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쇠러 내려온 아들과 함께 계명산에 올랐다. 아들과 함께 산에 오른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아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우리는 종종 함께 산에 오르곤 했었다.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아들과 함께 하는 산행은 끝났다. 나도 아들도 바쁜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세월은 흘러 아들은 어느덧 서른 살을 넘기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꼬맹이 아들을 데리고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나를 데리고 산을 오른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꼬맹이 아들에게 든든한 존재였다면 이제는 아들이 내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세월의 흐름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음이여!
234m봉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시 전경
234m봉에서 바라본 탄금대
연수동 주공아파트 5단지 뒤 풍경길 입구에서 시작하여 체육시설 봉우리-연수정-228m봉-막은대미재를 넘었다. 234m봉을 오르다가 9부 능선쯤에 있는 바위전망대에서 잠시 충주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234m봉 정상에는 피뢰침 전봇대가 세워져 있었다. 234m봉에서는 뒷목골산 능선과 팽고리산, 탄금대, 탄금호, 장미산은 물론 보련산, 국망산까지 한눈에 바라보였다.
234m봉을 떠나 작은민재-285m봉를 넘어서 뒷목골산 약수터에 도착했다. 약수를 떠서 목을 축이고 물통에도 채웠다. 아들은 모자를 벗더니 바가지에다 물을 떠서 머리에다 들이부었다.
413m봉에서 바라본 충주시 전경
413m봉에서 아들과 함께
가파른 비탈길을 더위잡아 413m봉에 올라섰다. 413m봉에는 행글라이더 이륙장이 있어서 전망이 좋았다. 해는 이미 기울어 저녁 노을이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미역취꽃
참취꽃
꽃며느리밥풀꽃
고들빼기꽃
산길 풀섶에는 미역취, 참취, 고들빼기, 꽃며느리밥풀꽃이 피어 있었다. 시나브로 땅거미가 밀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해가 지기 전에 계명산을 넘기는 틀렸다.
계명산 정상 표지석에서
계명산 정상에서 바라본 충주호
충주호를 배경으로
계명산(774m) 정상에 올라섰다. 해는 이미 완전히 져서 사위가 어둑어둑해져 오고 있었다. 충주호에도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아들과 함께 정상 인증샷을 찍었다.
잠시 충주호를 내려다본 다음 서둘러 하산길에 올랐다. 703m봉과 705m봉을 지나 615m봉에 이르렀을 때는 캄캄해서 길도 잘 보이지 않았다. 전등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눈뜬 장님이 되어 산을 내려갔다. 가파른 길에서 돌뿌리에 채여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했다.
밤 8시를 넘겨서 마즈막재로 내려왔다. 무릎은 시큰거렸지만 아들과 산행을 함께 하는 내내 나는 행복감을 느꼈다.
2014.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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