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추억의 닭내장탕

林 山 2015. 4. 30. 18:05

닭내장탕


저녁 때 홀로 연수동 거리를 산책을 하다가 퍼뜩 눈에 띄는 간판이 있었다. '이박닭개장' 식당 간판에 닭내장탕이라는 글자가 보였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식당으로 들어가 다짜고짜 15,000원짜리 중짜 닭내장탕을 주문했다. 


1970년대 중반 청주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다. 강의가 끝나면 친한 동기들과 종종 서문시장 근처 무심천변의 허름한 닭내장탕집을 찾곤 했다. 할머니가 닭의 내장과 모래주머니, 간, 콩팥, 머리, 날개, 발 등에 냉이를 넣어서 끓여 주는 닭내장탕은 얼큰하면서도 맛과 향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막걸리 안주로도 최고였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주머니가 궁한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당시 5,000천 원만 있으면 서너 명이서 닭내장탕에 막걸리를 실컷 먹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구러 세월이 흘러 언젠가 청주에 갈 기회가 있었다. 대학생 시절의 그 맛을 못잊어 서문시장을 찾았지만 닭내장탕집은 간곳없고 그 자리에는 낯선 빌딩이 하나 들어서 있었다. 할머니가 돈을 많이 벌어서 빌딩을 올린 것일까? 하릴없이 빌딩만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무언가 소중한 추억 하나를 영원히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충주에서 닭내장탕을 파는 집을 찾아보았지만 그런 집은 없었다. 한동안 닭내장탕을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닭내장탕집을 발견한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듯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가서 닭내장탕을 주문했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푸짐하게 내온 닭내장탕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어찌 혼자서 먹을 수 있으랴! 내자와 후배도 전화로 불러 합석했다. 생막걸리도 두어 병 시켰다.  


닭내장탕은 청주 서문시장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다. 냉동 닭내장을 쓴 탓이리라. 아쉬웠다. 음식 맛은 식자재의 신선도에 따라 큰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신선한 내장으로 맛있게 끓여 주던 청주 서문시장 할머니의 닭내장탕이 더욱 그리웠다.


화창한 봄날의 깊어가는  닭내장탕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면서 옛 추억을 되새기다. 


2015.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