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소설가 강준희 선생 내원하다

林 山 2014. 11. 22. 12:01

강준희 선생과 함께


지조와 청렴의 선비 소설가 강준희(姜晙熙) 선생이 내원했다. 선생은 불면증과 이명증을 호소했다. 10여 년 이상 선생을 괴롭힌 불면증은 수면제를 복용해야 할 만큼 심각했다. 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이명증은 불면증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다. 


강준희 선생은 30여 년을 홀로 살아오면서 팔순에 이르도록 오로지 글 쓰는 일에만 매달렸다. 정신이 깨어 있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는 법이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집필 작업은 선생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선생의 불면증과 이명증은 바로 심신의 피로가 쌓이고 쌓인 결과였다. 자신의 건강과 맞바꾼 선생의 왕성한 집필 활동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준희 선생은 내게 오기 전 다른 한의원에서 수차례 한약과 침 치료를 받았는데 별무효과였다고 한다. 선생의 증상은 오래되고 중증이어서 장기간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다. 우선 침구치료를 통해서 조기치신(調氣治神)하고, 한약을 써서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면 점차 호전될 것이다.      


선물로 받은 강준희 선생의 저서


강준희 선생은 내게 소설집 '선비의 나라'(국학자료원, 2012)와 '희언만필'(戱言漫筆, 국학자료원, 2013), '소설가 강준희를 말하다. 이 작가를 한번 보라'(국학자료원, 2014) 등 저서 3권을 친필 서명을 해서 선물했다. 원로작가의 친필 서명이 든 저서는 내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아마 없으리라. 


강준희 선생은 '선비의 나라' 속표지에 '林鍾憲 大雅 淸賞 漁樵齋 夢含室 姜晙熙'라는 서명을 남겼다. 선생은 또 '희언만필' 속표지에는 '林鍾憲 大雅 惠藏 漁齋 夢含室 姜晙熙', '이 작가를 한번 보라' 속표지에는 '林鍾憲 大雅 長留 漁齋 夢含室 姜晙熙'라고 서명했다. 


林鍾憲(임종헌)은 내 이름이요, 大雅(대아)는 나에 대한 선생의 총평이다. 大雅는 평교간(平交間)이나 문인(文人)에 대하여 편지 겉봉 이름 밑에 쓰는 말로 '대단히 고상함', 또는 '극히 올바름'이란 뜻이다. 즉, '매우 훌륭하고 고상(高尙)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선생으로부터 大雅라는 말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大雅가 되라는 선생의 깊은 뜻으로 새겼다. 시경(詩經)의 편명(篇名)에 '大雅'가 있다. 왕도(王道)의 융성을 노래한 가장 전아(典雅)한 글이다. 大雅는 아마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淸賞(청상)은 '맑게 감상하라'는 뜻이다. 漁樵齋(어초재)는 당호(堂號)요, 夢含室(몽함실)은 실호(室號)다. 漁蕉齋 夢含室은 '어부와 초동이 사는 집'의 '꿈을 머금은 방'이다. 당호와 실호에서 선생의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철학과 낭만문객(浪漫文客)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惠藏(혜장)은 '받아서 잘 간직하다', 長留는 '오래도록 머무르다'는 뜻이다. 책을 받아서 오래도록 잘 간직하라는 뜻으로 새겼다.   


강준희 선생은 선비정신이 현대인들에게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을 매우 안타까와 했다. 선생은 '선비정신은 단순히 유교적 소양을 갖춘 학자나 벼슬아치들의 정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과 덕성을 길러 인격을 완성하고, 대의명분을 위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불굴의 정신이 선비정신이다. 따라서 선비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리와 지조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은 바로 선비정신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준희 선생은 1935년 8월 8일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에서 출생했다. 초등학교 졸업이 정규학력의 전부인 선생은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1966년 선생의 '나는 엿장수외다'가 월간 신동아 논픽션 공모전 당선, 1974년 '하 오랜 이 아픔을'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 소설 '하느님 전상서'가 현대문학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신굿', '하늘이여 하늘이여', '미구꾼' 등 30여 권의 작품집을 펴냈다. '강준희 문학전집' 10권은 미국 하버드대학 도서관에도 소장되어 있다. 


강준희 선생은 중부매일, 충청매일, 충청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정론직필의 문명을 날린 바 있다. 선생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과 한국선비정신계승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14.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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