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길을 떠나 길을 묻다 - 부산 민락동 사철나무횟집을 찾아서

林 山 2014. 7. 24. 19:22

먼 길을 달려 저녁 때가 다 되어 부산으로 내려왔다. 부산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민락동 사철나무횟집을 찾아가니 이영철 사장이 현관에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사철나무횟집은 건물 3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영철 사장과의 인연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모임(민지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했던 민지네는 전체 회원들의 정모 외에도 전국각지에서 각종 소모임이 열리곤 했다. 부산 경남 지역 회원들의 남해 소모임에 참석했던 나는 거기서 이 사장을 만났다. 당시 그의 닉네임은 '대포한잔'이었다. 진정성과 뚝심을 동시에 갖춘 그의 모습에 나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민주노동당이 경기동부연합 등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와 전횡으로 분당 사태가 일어나자 민지네도 해체되고 말았다. 민지네 회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몇 년 뒤 이영철 사장이 민락동에 사철나무횟집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내심 부산에 가면 사철나무횟집에 꼭 한 번 들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래서 만남의 장소를 아예 사철나무횟집으로 정했다. 한의대 후배들인 서영화 원장과 정용근 원장도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 해경에 근무하는 연하의 당숙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야간근무여서 전화로 안부 인사만 전했다. 


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한의대에 들어온 서 원장은 나와 같은 학번이었다.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99학번으로 들어온 정 원장은 최근 한의원을 정리하고 요양병원 한방과장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우리는 갖가지 신선한 생선회에 부산의 소주라는 C1을 마시면서 한의대 학창시절로 돌아가 이야기꽃을 피웠다. 생선회 다음으로 이영철 사장이 내온 물회는 모두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정말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물회였다. 내가 지금까지 맛본 물회 중 단연 최고였다.  


밤이 이슥해서야 자리를 파했다. 이영철 사장의 배웅을 받으며 사철나무횟집을 떠났다. 정 원장은 집으로 돌아가고, 서 원장과 함께 동래 온천 지구로 자리를 옮겼다. 서 원장이 예약해 놓은 호텔에 체크인을 한 뒤 근처 꼼장어집에서 2차 곡차례를 가졌다. 내가 꼼장어 소금구이 매니아라는 것을 서 원장은 몰랐을 거다. 꼼장어 구이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마시다 보니 어느덧 취기가 많이 올라왔다. 서 원장을 집으로 보내고 나도 숙소로 들어갔다.         


부산 태양한의원에서 서영화 원장과 함께


이튿날 눈을 떠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부랴부랴 세수를 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동래 온천의 호텔을 떠나 연제구 연산3동에 있는 태양한의원을 방문했다. 태양한의원은 배산역 역세권에 자리잡고 있었다. 서영화 원장이 쌍화탕과 진품 사향으로 직접 아주 제대로 만든 공진단을 내왔다. 서 원장은 열정과 에너지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었다. 태양한의원! 한의원 이름에도 그의 성품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그야말로 '태양인 서영화!'였다. 


이제는 떠나야 할 때! 하룻밤 사이에 많은 추억을 안고 부산을 떠났다. 창원으로 넘어가는 길에 김해 장유 젤미마을아파트에 들러 작은할머님께 문안인사를 드렸다. 실로 오랜만에 작은할머님을 찾아뵙는 것이었다. 작은할머님은 85세의 연세에도 정정하신 모습이었다. 창원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일어나려 하자 작은할머니는 식사를 하고 가라고 붙잡으셨다. 마음 같아서는 작은할머님께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왔다. 이제 떠나면 언제 다시 뵈올꼬? 


아파트 정문까지 따라 내려오신 작은할머님의 배웅을 받으며 김해 장유를 떠났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했다. 헤어지더라도 웃으면서 헤어지자. 그런 이별이 아름다운 이별이 아닐까!  


2014.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