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홀로 살아가기 2일차

林 山 2016. 3. 22. 12:48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 라면 끓여 먹고 놔둔 그릇 설거지를 했다. 세제를 안 쓰고 설거지를 한다는 게 좀 어렵다. 하지만 세제를 쓰지 않는 것이 내 원칙이니 이것만은 꼭 지킬 생각이다. 환경을 위해서는 이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제를 쓰면 내 집의 그릇이 깨끗해지는 만큼 강과 바다는 오염될 것이다.


설거지 후


설겆이를 끝내고 나서 부엌을 둘러보니 아무리 봐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생초보자 티가 팍팍 난다. 살림살이를 잘한다는 남자들에게 마구 존경심이 들려고 한다.

 

견과류로 아침을 때우고 출근하면 된다. 요리를 해보려고 해도 당췌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못 하겠다. 게다가 나의 게으른 천성이 귀찮은 것보다는 차라리 굶는 쪽을 택하게 한다.


세수를 하러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니 전등이 깜빡거린다. 이거 벌써 3일 전부터 깜빡거리는 건데 귀찮아서 아직 전등을 안 갈고 있다. 저녁 때 퇴근해서 꼭 갈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금요일 전까지는 갈아야 한다. 하지만 이건 또 저녁이 돼 봐야 알 것이다. 


오늘 점심은 외식하고, 저녁에는 돼지고기라도 한 근 사다가 김치찌개라도 끓여 봐야겠다. 밥은 햇반을 먹기로 했다. 햇반을 먹어 보았는데 쌀의 품질이 상당히 좋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사실은 저녁도 외식하기 쉽다. 외식을 하게 된다면 옹심이칼국수나 엄마손순댓국, 명문대가곰탕, 반계탕집 중 한 곳이 될 것이다. 


아버지를 세째 아우의 아파트 입구까지 모셔다 드리고 출근했다. 셋째 아우는 내 일터가 있는 상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당분간 셋째 제수씨가 식사를 맡아주기로 했다. 아버지도 차라리 그편이 나을 것이다.


명문대가 진국소머리곰탕


점심 때 소설가 강준희 선생과 연수동 명문대가에서 진국소머리곰탕을 먹었다. 소머리곰탕 한 그릇으로 민생고 한끼가 해결된 셈이다. 명문대가 소머리곰탕은 소뼈를 오랫동안 고아서 낸 국물이 진국이다. 소머리곰탕을 한 그릇 먹고 나면 정말 식사를 한 것처럼 든든하다.


가도횟집 생선회


저녁 때는 충북수상스키협회 권혁용 회장과 연수동 가도횟집에서 생선회를 먹었다. 숭어와 우럭, 도다리회가 나왔다. 내가 불쌍해 보였던지 권 회장이 위로주 한 잔 낸단다. 오래간만에 생선회를 포식했다. 마음을 써준 권 회장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전등


권 회장과 헤어져서 집으로 들어오다가 아이파크마트에서 안방 화장실 전등을 사가지고 왔다, 주인이 주는 대로 사왔는데 전등이 너무 커서 맞지를 않는다. 낭패다. 내일 전등을 바꿔 와서 다시 갈아야겠다. 


내가 이 집에 살고 있어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이 집에서 나는 손님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 


2016.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