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청원]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한다!

林 山 2015. 8. 26. 17:09

강원도와 양양군이 유네스코(UNESCO)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국립공원 설악산 오색지구와 끝청봉 3.5km를 잇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또 다시 추진하고 있어 녹색연합, 녹색당 등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이미 지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추진되다가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 부족과 환경 훼손 등의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부결시켜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2014년 10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서 설악산 케이블카를 조기 추진하라'고 지시하고,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앞장서면서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은 후손 대대로 고이 물려주어야 할 아름다운 설악산을 파헤쳐서라도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 시작이 바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인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 문재인 대표도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의 설악산 케이블카 조기 추진 구상에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지난 8월 7일 문재인 새민련 대표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8월 21일 녹색당과 환경단체 회원들은 새민련 당사를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책임자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새민련은 이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채 경찰에 시설보호요청을 했다. 새민련은 또 환경단체들의 문재인 대표 면담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국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고, 또 전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업에 대해 새민련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환경단체들에 대해 경찰을 동원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제1야당이 보여주고 있는 슬픈 자화상이다. 새민련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지난 7월 29일 '케이블카 반대와 산지관광정책 철회를 위한 400인 선언'에 새민련의 장하나, 은수미 의원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철저하게 묻히고 있다. 


새민련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집권 여당을 견제해야 할 제1야당 새민련이 오히려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의 환경파괴와 졸속개발 정책에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새민련의 이런 행태는 아마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원도민들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새민련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에 맞장구를 치면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박근혜 정권과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합작품으로 추진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문순 지사는 지난 3월 양양군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자필 확약서도 써 주었다고 한다. 최 지사는 또 8월 28일로 예정된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통과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새민련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새누리당 소속 김진하 양양군수 등이 이처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에는 엄청난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토건족들과 결탁한 권력자들은 새만금 갯벌을 죽이고, 4대강을 파헤친 댓가로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했다. 이들이 이번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국립공원인 설악산을 파헤쳐서 막대한 이권을 챙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집권 여당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야당이 있는 것이다. 정권을 견제하려면 야당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권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제1야당 새민련의 모습은 어떠한가? 새민련의 행태를 보면 허울만 야당일 뿐 하는 짓이 꼭 양아치 수준이다. 고작 할 줄 아는 것이란 여당 흉내내기 아니면 계파싸움 뿐이다. 새민련은 야당의 역할을 포기한 채 새누리당과 한통속이 되어 국민을 우롱하면서 한탕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새민련처럼 무능한 야당은 일찌기 없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최문순 지사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멀어 보인다. 최근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낸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성 분석 보고서가 잘못 작성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향후 케이블카 탑승객 예측이 뻥튀기로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케이블카 탑승 요금이 부풀려지고, 비용을 축소해서 계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제성을 제대로 분석한다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최문순 지사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경제성 논리로만 몰아가서도 안된다. 설악산은 국토의 단 1.5%뿐인 국립공원자연보존지구이자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산이다. 더군다나 오색케이블카 사업 예정지는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천연기념물 제217호)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오색-끝청봉 구간과 설악산 정상부의 환경이 망가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정상부에 오름으로써 설악산이 그 중심부터 훼손되고, 산양의 서식지도 위협받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경제성이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설악산의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서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중단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환경이 좋아진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국의 수많은 케이블카 중 수입을 올리고 있는 곳은 2~3곳 뿐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경제성조차 의문시되는 사업이다. 오색 주민들도 케이블카 설치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설악산 정상부까지 30분만에 왕복할 수 있게 되면 오색 체류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주체와 찬성론자들은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해서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애인과 노약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일회성 관광을 위한 케이블카가 아니다. 버스를 이용할 수 없어서 설악산까지 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이동수단을 보장하는 것이 먼저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률과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인들을 위한 복지는 외면하면서 장애인과 노약자들를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구차한 핑계일 뿐이다. 어떻게든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억지 논리에 다름아니다.


설악산은 양양군민 나아가 강원도민만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국민의 것이기도 히다. 또한, 우리가 후손 대대로 고이 물려 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 유산이기도 하다. 관광 수익을 위해 우리의 소중한 자연 유산인 설악산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것은 소탐대실하는 어리석은 행위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국립공원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어떻게 하면 잘 보전할까 고민한다. 백년 앞을 내다보는 양양군민과 강원도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설악산에 오색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지리산과 신불산에도, 통영과 거제 등지에도 케이블카가 들어서게 된다. 또, 국립공원 산꼭대기에도 호텔과 식당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는 새만금 방조제, 4대강 대운하에서 시작한 삽질이 국립공원을 거쳐 대한민국 전국토로 확산된다는 것을 뜻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저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는 8월 28일 환경부 주관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심의할 국립공원위원회가 열린다. 양양군의 세 번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신청에 대하여 지난 두 차례와 마찬가지로 부결시킬 것을 환경부에 강력하게 촉구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과 새민련은 지금이라도 겸허하게 반성하고, 최문순 지사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즉시 철회하기 바란다.


설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


2015년 8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