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안철수 신당 가칭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에 바란다

林 山 2013. 12. 3. 18:06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안 의원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가칭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국새추)'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이어도 해상에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방공식별구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핵무장을 지속하는 북한까지 마주하고 있지만 우리 정치는 극한적 대립만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라는 두 우파 정당의 대립구도 속에서 정치가 실종된 현재의 정치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은 또 서민생활과 밀접한 육아와 교육, 거주, 일자리, 노후 등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진단하고 국민소득이 2만4천 달러를 넘었음에도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존의 정치권이 국민의 삶을 무시한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 자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도 여기에 무한책임을 느끼며,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고 밝히고,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면서 새로운 정치세력 출범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이 생각하는 정치철학은 무엇인가? 안 의원은 먼저 '민생정치', '생활정치', '가치 있는 삶의 정치'를 제시했다. 나아가 '정의로운 복지국가', '평화통일'을 위한 '정치개혁'과 '경제사회 교육 분야 구조개혁'의 단행을 주장하고 있다. 안 의원의 정치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 의원은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현할 실천방안은 내놓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을 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안 의원이 구체적인 정책이나 청사진도 없이 차기 대선을 위해 창당을 서두른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안철수 의원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새추는 자유주의 우파 정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등 우파 정당이 정권을 장악해 왔다. 여기에 바야흐로 국새추라는 또 하나의 우파 정당이 출범한 것이다. 국새추라는 새로운 자유주의 우파 정치세력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과 과연 어떤 차별성을 가질 것인지 기대가 된다.     


사실 인물을 중심으로 정당이 급조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치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유럽 등 정치 선진국의 정당들은 좌파든 우파든 대부분 수십 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이 상호 보완적으로 정권교체를 해왔다. 한국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두 우파 정당 사이에서만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국민들은 좌파 정치를 경험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우파 정당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좌파 정당의 성장이 필요하다. 노동당이라는 좌파 정당이 있지만 아직은 그 정치세력이 너무나 미약하다. 


요즘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른 국정원 대선개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에 대해서 안철수 의원은 명확한 언급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각자 존중의 대상이지 적이 아니다.'라는 애매모호한 말로써 비켜 갔다. 안 의원이 차기 대선을 겨냥해 지지세력의 결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들이 현재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가장 중요한 국정문제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신당이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두 우파 정당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또한, 안철수 신당이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정치와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일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안철수 신당이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진정으로 부응하는 정당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안철수 신당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안 의원이 밝힌 정치철학은 권력자의 독재정치와 부정부패, 정경유착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독재와 부정부패는 권력의 집중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 신당은 권력을 분산시키는 제도의 정착에 힘을 쏟는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 유럽 각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내각책임제나 프랑스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원집정부제의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   


다음 안철수 신당이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 되라는 것이다. 역대 정권들은 말로만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 실제로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기만 했다. 서민들 목을 죄는 간접세를 줄이고 직접세를 올려야 한다. 서민들도 교육, 의료, 주택 등의 문제로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좀 만들어 보자. 이런 세상이 바로 복지국가가 아니겠는가! OECD 국가 중 한국이 자살률 1위다. 사람들이 왜 자살하는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자살하는 것이 아닌가!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안철수 의원은 '평화는 인권과 함께 우리가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이며 정의와 복지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환경이다. 그리고 평화통일정책의 수립과 실천은 헌법의 명령이며 천년 넘게 통일국가를 유지해온 조국에 대한 우리세대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남과 북의 통일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통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남과 북의 인민들이 자유롭게 서로 오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납북자 문제,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안철수 신당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정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안철수 의원은 정직하고 술수를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안 의원의 이런 성품은 한 인간으로서는 큰 장점이지만 한국의 정치풍토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나라의 우파 정객들이 정치판을 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진흙탕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물에 비유하자면 안철수는 맑고 깨끗한 물이다. 맑은 물은 자칫 잘못하면 진흙탕에 더렵혀지기 십상이다. 안철수 의원이 정계에서 은퇴하는 그날까지 한국의 정치판을 정화하는 맑은 물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과연 안철수 신당이 집권할 수 있을까? 한국은 바야흐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나라다.   



2013.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