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세돌 대 알파고 세기의 바둑 대결 예상

林 山 2016. 3. 11. 12:37

구글(Google) 딥마인드(DeepMind)의 알파고(AlphaGo)가 세기의 바둑대결 제2국에서도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李世乭)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둠으로써 전세계인들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알파고는 제1국에서도 이세돌에게 불계승을 거둔 바 있다. 


전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2국은 알파고의 흑번으로 시작되었다. 알파고는 선착의 묘를 살려 상변에 삼연성의 변형인 중국식 포석을 전개한 뒤 좌하귀 백진영에서 초반 급전을 유도했다. 알파고는 상변에 장성을 구축하기 위해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을 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흑은 귀를 파고들어서 살고, 백은 대신에 세력을 얻었다. 이후 이세돌은 시종일관 알파고에 끌려다니다가 불계패를 당하고 말았다.


알파고는 판세를 읽는 눈도 밝고, 전투력도 강하고, 수읽기에도 능했다.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바둑 괴물을 보는 듯 했다. 알파고가 하변에서 실리를 취하고, 상변에 장성을 쌓는 것이 성공한다면 이세돌이 고전(패)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세기의 바둑 대결이 벌어지기 전에 나는 '제1국은 어쩌면 이세돌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머지 대국은 전패할 것이다'라고 예상했었다. 나는 진심으로 나의 이러한 예상이 틀리기를 바란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사실 말도 안되는 코메디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의 돈질 쇼에 전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딥 마인드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개발한 알파고의 핵심 기술은 딥 러닝(Deep Learning)이다. 딥 러닝은 사람처럼 스스로 보고 배운 지식을 계속 쌓아가면서 공부하는 컴퓨터 인공지능 학습법이다. 자습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알파고는 가능한 모든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오차 범위 즉 실수를 점점 줄여갈 수 있다. 


알파고는 모든 경우의 수를 탐색하는 슈퍼컴퓨터(supercomputer)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인공지능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알파고는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알고리즘(algorism)으로 바둑판 위의 모든 경우의 수를 탐색해서 불필요한 수를 줄여서 착점을 결정하고, 그 수가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게다가 알파고는 2015년 10월 판후이 2단에게 5전 전승을 거둔 뒤 450만 번 이상의 대국을 통해서 수많은 바둑 실전 데이타를 수집했다.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바둑 실전 데이터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알파고는 최상의 바둑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알파고는 이미 바둑의 신 수준에 올라섰다. 이런 알파고를 상대로 인간이 어떻게 이기겠는가! 애초부터 인간은 알파고의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구글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세돌이 제1국을 이긴다 하더라도 나머지 대국은 왜 전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제1국을 통해서 알파고는 이세돌의 기풍과 장단점 등 모든 것을 파악하고 학습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알파고가 제2국부터 절대로 질 수 없는 최상의 수만을 구사하면 천하의 이세돌이라 하더라도 당해낼 도리가 없다. 바둑의 역사에서 이세돌은 바둑신 알파고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선지자 역을 맡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사는 어쩌면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차례차례 정복한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동양문명이 낳은 바둑은 서양문명이 넘지 못한 몇 안되는 분야였다. 그러나 서양문명은 이제 인공지능을 통해서 바둑마저 넘어서려 하고 있다. 아니 이미 넘어섰다. 알파고를 창조한 구글 딥마인드 참 대단하다. 구글 딥마인드를 낳은 서양문명은 더 대단하다.  


동양문명의 상징 이세돌은 지금 서양문명의 상징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알파고는 제1국에 이어 제2국도 불계승을 거둠으로써 이대로 간다면 이세돌에게 전승을 거두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이제 바둑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도전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세기의 바둑 대결 제1, 2국의 승리로 구글은 광고 효과 등 이미 얻고자 한 것은 다 얻고도 남았을 것 같다. 이세돌을 꺾음으로써 구글의 미래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풍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세돌에게 한 100억원쯤 줘도 그건 껌값에 불과할 정도로 말이다.     


알파고와의 남은 대국에서도 나는 이세돌이 전패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나는 한 인간으로서 또 동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세돌을 응원한다. 단 한번만이라도 이세돌이 알파고를 꼭 이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2016. 3. 11. 오래전에 바둑 아마 초단을 두었던 사람 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