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몸살감기로 온 중국 헤이룽장성(黑龙江省) 출신의 조선족 교포 청년

林 山 2014. 10. 22. 12:33

아침에 한의원 문을 열자마자 30대 초반의 조선족 교포 청년이 몸살감기로 그의 어머니와 함께 내원했다. 청년의 어머니도 2주일 전 매핵기(梅核氣) 증상으로 내원하여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청년은 오한발열, 전신통, 기침, 가래, 인후두염, 악하선염 등 전형적인 몸살감기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왼쪽 악하선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청년은 평소 몸이 찬 편인데, 특히 배가 몹시 차다고 했다. 그리고 땀을 많이 흘리고, 설사를 자주 한다고 했다. 가끔 밤을 샐 정도의 수면장애도 있었다. 몸집은 통통하고 살색은 검은 편이었다. 체질은 태음인 느낌이 나는 소음인으로 보였다. 


몸살감기는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서 바이러스와 같은 사기(邪氣)가 침범해서 발병한다. 따라서 몸살감기는 정기(正氣)를 북돋우고 사기를 몰아내는 부정거사(扶正祛邪) 치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청년에게 쌍패탕 3일치를 처방했다. 한약을 따끈따끈하게 데워서 먹은 뒤 뜨끈뜨끈한 방에서 이불을 덮고 땀을 한두 차례 흘린 뒤 푹 쉬라고 일렀다. 급증인 인후두염과 악하선염 치료를 위해 합곡혈과 척택혈, 내정혈에 침을 놓았다. 그리고, 소상혈과 관충혈, 은백혈을 사혈침으로 방혈했다.


하룻밤 지나 몸살감기가 다 나으면 내원할 필요가 없고, 낫지 않으면 내일도 치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특히 인후두염과 악하선염이 가라앉는지 잘 관찰하라고 당부했다.  


청년은 러시아와의 국경도시인 중국 헤이룽장성(黑龙江省) 무단장시(牡丹江市)가 고향이었다. 4년 전 한국에 온 그는 아직 미혼이었다. 청년에게 한국 여성과 결혼을 할 건지 아니면 중국에 돌아가서 결혼을 할 건지 묻자 '장가를 가고 싶어도 색시가 있어야지요.' 하면서 씩 웃었다. 그는 돈을 벌려고 한국에 나왔는데, 지금은 일이 없어서 쉬고 있다고 했다. 


청년의 조상이 무슨 연유로 고국을 떠나 만주의 헤이룽장성으로 이주했는지는 모르겠다. 중국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조선족 교포들이 그렇듯이 청년의 조상도 일본의 가혹한 식민지 통치와 부일민족반역자들의 잔악한 반민족행위를 피해 만주로 떠나갔으리라.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타향에서는 아픈 것도 서럽다. 청년이 한국에 있는 동안 따뜻한 동포애를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청년의 쾌유를 빈다.      



2014.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