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林 山 2014. 6. 21. 18:58

6.4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의 국회의원직 사퇴로 충주에서는 7.30 재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선거를 앞두고 지인들로부터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그것은 내가 지난 2011년 10.26 충주시장 재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한 바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동료나 선후배들 가운데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하는 이들이 있었다. 출마하면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나는 재보궐선거 출마 권유를 받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출마를 바라는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놔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대의명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왔다. 양심에 바탕을 두고 공공선(公共善)을 우선하는 대의명분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도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의 집권 여당은 물에 빠진 세월호처럼 나라를 점점 더 가라앉게 만들고 있었다. 위기와 곤경에 처한 국민들을 어찌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 정의로운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내가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 후반 나는 전교조에 참여해서 교육 민주화 운동을 하느라 아이들이 아빠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10여년에 이르는 해직 생활과 그 이후의 한의대 입학으로 가정경제도 책임지지 못했다. 


아버지와 남편, 가장으로서보다는 남자로서,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추구했던 나는 가정에 안주하기보다는 밖의 일에 더 관심을 쏟았다. 그게 내가 숨을 쉬고 살 수 있는 길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숨이 막혀 질식했거나 출가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나는 분명 불량 아빠였고, 불량 남편이었다.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부재, 어렵고 힘들던 시절 아내에게 남편의 부재를 그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으랴!  


아이들과 아내는 내가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 지난 번 충주시장 재선거 때처럼 본선에 나가지도 못하고 경선 둘러리 역할만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듯했다. 가족들은 내가 정치인이 되기보다는 지금 이대로 한의사의 길을 가면서 훌륭한 아버지, 좋은 남편 역할에서 끝나기를 바랬다. 그것은 정치판에 들어가 사서 고생하지 말고 가정에 충실하면서 지금처럼 평안한 삶을 누리는 것이 좋겠다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대학(大學)'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가정을 다스릴 수 있고, 가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수 있다.'는 뜻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부터 참 어려운 말이다. 평생을 해도 부족한 것이 바로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이요, 집안을 다스리는 '제가'다. 그러니 '치국평천하'는 멀고도 먼 길이 아닐 수 없다. 어렵고도 힘든 길이다. 


좋은 정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려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내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임종헌, 그대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삶을 살아왔는가? 


2014.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