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안면경련으로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할머니 이야기

林 山 2013. 12. 4. 09:59

2013년 11월 7일 70대 초반의 할머니가 오른쪽 아래 눈꺼풀과 얼굴에 수시로 심한 연축이 발생하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3년 전 안면경련이 발병했는데 다른 한의원과 병의원에서 치료를 계속했는데도 낫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단을 하는 중에도 연신 오른쪽 안면이 푸들푸들 떨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안면경련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정도라고 했다. 


할머니는 '임종헌 원장님이 병을 잘 고친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우. 아무도 못고친 내 병을 고쳐줄 수 있겠수?' 하고 물었다. 내가 '그럼요. 고쳐드릴 수 있고 말고요.' 하고 대답하자 할머니는 비로소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병만 고쳐주면 나를 명의라고 동네방네 다니면서 소문을 내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할머니는 양의사에게 고혈압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 양약을 복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또 빈혈 진단도 받았다고 했다. 할머니의 체온은 따뜻한 편이었고, 땀은 별로 안나는 체질이었다. 망문문절(望聞問切)을 통한 진단을 해보니 할머니의 안면경련은 혈허(血虛)로 인한 간풍내동(肝風內動)이 원인이었다. 


한약 처방은 보혈제(補血劑)인 사물탕(四物湯)에 간기(肝氣)의 흥분을 억제하고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치료에도 그 효과가 입증된 억간산(抑肝散)을 합방하고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산사(山楂)를 가미했다. 침은 1주일에 3회 격일로 파킨슨증후군에 효과가 있는 사암침법(舍岩鍼法)의 비정격(脾正格)과 사관(四關), 안면부 경혈을 위주로 치료했다.  


치료를 시작한 다음날부터 할머니의 안면경련은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27일 뒤인 11월 30일 현재 완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할머니의 증상은 호전되었다. 할머니는 물론 할머니의 가족들까지도 몹시 기뻐했다. 할머니는 내원할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할머니는 요즘 나를 명의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면서 다니고 있단다. 할머니는 증상의 재발을 방지하는 한약 처방을 한 번 더 해달라고 부탁했다. 인천에 산다는 할머니의 딸도 내원해서 한약 처방을 받아가지고 갔다. 또 어떤 환자는 할머니의 소개로 왔다면서 치료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럴 때는 한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곤 한다.   



2013.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