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버님 혼자 쓰시는 화장실 청소를 했다. 변기 주변으로 흥건하게 괸 노란 소변을 샤워기로 물을 뿌려서 깨끗이 지워냈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소변은 흘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은 아니지 않은가! 이제 출근하기 전에 아버지 방에 환기만 시키면 된다.
KBS 1TV '인간극장'을 보면서 견과류로 아침을 때웠다. 견과류 중에는 피칸(pecan)이 맛있다. '인간극장'에서는 일찍부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5일장을 돌며 과자를 파는 장똘뱅이로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성구씨 이야기가 나온다. 성구씨가 가수의 꿈을 꼭 이루기 바란다.
아침마당 토크 쇼에는 탤러트 겸 가수 김성환이 나와 '묻지 마세요'란 노래를 부른다. 김성환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넉살좋은 입담이 매력적인 탤런트다. 언제부터인가 방송에서도 전라도 사투리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치, 경제 등 사회 모든 분야를 경상도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나는 방송에서 충청도 사투리만큼이나 전라도 사투리가 그립다.
보일러를 끄고 아버지 방 환기를 위해 창을 활짝 열었다. 노인들에게서만 나는 특유의 지린내 비슷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이런 냄새를 풍기는 늙은이가 되면 매일 목욕을 하고 향수라도 뿌려야 할까보다. 문단속을 한 뒤 아버지를 모시고 출근길에 나선다. 성당 미사가 있는 날인 수요일만 제외하고 나는 매일 아버지를 모시고 한의원에 함께 출근한다.
밖에 나오니 봄비가 오는 듯 마는 듯 흩날리고 있다. 오늘도 충주의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옇다.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방진마스크를 꼭 하고 다녀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미세먼지는 발암물질 특히 폐암의 주요 원인 물질 중 하나이고, 호흡기에 아주 좋지 않다.
한방반계탕
점심 때는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반계탕집에서 한방반계탕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주인장이 반주로 능이주 한잔을 내왔다. 봄비가 내려서 그런지 술맛이 제대로 난다. 창밖으로 샛노란 산수유꽃을 바라보면서 봄맞이술(春酒)을 마시다. 이 집에서는 양계장 닭이 아니라 놓아서 먹이는 닭을 쓴단다. 육수도 제대로 만들어서 구수하고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닭이 반 마리만 들어간다고 해서 반계탕이다.
오늘 저녁 때부터는 4일 동안의 홀로 살아가기가 끝난다. 4일 동안 깨달은 것이 많다. 그동안 나는 세상을 참 편하게 살아온 것 같다. 내가 편하면 누군가는 불편하거나 수고를 해야 한다. 내조가 없었다면 내가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내조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낀 4일이었다.
2016. 3. 18.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녀님들의 부활절 선물 (0) | 2016.03.30 |
---|---|
칵테일 토파즈(Topaz) (0) | 2016.03.30 |
홀로 살아가기 3일차 (0) | 2016.03.22 |
홀로 살아가기 2일차 (0) | 2016.03.22 |
홀로 살아가기 1일차 (0) | 2016.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