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트레인 체험을 마치고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 트레인(switch-back train)을 타기로 했다. 스위치백 트레인은 경사가 가파른 산악지대에서 전진과 후진을 하면서 지그재그(zigzag)로 오르내리는 열차를 말한다. 해발 471m의 추추파크 스테이션에서 해발 245m의 나한정역까지 5.9Km의 거리를 오가는 이 산악관광열차는 평균 속도 25km/h로 달리며, 체험 시간은 약 90분 정도 걸린다. 나한정역에서 약 20~30분 정도 정차한 뒤에 다시 추추파크 스테이션으로 되돌아온다. 탑승 인원은 좌석 166석, 입석 134석이다. 요금은 왕복 (11.8km) 9,000원, 편도 (5.9km) 6,000원이다.
증기형 기관차
스위치백 트레인은 을 끄는 기관차는 증기기관차를 닮았디만 실제로는 디젤기관차였다. 하얀 증기를 내뿜으면서 통리협곡을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상상했다가 실망하고 말았다. 기관차 뒤에는 난로 객차, 고급 객차, 오픈형 객차 등 3량의 열차가 연결되어 있었다.
흥전역 스위치백 구간
왕복표를 끊어 외손녀 둘과 함께 두 번째 객차에 올랐다. 통리협곡을 울리는 기적소리와 열차가 출발했다. 열차가 옛 심포리역을 지나 흥전역 스위치백 구간에 이르러 잠시 멈춰 섰다. 앞에 있던 기관사가 내려서 뒤로 옮겨 타기 위해서였다. 열차는 곧 후진으로 나한정역을 향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외손녀가 차창 밖으로 얼굴을 빠꼼하게 내밀고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열차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열차 안에서는 삶은 달걀과 음료수를 파는 판매원이 있었다. 판매원이 수레를 끌고 내 좌석 가까이 왔을 때 달걀 몇 개와 음료수를 샀다. 달걀을 까 먹으면서 충북선 열차를 타고 다니던 대학생 시절의 옛 추억에 잠겼다.
나한정역
나한정역 역사
스위치백 트레인 객차
수동 궤도차
종착역인 나한정역에 도착했다. 옛 영동선 폐역인 나한정역에서 20~30분 정차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보물찾기도 한다고 했다. 보물을 찾은 사람에게 미니어쳐 기차를 준다고 하자 어린이들이 앞다퉈서 열차 밖으러 달려나갔다. 나한정역에는 펌프형 핸드카와 페달형 궤도자전차가 있었다. 펌프형 핸드카는 인기가 많아 줄을 서야만 했다. 페달형 궤도자전차는 고장이 나서 탈 수가 없었다.
나한정역 역사에는 자그마한 갤러리가 화장실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갤러리에는 지유라 작가의 개인전 '집 이야기'가 열리고 있었다.
지유라 개인전 '집 이야기' 안내판
꿈꾸는 집, 가고 싶은 집, 추억의 집..... 십수년간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했던 내게 집은 돌아갈 곳이고, 가족이고, 그리움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금, 나의 집 이야기를 나무조각에 그려 본다. 먹고, 자고, 배설하고, 쉬고..... 집은 가장 자유롭고, 가장 솔직한 나만의 공간이다. 집은 휴식이 되고, 안정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쫓기듯 살아온 나에게 집은 쉬어 가라 자리를 내어준다. 돌아갈 집이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지유라
추추파크 안내도
갤러리에는 뜬금없이 하이원추추파크 안내도가 붙어 있었다. 안내도는 전시 작품들과 동떨어진 이질감을 주고 있었다. 이것을 왜 여기다 붙여 놓았는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 이야기
추억의 집
집을 그리다 보면 처음 4B를 쥐었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등에 '福'자가 새겨진 빨간 돼지 저금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문방구, 달달하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던 소보루 빵이 맛있던 그 빵집, '일원이요~ 삼십칠 원이이요~' 또랑또랑 숫자 읊던 소리가 들려오던 주산학원, 아빠가 좋아했던 도라무통 깡통의 돼지갈비집, 방학 때 들렸던 외할머니가 동네의 국밥집, 얼음집, 한복집,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집..... 이련히 떠오르는 행복했던 그 시절, 그 골목길을 다시 찾아간다.-지유라
집 이야기
가고 싶은 집
여행은 설레임과 호기심이 공존한다. 여러 세계의 집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생활을 엿본다. 가고 싶은 집..... 산토리니의 그 하얀 집과 파란 창문, 푸른 눈의 소녀를 만날 것 같은..... 가고 싶은 집!-지유라
집 이야기
지유라의 작품에 등장하는 집들은 대부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그 특징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크기가 작았다. 그런데 그 작은 집들에 주의를 기울여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문득 내 어린 시절의 아늑하고 포근했던 초가집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초가지붕, 보름달, 하얀 박꽃, 어머니의 옛날 이야기.....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들이 하나 둘 되살아났다.
지유라 개인전을 다 둘러보고 갤러리를 나섰다. 예술 작품에는 역시 영혼을 살찌우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추추파크에 와서 예술 작품 전시회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뜻하지 않게 지유라 작가 전시회를 볼 수 있어서 횡재한 느낌이었다.
나한정역 역사 앞 포장마차에서는 반건조 오징어와 쥐포, 음료수 슬러쉬, 커피 등을 팔고 있었다. 오징어와 쥐포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오징어와 쥐포, 음료수 슬러쉬를 사서 객차에 올라탔다. 오징어 다리에 추억을 담아 씹으면서 추추파크로 돌아왔다.
2015.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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