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길을 떠나 길을 묻다 - 하동에서 대목 후배를 만나다

林 山 2014. 7. 28. 18:10

하동군 진교면 월운리 후배 이창우 군의 한옥에서


창원에서 지리산으로 들어가다가 하동군(河東郡) 진교면(辰橋面) 월운리(月雲里) 태양사 바로 근처에 자리잡은 후배 이창우 군의 집을 찾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지은 한옥에서 아내,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옛날부터 길렀던 긴 머리는 여전했다. 이 군의 안내로 한옥 안팎을 돌아보았다. 군데군데 재활용 재목을 사용해서 꼼꼼하고도 알뜰하게 지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 아담하고 정겨운 집이었다.   


이창우 군은 젊은 시절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지리산 자락 청학동 삼성궁(三聖宮) 일명 한풀선사(속명 강민주) 밑에서 도를 닦던 사람이었다. 한풀선사는 그에게 한알이라는 법명을 지어 주었다. 나도 그때 한 두어번인가 삼성궁에 가서 한풀선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삼성궁에서 열심히 도를 닦던 어느날 이 군은 '이게 아니다!'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그날로 삼성궁을 뛰쳐나온 이 군은 전통 건축을 배워 지금은 대목으로 일하고 있다. 언젠가 내가 집을 짓게 된다면 이 군에게 맡기리라 생각하고 있다.  


이창우 군은 자기가 지은 집에서 하루 유(留)하고 가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지리산으로 들어가려면 길을 떠나야만 했다. 비록 잠깐 동안이었지만 정말 반가운 만남이었다. 후배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달구름 마을을 떠났다. 


2014.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