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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 길을 묻다 - 비내리는 백두대간 지리산 성삼재에 서다

林 山 2014. 7. 29. 12:12

성삼재 백두대간 지리산 만복대 등산로 입구에서


섬진강변을 따라가는 벚꽃길을 달려 화개장터를 지나 경남과 전남의 도계를 넘었다. 지리산 삼도봉에서 남쪽으로 통꼭봉 - 황장산으로 뻗어내린 불무장등 능선이 경남과 전남을 가르는 도계였다. 구례군 토지면으로 들어서자 장엄한 지리산맥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리산맥 정상부는 먹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천은사를 지나면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필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날 비가 오다니! 시암재에 이르자 구름이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몰려왔다가 사라지곤 했다. 시암재 휴게소는 전망이 뛰어난 곳인데 구름 때문에 경치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길을 떠나올 때부터 지리산을 꼭 보고 오리라 마음먹었었다. 지리산!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산이다. 지리산은 넓고 깊고 커서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준다. 세파에 찌들어 몸과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때 나는 지리산으로 들어가곤 했다. 지리산은 그런 나를 언제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지리산에만 들어오면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내 전생이 지리산과 인연이 깊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마침내 백두대간 성삼재에 올라서다. 성삼재에는 강풍에 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이던가.....? 백두대간을 순례할 때 무거운 배낭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노고단을 넘어오던 내 모습이 눈에 선했다. 60일간에 걸친 백두대간 순례를 마치고 나서 나는 그 전보다 더 낮아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노고단에 오를까도 생각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지리산을 꼭 오르지 않아도 가슴에 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늘아래 첫 동네인 심원계곡 심원마을에서 하루 묵어가기로 하고 성삼재를 떠났다. 


성삼재-묘봉치-고리봉-만복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등산로 입구에 서서 백두대간을 순례할 당시로 돌아가 추억에 잠기다. 


2014.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