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조계종에 소속된 암자가 있다. 어느 날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지만 스님이 내 사주를 봐주게 되었다. 스님이 사주를 봐주었으니 복채를 내야 할 것이 아닌가! 나는 법당으로 올라가 석가모니 삼존불 전에 합장삼배를 올리고 지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한푼도 남김없이 모두 불전함에 넣었다. 불자(佛子)는 아니었지만 왠지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날 저녁 한의원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결산을 하면서 지갑을 보았다. 지갑에는 불전함에 넣었던 것보다 서너 배도 더 되어 보이는 돈이 들어와 있었다. 지갑을 비워서 남을 돕거나 보시할수록 음덕(陰德)이 많이 쌓인다더니 그 말이 꼭 맞는 듯 싶었다. 음덕을 많이 쌓으면 인패(人敗)와 재패(財敗), 병패(病敗)도 극복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한의원을 막 나섰을 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아들이었다. 아들은 모 출판사 입사시험에 합격해서 바로 근무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직장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연봉도 괜찮은 편이며, 회사 대표도 좋은 사람 같다고 했다. 아들이 찾던 바로 그런 직장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들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런 일터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잘 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리오! 그런데, 아들로부터 마음에 드는 직장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즉시발복(卽時發福)이라는 말이 있다. 보시나 기도를 하고 나서 바로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즉시발복이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내게 즉시발복이 일어났던 것 같다. 나는 내게 일어났던 그 모든 일들이 부처님의 가피(加被) 때문이었다고 믿고 싶다.
주역(周易)에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고 했다. '선한 일을 베푸는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긴다.
201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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