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침마다 몸을 씻는 것은

林 山 2014. 12. 3. 17:57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아침 물뿌리개(샤워기)를 틀어놓고 온몸을 씻는다. 매일 목욕을 하는 습관은 내가 처음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니 한 30년은 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과일 한 접시와 생수 한 잔으로 간단한 식사를 한다. 그런 다음 화장실 세면대로 가서 치간칫솔로 이 사이에 낀 음식물을 제거한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 걸친 옷을 모두 벗고 해방감에 젖은 채 용변을 보면서 양치질을 한다. 치약은 가능한 한 아주 작은 양만 쓴다. 때로는 치약 없이 맨칫솔로 양치질을 하기도 한다. 양치질이 끝나면 구강세정기로 마무리를 한다.


이제는 몸을 씻을 차례다. 먼저 물뿌리개를 틀어놓고 꼬추와 파이어 볼부터 씻는다. 꼬추는 고래를 잡지 않았기 때문에 포피 속까지 말끔하게 씻어 준다. 나의 상징이자 가장 중요한 부위다. 내 아들과 딸, 외손녀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근원이 아니던가!


음경의 귀두를 싸고 있는 포피를 잘라내는 포경수술(包莖手術)을 할 때 흔히 고래잡으러 간다고 한다. 고래잡이의 한자어가 포경(捕鯨)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그렇게 불렀다. 언젠가 포경수술이 유행인 때가 있었다. 아들 녀석도 포경수술을했다. 포경수술은 해서는 안되는 수술이다. 포경수술을 하면 귀두를 보호하는 포피와 함께 능선대, 마이스너 소체, 포피소대, 육양근막, 면역계통, 림프관, 에스트로겐 리셉터, 아포크린선, 피지선, 랑겔한스선, 복측신경 등이 영원히 제거된다. 그 결과 성기의 성적,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거나 상실될 수도 있다.     


꼬추를 씻은 다음 머리를 감는다. 샴푸나 비누는 거의 쓰지 않는다. 환경오염 문제도 있지만 화학제품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샴푸나 비누를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피부와 모발 건강에도 훨씬 더 좋다. 


머리를 감고 나면 볼->얼굴->목->어깨->양쪽 팔과 손->겨드랑이->가슴과 복부->등허리->엉덩이->사타구니->양쪽 다리와 발 순서로 정성을 다해서 손바닥으로 온몸을 구석구석 문질러 준다. 얼굴은 다른 곳보다 더 많이 여러 번 문지른다. 이때 코도 풀고 귓바퀴와 귓속도 씻는다. 배꼽은 검지 손가락을 집어넣어 주름 사이에 낀 때까지 제거한다. 손가락, 발가락 사이사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발바닥을 씻으면 목욕이 끝난다. 손이 닿지 않는 등은 물기를 닦을 때 수건으로 마찰하듯이 여러 번 문질러 준다.  


광활한 우주에서 나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이 세상에서 나보다 존귀한 것은 없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다. 내가 있기에 이 우주도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진다. 내가 없으면 나라도, 우주도 아무 의미가 없다.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존귀한 존재이니 어찌 열과 성을 다해 내 몸을 씻지 않을 수 있으랴!


내가 이처럼 매일 아침 온몸을 깨끗이 씻는 것은 나를 정화하기 위한 일종의 세례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온몸 구석구석을 밀고 닦고 문지르고 만져서 샅샅이 씻고 나면 내 자신이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몸과 마음이 정화되면 말할 수 없는 희열과 행복감이 찾아온다. 사람들을 대할 때나 환자들을 진료할 때도 정화된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 선업(善業)을 쌓는 지름길이라 믿는다. 


나도 사람인지라 살다 보면 세파에 찌들고, 마음가짐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세파에 찌든 때를 벗겨 내고,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나는 매일 아침 내 자신에게 세례 의식을 거행하고 있는 것이다. 


2014.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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