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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 길을 묻다 - 강릉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생

林 山 2014. 7. 23. 10:13


중학교 동창생 남정길과 함께


화진포에서 차를 몰아 강릉으로 내려왔다. 강릉에는 젊을 때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이제는 강릉 사람이 다 된 중학교 동창생 남정길이 살고 있었다. 벌써부터 동창생은 강릉으로 넘어 와서 뼈째회에 소주 한 잔 하고 가라고 성화를 부렸었는데 이제서야 온 것이다. 동창생의 집을 찾은 나는 먼저 그의 노모에게 큰절로 문안인사부터 드렸다. 


동창생 부부와 함께 강릉 시내에 있는 횟집으로 자리를 옮겨 뼈째회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다. 친구는 평생 다닌 직장을 올 8월에 정년퇴직한다고 했다. 퇴직하면 후배가 마련해 준 새로운 직장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할 거라고 했다. 술잔 너머로 수십 년의 세월이 어른거렸다. 45년 전 서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세월이 그만큼 많이 흘렀음을 절실하게 깨달아야만 했다. 


친구가 내어준 안방에서 고마운 하룻밤을 묵었다. 친구는 내가 강릉에 올 때마다 안방을 내주었다. 내가 사양을 해도 그는 막무가내로 나를 안방으로 밀어넣었다. 가슴이 따뜻한 친구의 속정을 새기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강릉시청 뒷산을 거닐었다. 친구의 집으로 돌아오니 아침 밥상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길을 떠날 채비를 차렸다. 길을 떠나기 전 친구는 '인생지사 모든 게 다 새옹지마일세. 실망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게'라는 말을 들려 주었다. 아쉬움을 뒤에 남긴 채 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강릉을 떠났다.      


2014.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