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바느질하는 진메'에서 김용환 아우와 함께
점심 때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전주시 풍남동에 있는 공방 '바느질하는 진메'에 도착했다. 공방 앞 작은 빈터에는 꽃밭이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바느질하는 진메'는 김용택 시인의 여동생인 김복숙 여사와 민주노동당 시절 인연을 맺은 김용환 아우 부부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진메는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암리 섬진강변에 있는 김용택 시인과 김복숙 여사의 생가 마을이다.
김용환 아우와 나는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우를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동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름의 가운데 글자가 둘다 '용'이어서 같은 항렬이라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를 김용택 시인의 동생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부부의 안내로 공방 가까운 곳에 있는 한식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두부전골을 맛있게 잘하는 집이라고 했다. 상차림도 아주 깔끔하고 정갈했다. 팔팔 끓는 두부전골로 점심밥을 맛있게 먹었다. 주인장이 찹쌀떡과 옥수수도 내왔다. 음식은 역시 전라도라더니 그 말이 꼭 맞다.
점심을 먹고 공방으로 돌아오자 김복숙 여사가 '나는 참 늦복 터졌다'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로 주었다. 친정어머니인 박덕성 여사의 책이라고 했다. 친정어머니가 구술 한 것을 며느리인 이은영 여사가 쓰고, 아들인 김용택 시인이 엮은 책이었다.
책에는 여든이 넘어 기력이 쇠해 병원에서 지내게 된 친정어머니가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중 바느질을 시작하고 한글을 깨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된 90년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나는 저자 사인을 해서 나중에 소포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김용택 시인의 가족 뿐만 아니라 내게도 정말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되어 저자의 친필 사인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 시절 김용환 아우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을 때 나는 그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었다. 비록 당대표에서 떨어졌지만 우리는 정치철학이 같은 동지적 관계를 이어갔다. 내가 민주노동당 공개정파였던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자율과 연대' 초대 대표를 맡았을 때도 우리는 함께 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사민연) 공동대표와 인연을 맺은 것도 아마 그 무렵일 것이다. 주대환 당시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나는 그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었다.
나는 2011년 측근들의 권유로 충주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 민주당에 입당했다. 사민연 주대환 공동대표는 2012년 총선에서 권영길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을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민주당과 문성근의 백만민란, 진보신당의 복지연대가 통합민주당으로 합칠 때 김용환 아우도 민주당에 입당했다. 통합민주당은 다시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합당해서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이 되었다.
김용환 아우가 지역의 사회운동단체로부터 탈당 권유를 받고 새정연을 탈당하자 주대환 사민연 공동대표도 사회민주당 창당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새정연을 탈당했다. 정치신인인 나는 7.30 충주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전략공천을 약속했다가 번복한 새정연에 큰 실망을 했다. 나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목하(目下)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연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젼을 보여주지 못하는 구태를 반복했다. 그 결과 새정연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물, 그리고 강한 야당을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손학규, 김두관 등 거물들도 줄줄이 낙선했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대표직에서 사퇴했으며, 손학규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사퇴와 은퇴로 책임을 다한 것일까?
새정연은 제1야당에 안주하면서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엄청난 국고보조금과 특권에 만족한 채 정권교체 의지도 부족하고, 투쟁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서민을 위한 입법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은 데 대한 당연한 결과다. 새정연이 예전의 선명성과 투쟁성을 되찾지 못한다면 희망은 없다고 본다.
김용환 아우가 주대환 사민연 공동대표에게 전화를 걸더니 나에게 바꿔 주었다. 주 공동대표와 나는 이 땅에 사회민주당(사민당)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주 공동대표가 앞으로 사회민주당 창당에 어떤 역할을 할 지 기대감이 자못 크다. 아우는 주 공동대표와 함께 하기로 했다고 한다. 북유럽식의 복지국가를 꿈꾸는 나는 독일이나 스웨덴 사민당 같은 정당이 출현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주를 떠나기 전 '바느질하는 진메' 방문 기념으로 김복숙 여사가 손수 만든 앞치마 하나를 샀다. 김 여사가 앞치마에 예쁜 수를 놓아 주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주를 떠나다.
201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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