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후덥지근한 날에는 매콤한 비빔국수를 먹고 싶다

林 山 2015. 6. 2. 10:52


비빔국수 상차림


날도 후덥지근하고 입맛도 없는 날 점심시간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매콤한 비빔국수를 한 그릇 먹고 싶어졌다. 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연수동 연수종합상가 돼지부속구이집으로 돈낭과 돈신을 먹으러 갔다가 길 건너 맞은편 '진미생구이'라는 식당 유리창에 붙어 있던 비빔국수 메뉴가 생각났다. 간판은 '진미생구이'인데 유리창에 붙어 있는 메뉴를 보니 모두 국수뿐이었다. 지인의 말로는 얼마 전까지 고기집을 하다가 국수집으로 바뀌었는데 간판을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오후 1시쯤 '진미생구이'집으로 비빔국수를 먹으러 갔다. 비빔국수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으려니 풍물굿패 몰개 이영광 대표가 제자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왔다.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와서 하는 말이 이 대표가 내 국수값을 계산했단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이 대표 일행의 식대까지 계산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대표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음에는 내가 사겠다고 했다.


서빙하는 직원이 비빔국수가 나오기 전에 비벼 먹으라고 보리밥 반 그릇과 야채를 담은 큰 그릇을 내왔다. 야채와 김치, 무우 생채, 콩나물 무침, 고추장을 넣고 비빈 보리밥은 별미였다. 나는 원체 보리밥 매니아다. 그래서 하루 세끼 보리밥만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보리밥에 김치, 고추장만 있어도 잘 먹는다. 풋고추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보리밥을 먹고나자 곧 비빔국수가 나왔다. 콩나물과 오이, 홍당무, 상추, 양배추 채썬 것을 큼직한 그릇에 깔고 그 위에 쑥을 넣어서 반죽을 했는지 약간 초록빛이 도는 칼국수 면을 얹은 다음, 양념고추장을 한 큰 숟가락 넣고 참깨를 뿌려서 마무리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비빔국수 면발이 좀 굵었다는 것이다. 냉면이나 비빔국수 면발은 가늘수록 좋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냉면이나 비빔국수는 면발이 가늘어야 식감과 목넘김이 좋다. 잔치국수 면발 정도가 적당하다.  


그리고 비빔국수에는 콩나물을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콩나물도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콩나물은 매콤하면서도 상큼한 비빔국수 특유의 맛과 술술 넘어가는 목넘김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면발은 이미 식도로 넘어갔는데 아직도 입안에 질긴 콩나물이 남아 있다면 비빔국수의 맛이 반감될 수 있다.  


야채와 양념고추장은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좋았다. 면발과 콩나물만 개선한다면 맛이 뛰어난 비빔국수로 인정받을 것으로 믿는다. 국수 삶은 물에 김을 고명으로 뿌린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시원했다. 


비빔국수로 소문난 유명 국수집에 가보면 하나같이 면발이 가늘다. 콩나물을 쓰는 집도 거의 없다.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식자재들 사이의 조화와 영양, 식감과 목넘김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진미생구이'집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비빔국수를 기대한다.


2015.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