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이들 외할머니 기일에

林 山 2013. 6. 3. 17:46

 

6월 1일(음력 4월 23일)은 아이들 외할머니 기일(忌日)이어서 충주호 선착장 근처에 있는 기업은행 연수원에서 제사를 지냈다. 제삿상 대신 식탁에 제수를 진설하고, 술과 술잔은 의자 위에 차렸다. 

 

원래 제사는 제천에 있는 아이들 큰외삼촌댁에서 지내야 했다. 그런데 아이들 큰외삼촌은 몇 년 전에 돌아가시고 없고, 큰외숙모는 갑자기 일본에 나갈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에 사는 장손이 제주(祭主)가 되어서 제사를 모셔야만 했다.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장손은 제주 역할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아예 내려오지도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며칠 전 빌려 놓은 기업은행 연수원으로 장소를 옮겨 제주도 없이 제사를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제사 음식도 충주 막내딸이 부랴부랴 마련해서 제삿상을 차렸다. 백년손님인지라 제사에 왈가왈부할 수도 없고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아이들 외할머니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혼령이 제대로 찾아와 젯밥이나 드시고 가셨는지 모르겠다. 

 

2013.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