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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 길을 묻다 - 백두대간 정령치에 서다

林 山 2014. 7. 31. 16:17

백두대간 정령치 휴게소


정령치 남쪽의 백두대간 만복대 능


정령치에서 바라본 지리산 달궁계곡


백두대간 정령치에서 필자


새벽에 잠이 깼다. 심원계곡은 구름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아침식사를 거른 채 노고단을 오르기 위해 심원마을을 떠났다. 구름 장막에 뒤덮힌 성삼재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노고단 등반에 대한 미련을 아낌없이 버리고 노고단로를 따라 정령치로 향했다.​​


노고단로에서 백두대간 만복대 산허리를 구불구불 감고 도는 정령치로로 접어들었다. 새목재를 지나 정령치에 올라섰다. 정령치 정상에는 구름안개가 바람을 타고 몰려왔다가 사라지곤 했다. 지리산맥 정상부는 구름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달궁계곡 골짜기마다 새하얀 구름안개가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령치에 서서 만복대 능선을 바라보았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2001년 5월 17일 노고단에서 성삼재-고리봉-묘봉치를 거쳐 만복대를 넘어 정령치까지 왔었다. 그때는 배낭이 무거워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2002년 1월 8일 지리산 일대에 폭설경보가 내렸을 때도 성삼재-정령치 백두대간을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뚫고 온 적이 있다. 


만복대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6명을 이끌고 죽을 힘을 다해 눈을 헤치고 오느라 밤 12시가 넘어서야 정령치로 내려오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만복대를 넘어올 때 중간에 두 번이나 길을 잃고 헤매다가 동물적 감각을 살려 길을 다시 찾아냈었다. 만약에 길을 찾지 못했다면 불귀의 객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려운 일을 극복하고 나면 정신적으로 더욱 단련이 되는 법이다. 그날의 경험은 이후 내 인생살이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정령치에 서서 12, 3년 전 백두대간을 순례하던 시절의 추억에 잠기다.     


2014.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