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Democratic Party) 경선에서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무소속, 버몬트) 상원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을 위협하고 있다. 유태인 버니 샌더스가 기업인 재벌 등 유태인 세력의 조직적인 지지와 후원를 받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을 바싹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버니 샌더스 돌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에 불만을 가진 중산층 이하의 미국인들이 '억만장자들에 저항하는 정치혁명'이란 기치를 내걸고 모든 사람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 고등교육의 무상 또는 의무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정의 실현과 불평등 해소,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는 버니 샌더스에 크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조차 1%의 억만장자 기업권력에 굴복하여 고용과 임금, 의료와 교육 등 생존권 보장과 복지 향상을 외면하는 상황에 대한 99%의 분노와 저항을 버니 샌더스가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금권정치에 예속되어 99%를 외면하고 1%를 위해 정치하는 민주-공화 보수 양당체제에 대한 절망과 저항이 버니 샌더스 돌풍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7월부터 본격적인 유세에 들어간 버니 샌더스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억만장자들에 저항하는 정치혁명'을 외치는 그의 유세장에 모여드는 지지자들의 규모는 연일 힐러리 클린턴을 압도하고 있다. 2015년 8월 9일 오리건 주 포틀랜드 유세에는 약 2만8천 명의 지지자가 참석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일 전 힐러리 클린턴의 유세장에는 5천5백 명의 지지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니 샌더스가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방식도 다른 후보들과는 획기적으로 다르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공화당의 젭 부시(Jeb Bush)는 선거자금을 주로 대기업이나 억만장자의 거액기부, 즉 슈퍼팩(Super PAC, Super Political Action Committee)을 통해서 모금하고 있다. 2015년 1/4분기에 젭 부시는 1억300만 달러, 힐러리 클린턴은 4,750만 달러를 모금했다. 그러나, 버니 샌더스는 슈퍼팩을 거부하고, 소액 모금운동을 통해 1,500만 달러를 모금했다. 버니 샌더스의 모금액은 부시나 클린턴에 비해 매우 적지만, 자발적 지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기부금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미국 노동자들의 열기도 뜨겁다.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미국노총) 남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본부와 수백 개에 이르는 노조 지부들은 버니 샌더스 지지를 선언했다. '버니를 지지하는 노동자들(Labor for Bernie)' 모임에는 5천여 명의 노동조합원들이 가입했다. 조합원 140만 명을 거느린 미국교원노조(AFT, 위원장 Randy Weingarten)는 내부 논의과정 없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후보로 선정했다가 평조합원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에 직면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버니 샌더스 지지 열기는 AFL-CIO 지도부로 하여금 지지 대선후보 결정을 연기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진보좌파 세력은 민주-공화 보수 양당체제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독자 정당의 건설이 최대의 목표이다. 그러나, 지난 1980년대 무지개 연합(Rainbow Coalition)의 제시 잭슨(Jesse Jackson)과 2007년 녹색당(Green Party of the United States)의 랠프 네이더(Ralph Nader) 등 두 번의 대선 캠페인 실패에서 보듯이 미국의 진보좌파 세력은 독자 정당을 건설하기에는 아직 그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버니 샌더스도 이러한 한계를 잘 알고 있기에 독자 출마를 포기하고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것이다.
민주당과의 연계를 거부하는 진보좌파 세력은 버니 샌더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 참여로 민주당과의 연계를 택한 버니 샌더스와는 달리 미국 녹색당은 질 스타인(Jill Stein) 후보를 내세워 독자노선을 걸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질 스타인도 대선 완주를 선언한 바 있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되지 못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99%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을 바라는 미국인들의 염원은 미국 대선에서 지금 버니 샌더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버니 샌더스는 과연 미국의 금권정치를 극복하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수 있을까? 나아가 올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을까? 버니 샌더스 돌풍은 미국의 민주-공화 보수 양당체제를 종식시키고 진보좌파 정당의 결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2016 미국 대선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2016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당선되어 억만장자들에 저항하는 정치혁명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한국의 정치 상황은 여러모로 미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도 새누리당과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보수 양당체제가 1%를 위한 정치를 해왔고, 진보좌파 세력은 파편화된 채 지리멸렬한 상태이다. 그 결과 한국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빈부격차가 심각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천정배의 국민회의나 안철수의 국민의당 등 민주당 탈당파도 결국은 보수정당이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 혁명을 이끌고 있는 버니 샌더스 같은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버니 샌더스 출현을 고대한다.
2016.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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