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조와 청렴의 소설가 강준희 선생이 최근에 쓴 저서 3권을 일일이 친필 서명을 해서 내게 선물했다. 나는 감사의 표시로 '소설가 강준희 선생 내원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한 편 썼다. 선생의 이력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쓴 글이었다.
며칠 후 내원한 선생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 드렸다. 선생은 단 한 자의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세심하게 정독하더니 마침내 오자(誤字) 두 자를 지적해 냈다. 글을 쓴 뒤 다시 한 번 검토를 했음에도 찾아내지 못한 오자였다. 선생의 그 꼼꼼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잠자코 강준희 선생의 감상평을 기다렸다. 선생은 백지 한 장을 청하더니 일필휘지로 '同心之言 其臭如蘭'을 써서 내게 주었다. 주역(周易) 계사상(繫辭上)에 나오는 글귀였다. 선생은 주역의 한 구절을 통해서 내 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뜻을 전했다.
주역 계사상에 '二人同心 其利斷金(이인동심 기리단금) 同心之言 其臭如蘭(동심지언 기취여난)'이란 구절이 있다. '두 사람의 마음이 같으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자를 수 있고, 마음을 같이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도 같다.'는 뜻이다. 이하건상(離下乾上)의 동인괘(同人卦)에 대한 공자(孔子)의 해설이다. 붕우(朋友) 사이의 지고지순한 우정을 상징하는 금란지교(金蘭之交)란 말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선생과 나 사이의 사귐도 금란지교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동인(同人)'은 '同志相集(동지상집)' 즉 '서로 같은 뜻을 함께 모은다.'는 뜻이다. 친구 사이의 굳은 신뢰와 두터운 우정에서 나오는 힘은 쇠도 자를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그들의 말은 난초의 향처럼 천지에 진동할 것이다. 진실한 우정의 힘과 영향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강준희 선생은 주역 계사를 통해서 내게 하나의 화두를 던진 것 같다. 벗을 사귈 때는 금란지교를 하라!
201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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