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가랑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함박눈으로 변했다. 오후에 들어서는 눈폭탄이라도 터진 듯 눈이 쏟아졌다.
눈 내리는 연수동
눈이 내리면 강아지만 좋아서 날뛰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낭만적이 된다.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면 우리가 문득 잊고 살던 순수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만든 눈사람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오랜만에 눈사람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눈을 맞으면서 눈을 굴리는데 숨도 차고 땀도 났다. 드디어 작은 눈사람이 하나 완성되었다. 숯이 없어서 눈, 코, 입을 윤곽만 그렸다. 눈사람을 만드는 동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눈사람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눈은 여전히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눈사람을 어둠 속에 홀로 남겨두고 집에 돌아오려니 마음 한구석이 좀 짠했다.
두 번째 만든 눈사람
집에 돌아와 잠시 쉬고 있는데, 무언가 섬뜩한 느낌이 머리를 스쳐지나가서 밖으로 나가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눈사람의 머리가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누군가 눈사람의 얼굴을 발차기로 날려버린 것 같았다.
눈사람의 얼굴을 만들려고 다시 눈을 굴렸다. 얼굴을 만들어 올리고 나서 이번에는 눈을 뭉쳐 눈, 귀, 코, 입, 팔까지 만들어 붙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또 다시 누가 눈사람을 발로 걷어찰까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태양이 눈사람을 데려갈 때까지 누구든 그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아 비록 눈사람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걷어차지 말지어다. 눈사람이 누구에게는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게 해줄지도 모르리니.
2016.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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