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산골바람 덕에 시원한 여름나기

林 山 2015. 8. 6. 12:28

연수동 계명산 아래 자리잡은 아파트


요즘 연일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리고 제주도에서는 열대야 현상까지 생겼다고 한다. 나도 낮에는 너무 더워 사무실에서는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있다. 


그런데 저녁 때 퇴근하고 집에 가서 샤워만 해도 별로 더운 줄 모르겠다. 에어컨이 있기는 하지만 단 한번도 가동한 적이 없다. 선풍기는 아예 없다.


낮 동안이나 초저녁에는 조금 더운 듯도 하지만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한밤중에는 서늘해서 러닝 셔츠라도 입어야 할 판이다. 어제 밤에도 자다가 배가 너무 서늘해서 러닝 셔츠를 입고 다시 잠을 청해야만 했다.


전에 살던 아파트는 여름에 너무 더워서 늘 선풍기를 틀어놓고 살았었다. 혹시 이상기후가 아닌가 싶어서 낮에 직원과 내원한 사람들에게 '밤에 덥지 않던가요?' 하고 물어 보았다. 모두들 한결같이 밤에 너무 더워서 잠을 설치곤 한다는 대답이었다. 


폭염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은 왜 덥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파트가 여름에도 시원한 것은 바로 뒤에 있는 계명산 덕분이었다. 다른 원인은 찾을 수 없었다. 


산이 있으면 낮에는 산기슭에서 산꼭대기를 향해서 골바람(谷風)이 불고, 밤에는 산꼭대기에서 산기슭을 향해서 산바람(山風)이 분다. 이를 산골바람(山谷風, Mountain breeze and valley breeze)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산골바람 지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산골바람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연수동 계명산 아래 자리잡은 아파트로 이사를 할 때만 해도 이런 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살다 보니 이사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015.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