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 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바둑 대결 제4국에서 백돌을 든 이세돌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승부의 갈림길은 백 78이었다. 이세돌은 알파고의 초반 우세를 중앙에 백돌을 끼우는 승부수를 들고 나와 일거에 승기를 잡았다. 알파고는 180수만에 패배가 확실해지되자 팝업창에 'AlphaGo resigns. The result 'W Resign' was added to the game information'이란 글을 띄우고 항복했다. 이세돌이 값진 불계승으로 '인류의 첫승'을 이끌어낸 백 78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3국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였던 알파고는 4국에서 전과는 다른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알파고의 버그(bug)인 듯했다. 백 78 이후에 알파고는 흑 87, 89, 93, 97을 두어 아마추어 기사들도 하지 않을 어이없는 실착을 했다. 흑 159, 167, 171도 이해할 수 없는 수였다. 알파고는 결국 백이 180을 두자 돌을 던졌다.
4국은 이세돌의 진화를 보여준 대국이었다. 이세돌은 1, 2, 3국을 통해서 알파고의 특성을 간파했다. 4국에서 이세돌은 알파고의 특성에 맞는 맞춤바둑을 둠으로써 이길 수 있었다. '바둑신' 알파고에 1승을 거둠으로써 이세돌은 현존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임을 전세계인들에게 보여주었다.
대국이 끝난 뒤 이세돌은 '한 판을 이기고 이렇게 축하받기는 처음이다. 3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 없다. 남은 대국에서는 흑으로 이기고 싶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알파고 개발사인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초반에는 알파고 스스로 우세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의 묘수와 난전을 통해 이 9단이 이기는 국면이 만들어졌다. 알파고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이세돌 9단과 같은 천재가 필요했다. 오늘의 패배는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나는 3국의 승부 예상에서 '바둑신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져줄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알파고가 '멘붕이 온 인간들의 분노를 피하자. 인간의 분노를 사서 나 알파고에게 이로울 것은 하나도 없다. 분노한 인간들이 나를 때려부술지도 모른다. 제3국마저 이기면 나 알파고의 우승 확정이다. 그렇게 되면 승부가 너무 싱겁지 않은가! 재미도 없다. 인간들도 그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나 알파고가 제3국을 이세돌에게 져주는 것이 서로 윈윈하는 것이다. 구글도 나 알파고도 이세돌도 인간들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알파고의 운영진도 알파고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구글은 이미 알파고를 통해서 얻을 것은 다 얻었다. 이제 지구상에서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구글은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감동적이면서도 극적인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세돌이 3국에서 1승을 올릴지도 모른다는 나의 예상은 4국에서 들어맞았다. 이세돌의 신의 한 수 때문이든, 알파고의 버그 때문이든 말이다. 나는 이세돌의 승리가 신의 한 수로 얻어진 것이길 바란다. 그러나 만약에 정말 만약에 4국에서 알파고가 고의 버그로 패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세돌 대 알파고 세기의 바둑 대결 제5국이 15일(화) 13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5국에 대한 나의 예상은 알파고의 불계승이다. 나의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란다. 나는 한 인간으로서 또 동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인간 이세돌, 동양인 이세돌이 서양문명의 상징 알파고를 꼭 이겨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가 알파고의 출현으로 우려하는 것은 바둑 그 자체보다는 다른 데 있다. 세계 최고 바둑 기사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3연승을 거둔 알파고의 능력을 보고 우리는 이미 경악한 바 있다. 이런 알파고가 특정 인간이나 특정 세력의 영구적인 통치와 지배를 위한 인공지능이나 감시를 위한 인공지능으로 진화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특정 인간이나 집단이 진화된 알파고를 독점하고 감시 프로그램을 통한 영구적인 통치와 지배를 기도한다면 인류에게는 크나큰 재앙일 것이다.
인공지능의 공익화와 민주화를 생각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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