미대사, 김숙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 손세주 뉴욕총영사, 민승기 뉴욕한인회장, 김기철 민주평통뉴욕협의회장, 윤석환 미한국상공회의소 회장 등의 영접을 받았을 뿐이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굴욕방문이라는 문제가 제기되자 청와대는 공식 국빈방문이 아닌 실무방문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실무방문이라고 해도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를 이렇게 초라하게 할 수 있는가? 박 대통령도 그렇지 뭐가 그리 급하다고 국빈방문도 아닌 실무방문을 추진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박대통령이 두 번째 일정지인 워싱턴 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바로 그 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같은 공군기지 골프장에서 미 상원의원들과 골프를 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곳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음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을 영접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당시 공항경비대 대장도 아닌 부대장이 영접을 나온 바 있다. 국가원수에 대한 영접으로서는 부끄러울 정도의 허접한 예우였다.
미국측 인사들이 방한할 때의 영접은 어땠을까? 힐러리 미 국무장관은 방한시 공항에서 국가원수급 영접을 받았다. 대통령도 아닌 일개 장관급이 실무방문을 했을 뿐인데도..... 존 케리 미 외무장관과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한시에도 이들은 공항에서 국가원수급 영접을 받았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의 장관급 대우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전 대통령의 방미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예우다. 미국은 김, 노 두 전 대통령의 방미시 그래도 국가원수로서의 국빈방문에 걸맞는 예우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푸대접은 이 두 정권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을 일컬어 천조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천조국(千兆國)은 친일종미 사대주의 세력들이 떠받드는 미국의 국방비가 무려 1000조 원에 달하는 군사대국이라는 것을 빗댄 말이다. 천조국(天朝國)은 봉건주의 시대 제후의 나라가 천자(天子)의 나라를 높여 칭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한국은 제후국, 미국은 천조국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천조국은 슬프게도 미국에 대해 종속적으로 끌려다니는 한국을 비꼬는 이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바라보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도 부르짖던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격을 생각해본다.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격은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에 달려 있는 것이지 남이 세워주는 것이 아니다.
2013.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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