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홀로 살아가기 3일차

林 山 2016. 3. 22. 15:11

새벽에 썰렁해서 잠이 깼다. 보일러 계기판을 보니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온도를 올리는 것을 깜빡하고 잊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보일러 트는 것을 배워뒀기에 다행이다. 보일러를 가동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비비씨 엔터테인먼트(BBC entertainment) 채널에서 그레이엄 노튼(Graham Norton) 쇼가 나오고 있었다. 뮤지컬 스타 줄리 앤드류스(Julie Andrews), 미국의 가수이자 패션 디자이너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외 두 명이 게스트로 나왔다. 줄리 앤드류스는 80세가 넘었는데 50대로 보인다. 그녀는 나이를 거꾸로 먹나? 이런 빅 쇼를 왜 새벽에 하는지 모르겠다. 시차 때문일까? 그레이엄 노튼 쇼는 국내 토크 쇼와는 차원이 다른 토크 쇼다.


영어를 못해도 나는 종종 시엔엔(CNN)이나 비비시(BBC) 뉴스를 본다. 제이티비시(JTBC)의 손석희 뉴스를 제외하곤 시엔엔이나 비비시 뉴스와 비교하면 국내의 지상파, 종편 뉴스는 거의 쓰레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를 잘 못알아들어도 내가 시엔엔이나 비비시 뉴스를 보는 이유다.


영화 매니아들에게는 케이블 선댄스(Sundance)나 인디필름(Indie Film), 음악 매니아들에게는 아이콘서트(IConcerts)나 클래시카(Classica), 다큐 매니아들에게는 엔지시(NGC,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추천한다. 진작에 영어를 좀 해둘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 프레지던트(President)가 보수파의 거두 앤터닌 스칼리아(Antonin Scalia)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에 공화당에 호의적인 온건 성향의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장 메릭 갈랜드(Merrick Garland)를 지명했다는 소식이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의 인준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것인 만큼 오바마의 선택을 이해한다.


프레지던트라는 말을 쓴 것은 나는 대통령, 총통, 수령이라는 권위주의적인 말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프레지던트의 진정한 의미는 '의장'으로서 국가의 일을 주재한다는 뜻이며, '의장'이란 '함께 이끌어간다'는 뜻이 강하다. 프레지던트는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는 용어다. 대통령은 총통, 수령과 같은 말로 '혼자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나는 대통령, 총통, 수령 같은 따위는 필요없고 프레지던트를 원한다.


새누리, 더민주, 국민당이 공천후유증으로 시끄럽다는 소식이다. 공천은 지역구 당원들이 상향식으로 선출해야 민주주의에 맞는 거 아닌가! 중앙당 실세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것은 후보들을 줄세우기 하려는 것이다. 임명제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기보다는 공천권자의 앞잡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나라에서 말도 안되는 짓거리들을 당연한 듯이 하고 있다.


나는 노동당이 최소한 원내 20석을 넘는 세상이 와야 그래도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거라고 본다. 노동당은 과연 원내 20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노동당은 제발 실력과 세력을 좀 키우기 바란다. 


좌우가 균형을 이루는 사회가 되어야지 이건 뭐 눈도 오른쪽 거 하나 팔도 오른쪽 거 하나만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장악하고 양눈 양팔 가진 온전한 사람들을 지배하는 꼴이다. 양는 양팔 가진 사람들도 외눈 외팔이가 되려고 안달하는 세상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나라다. 이준석이 같이 싹수가 노란 자들이 많은 나라는 망하기 딱 좋은 나라다.


견과류로 아침을 때우고 세수를 했다. 오늘도 미세먼지가 충주의 하늘을 뿌옇게 덮었다. KBS 1TV에서 방영하는 '인간극장'은 다 보고, 아이파크마트에서 바꿀 전구를 들고 집을 나섰다. 난 인간극장 같은 프로가 좋다.


출근하려는데 KBS 1TV '아침마당'에서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인문학'을 주제로 채사장이라는 작가가 부르디외가 어쩌고 저쩌고 강연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진실을 말하면 잡혀가는 나라에서 무슨 인문학이 성장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인문학이 어쩌고 저쩌고 할 때가 아니다. 인문학을 할 수 있는 풍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회, 성역없는 비판이 가능한 나라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전에 인문학을 논하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짬뽕이다. 그런 인문학은 사기인 듯 사기 아닌 사기다.


출근하면서 전구를 갖고 나갔는데 아이파크마트 문을 열지 않았다. 그 옆 세탁소도 문이 닫혀 있다. 아이파크마트, 세탁소 사장님들은 배가 부른 것인가? 앞으로 다른 마트, 세탁소를 이용해야 하나?


퇴근 후 전등을 바꾸러 갔더니 안 바꿔 준단다. 다른 주민들은 다들 그냥 쓴단다. 졸지에 내가 유별난 사람만 되고 말았다. 다시 들어와 전구를 다시 끼우니 밝기가 아까와 달리 밝아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 놈의 전구가 날 갖고 놀리나?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그런가?


라면


전등을 바꾸러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저녁을 준비할 시간을 놓쳤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도 귀찮고, 해서 먹자니 식재료 준비도 안되어 있어서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겠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물의 양을 제대로 넣고 라면을 끓였다. 김치, 파, 달걀도 넣고 고추장도 풀었다. 제목을 붙이자면 고추장 라면이다.   


칭다오 맥주


라면을 다 먹고 나서 중국산 수입 맥주 칭다오(靑島) 한 캔을 땄다. 안주는 고추장에 찍은 멸치다. 밀러 맥주보다 약간 맛이 강한 칭다오 맥주는 내가 즐겨 마시는 맥주 가운데 하나다. 


오늘은 저녁을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만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런 거 아니겠는가!  


2016.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