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길을 떠나 길을 묻다 - 창원에서 연하의 당숙을 만나다

林 山 2014. 7. 25. 18:03


창원 경호강메기탕집에서 아재와 함께


김해 장유에서 점심 때가 다 되어 창원으로 넘어 왔다. 창원에 살고 있는 경규 아재와 통화가 되어 의창구 명서동 경호강메기탕집에서 만나 어탕국수를 먹기로 했다. 경호메기탕에 도착하자 아재가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할아버님께 문안인사를 가려고 안부를 물으니 그 연세에도 트럭을 몰고 일을 나가셨다고 한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손님이 엄청 많았다. 겨우 빈자리를 잡고 어탕국수를 주문했다.  어탕국수는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별미였다. 주당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그런 음식이었다. 충주에도 이런 어탕국수를 하는 식당이 있으면 좋으련만.....


경규 아재네는 원래 옛날 진해시 여좌동에 살았었다. 당시 나는 지방의 국립대학 사범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방학을 할 때마다 나는 진해 작은할아버님댁에 내려와서 지내다 가곤 했다. 작은할아버님댁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아재 한 분과 연하의 아재 둘, 그리고 동갑의 아지매와 연하의 아지매가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꽤 어렸던 경규 아재는 당시 코흘리개였다.


아마 대학교 2학년이었을 거다. 여름방학을 맞아 나는 진해로 내려갔다. 어느 날 작은할아버지와 작은할머니, 아재들과 함께 배를 빌려 타고 거제도 해변으로 해수욕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어느 해변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참 물놀이를 하고 있을 때 바닷물이 빠졌다. 바닷물이 물러간 자리에는 홍합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런 광경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재들과 함께 나는 신바람이 나서 홍합을 땄다. 우리는 금방 큰 마대자루로 하나 가득 홍합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배를 타고 진해로 돌아왔다.


작은할머니는 홍합을 깨끗이 씻어서 큰 솥에 넣고 삶았다. 아재들과 나는 첫날까지만 해도 삼시 세 때 홍합을 맛있게 먹었다. 문제는 다음날부터였다. 입에서 홍합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셋째날부터는 홍합만 봐도 역겨웠다. 결국 마대자루로 하나 가득 따온 홍합을 거반 다 버려야만 했다. 우리의 탐욕 때문에 다 먹지도 못할 홍합을 너무 많이 따왔던 것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있다. 가슴에 깊이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작은할머니와 경규 아재 위로 두 아재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두 아재를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 마침 오늘은 상규 아재의 기일(忌日)이란다. 경규 아재는 점심을 먹고 제사를 지내러 대전에 갈 거라고 했다. 상규 아재의 영전에 내 인사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경규 아재는 가면서 먹으라고 미꾸라지 튀김 한 봉지를 들려 주었다. 미꾸라지 튀김 봉지를 통해서 아재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경규 아재는 조카뻘인 나를 언제나 깍듯이 대한다. 그런 경규 아재를 볼 때마다 애틋한 마음이 들곤 한다. 


대전에 잘 다녀오라는 말로 작별인사를 대신하고 경규 아재와 헤어졌다.   


2014.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