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길을 떠나 길을 묻다 - 하늘아래 첫 동네 심원골에 자물다

林 山 2014. 7. 29. 18:48


하늘아래 첫 동네 심원마을 계곡산장에서


하늘아래 첫동네 심원마을에 도착해서 계곡산장 민박집(061-782-1101)에 숙소를 정했다. 마침 2층 작은 방 하나가 남아 있었다. 노고단에서 발원하는 만수천변(萬壽川邊)에 붙여서 지은 천막에 자리를 잡고 돼지 삼겹살과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심원골은 깊은 산속이라 땅거미가 일찍 밀려왔다. 천막에는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놓았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에 곡차가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잠시 뜸하던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더니 이윽고 소나기로 변했다. 날궂이를 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천막을 때리는 빗소리가 요란했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삽시간에 민박집 마당은 물바다가 되었다. 만수천을 흐르는 우렁찬 계곡물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했다. 폭우가 이대로 계속되다가는 계곡물이 시시각각으로 불어나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슬슬 걱정이 되었다.     


1998년 여름에도 지리산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32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1조2천억 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자연재해는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말은 언제나 진리다. 


온세상을 집어삼킬 듯 쏟아지던 집중호우는 다행히도 얼마 후 그쳤다. 밤이 이슥해서 잠자리에 들었다. 꿈속에서도 빗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홍진의 썩은 명리는 만수천에 흘려 보내고

하늘아래 첫동네 지리산 심원마을에 자물다.     


2014.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