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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 배후령에 서다

林 山 2015. 5. 15. 10:59

춘천 오봉산(五峯山, 779m) 배후령(背後嶺)을 오르기로 한 날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를 지나가게 되었다. 유포리에는 춘천의 3대 막국수로 유명한 유포리막국수집이 있었다. 요기를 하고 배후령을 오르기 위해 이 집을 찾아 들어갔다. 막국수집은 오봉산에서 뻗어내린 마적산(馬蹟山, 784.7m) 서남쪽 기슭 들판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다. 식당이 들어설 만한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막국수집 안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꽤 여럿 있었다. 메뉴는 막국수(6,000원)와 돼지고기 수육(12,000원), 녹두부침(5,000원), 촌두부(5,000원) 등 네 가지가 전부였다. 막국수와 돼지고기 수육 한 접시를 주문했다. 


곧 막국수와 수육이 나왔다. 막국수에 동치미를 넣고 양념간장과 식초, 겨자를 넣고 비벼서 한 젓가락 입에 넣으니 맛이 담백하고 매콤하면서도 깔끔했다. 막국수에 수육을 곁들여서 먹는 것도 괜찮았다. 면을 다 먹은 다음에는 막국수를 삶은 물을 붓고 저어서 마셨다. 


막국수는 원래 땅이 척박하여 메밀을 주로 재배했던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즐겨 먹던 서민음식이었다. 농삿일로 바쁠 때는 메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면을 삶아 김칫국물에 말아 먹기도 하고,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기도 했다. 옛날에는 서민음식이었던 막국수를 이젠 찾아다니면서 먹는 시대가 되었다. 


막국수와 돼지고기 수육으로 배를 든든히게 채운 다음 길을 나섰다. 배후령 옛길은 천전 IC에서 5번 국도 밑으로 통과하여 마적산에서 경운산(慶雲山, 794m)으로 이어지는 능선 기슭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었다. 배후령 고갯길에는 아카시꽃이 한창이었다. 


배후령 고갯마루


배후령에서 바라본 화천 병풍산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드디어 배후령에 올랐다. 때마침 이곳에서는 '2015 배후령 힐클라임 자전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춘천시 신동초등학교에서 출발하여 배후령 옛길 정상까지 달리는 경기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 사이클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모습이 매우 힘들어 보였다.


배후령 정상에 서자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에 솟아 있는 병풍산(屛楓山, 796.7m)과 죽엽산(竹葉山, 859.2m)이 한눈에 들어왔다. 병풍산 뒤로 보이는 산은 파로호(破虜湖) 건너편에 솟은 일산(日山, 1,194.2m)일 것이었다.   


배후령은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과 화천군 간동면을 잇는 고개로 전에는 46번 국도가 통과했다. 2012년 국내에서 가장 긴 길이 약 5.1km의 배후령터널이 임시 개통되면서 배후령 고갯길은 한산한 길이 되고 말았다. 배후령터널 이전의 국내 최장 터널은 길이 4.6km의 죽령터널이었다.


배후령에서 동남쪽으로 주능선에 오른 다음 북동쪽으로 1~4봉을 넘으면 오봉산, 북서쪽 능선을 타고 가면 화천의 수불무산(693m)과 용화산(龍華山, 878.4m)에 오를 수 있다. 오봉산 남쪽 계곡에는 회전문(回轉門, 보물 제165호)과 상삿뱀 전설로 유명한 청평사(淸平寺)가 있다.   


각시붓꽃



철쭉


배후령 주변에는 철쭉과 각시붓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병꽃도 한창이었다. 배후령 병꽃은 유난히 더 붉었다. 어디선가 뻐꾹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배후령 정상 기슭에는 군인들이 파 놓은 참호와 교통호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분단국가의 슬픈 현실이었다.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분단국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분단으로 이익을 얻는 세력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한 이치다.  


갈 길이 멀어 오봉산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귀로에 오르다.   


2015.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