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야산을 오르려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산행을 포기하고 서산, 태안의 향토 음식으로 유명한 게국지로 날궂이를 하기로 했다. 게국지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맛보리라 생각했던 음식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니 서산, 태안의 게국지를 소개하는 소위 파워 블로거들의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파워 블로거들은 한결같이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에 있는 'ㅇㅇ꽃게장백반'을 추천했다.
요즘 댓가를 받고 특정 음식점이나 상품을 소개하는 파워 블로거들이 많은지라 이들의 글은 무시하고 맛집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찾은 게국지 음식점이 안면읍 창기리 도로변에 있는 'ㅇㅇㅇ시골밥상'이었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니 단체손님 한 팀과 부부 손님 한쌍이 먼저 와 있었다.
게국지 차림상
게국지
메뉴판
식단표를 보니 게국지 일인분을 파는 것은 없었다. 할 수 없이 4만 원짜리 소짜(2인분) 하나를 주문했다. 공기밥(천 원)은 별도였다. 게국지가 싼 음식도 아닌데 공기밥 값을 따로 받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잠시 뒤 게국지가 나왔다. 게국지에 꽃게와 새우, 굴, 양파, 대파를 더 넣어서 끓여서 내왔다. 맛을 보니 담백하면서도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술꾼들이 아침에 속풀이하기로 딱 좋은 음식이었다. 하지만 꽃게가 살도 없고 알도 들어 있지 않아 실망했다. 오히려 밑반찬으로 나온 갈치속젓과 굴을 넣어 담근 무생채, 매생이 초무침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게국지는 서산, 태안 등 충청남도 서북부 지역의 향토 음식으로 김치의 일종이다.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청에 늙은 호박, 칠게(능쟁이)나 농게(황발이) 등을 다져 넣어 삭힌 것이 게국지다. 게장이나 굴젓국이 들어가기 때문에 끓여서 먹으면 게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아주 그만이다.
내가 맛본 게국지는 음식 가격에 비해 그리 추천할 만한 음식은 아니었다. 음식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가 좀 떨어지는 음식이라고나 할까! 서산, 태안 지방 여행 기념으로 한 번쯤 먹어볼 만한 그런 향토 음식이었다.
게국지는 원래 어부들이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와 몸은 지치고 시간은 없고 그럴 때 게국지에 잡아온 꽃게 같은 것을 대충 넣어 끓여서 먹던 음식이었다. 게국지는 내가 어릴 때 늘 먹던 김칫국이나 콩나물국처럼 충남 서북부 지역의 서민 음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신문, 방송 등 매스컴을 타면서 게국지는 졸지에 충남 서북부 지역의 유명 향토 음식으로 등극했다.
게국지는 한마디로 가격이 너무 비싸다. 동해안 지방의 서민음식이었던 곰치국이 처음에는 가격이 저렴했다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비싼 음식이 된 것처럼 말이다. 곰치국이나 게국지는 서민 음식의 대명사 순대국밥처럼 뚝배기에 퍼주고 한 그릇에 오륙천 원 내지 육칠천 원 하면 알맞은 음식이다.
내가 서산, 태안 지방에 다시 간다면 게국지를 다시 찾게 될까? 대답은 나의 게국지 탐험은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한다.
201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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