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갈 때마다 권금성에서 집선봉-칠성봉-화채봉-대청봉으로 이어지는 화채능선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화채능선은 기약없이 휴식년제에 묶여 있어 탐방이 불가능했다. 나는 화채능선이 왜 장기간 휴식년제로 묶여 있는가에 대해서 늘 의문을 품고 있었다. 공룡능선이나 서북능선과 비교해서도 형평성의 문제가 있지 않은가!
언제부터인가 산악인들 사이에 권금성 케이블카 운영사에 특혜를 주기 위해 화채능선을 휴식년제로 묶어 놓았다는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특혜 의혹의 실체가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풍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공원 설악산을 이용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권금성 케이블카는 지자체나 공단이 아닌 한 개인이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주인은 다름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인 한병기 일가였다. 1955년 당시 5사단장 박정희의 전속부관을 지낸 한병기는 1958년 박정희와 그의 첫째 부인 김호남 사이에서 낳은 딸 박재옥과 결혼횄다.
한병기 일가는 국립공원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 특혜를 받아 42년 동안 독점적으로 운영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케이블카 사업으로 지난해에는 37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천만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화채능선 휴식년제를 볼모로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한 것이다. 2015년 현재 권금성 케이블카 왕복요금은 대인 9,000원, 소인 6,000원이다.
화채능선 휴식년제와 권금성 케이블카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채능선을 휴식년제로 묶어 놓으면 케이블카 탑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왕복표를 끊어야만 한다. 휴식년제로 묶어 놓지 않으면 많은 등산객들이 편도표만 끊은 채 화채능선을 타고 대청봉으로 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케이블카 수입도 상당히 감소될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화채능선을 생태계 보호라는 명목으로 장기간 휴식년제로 묶어 놓아 한병기 일가의 케이블카 사업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혜 의혹이 사실이라면 몇 번이나 화채능선을 탐방하려다가 휴식년제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나로서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권금성 케이블카 특혜 의혹을 해명해야 할 것이다.
2015.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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