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에는 천마산에서 너도바람꽃과 복수초, 앉은부처, 청노루귀, 올괴불나무꽃을 보았다. 너도바람꽃이 피고 2주일쯤 지나면 만주바람꽃이 피기 시작한다. 만주바람꽃과 얼레지를 만나러 천마산으로 들어갔다.
천마산 큰골
천마산 큰골 산기슭에는 산벚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산골짜기에는 온통 연초록의 생명 기운으로 충만했다. 나뭇가지에서 움을 틔우는 새싹들의 아우성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산자고
큰골을 오르다가 산자고(山慈姑)를 만났다. 천마산에 다니기 시작한 이래 산자고의 꽃은 처음 본 것 같다. 2008년도 4월 초에 통영 미륵산에서 산자고를 만난 이후 처음이다. 이런 행운은 산에 다니는 사람들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산자고(Tulipa edulis)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지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중부 지방에서도 볼 수 있다.
땅 속에는 지름 5mm쯤 되는 계란 꼴의 비늘줄기(鱗莖)가 연한 갈색의 껍질을 쓰고 있다. 가늘고 길쭉한 2장의 연한 잎이 비늘줄기에서 자라난다. 꽃은 4~5월 줄기 끝에 1∼3송이가 달리는데, 넓은 종 모양의 흰색 꽃이 위를 향하여 벌어지면서 피어난다.
산자고는 포기 전체를 나물로 식용한다. 일본에서는 산자고의 비늘줄기를 자양강장제로 달여서 먹거나 불에 구워 먹기도 한다. 산자고의 비늘줄기를 생약명 자고(慈姑), 산자고(山慈姑), 광자고(光慈姑)라고 한다. 민간에서 종기, 종양, 인후두염, 임파선염, 산후 어혈로 인한 갖가지 증세, 통풍(通風)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화농성 종양은 비늘줄기를 짓찧어서 종이나 헝겊에 발라 환부에 붙인다. 물에 달여서 복용하기도 한다.
한의사들이 쓰는 한약재 산자고(山慈姑)는 이 꽃이 아니다. 한약명 산자고는 난초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인 약난초(藥蘭草, Cremastrae Appendiculatae Tuber)로 금등(金燈), 녹제초(鹿蹄草), 산자고(山茨菇), 주고(朱姑), 모고(毛姑)라고도 한다. 산자고는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으로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며, 종양을 없애주는 효능이 있어 옹저정종(癰疽疔腫, 종양), 나력(瘰癧, 결핵성 림프선염), 인후두염(咽喉頭炎) 등을 치료한다. 뱀이나, 독충, 미친개에 물린 상처의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 산자고는 유독성 한약재이므로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을 복용해야 한다.
개별꽃
큰골에는 작고 앙증맞은 개별꽃(Pseudostellaria hoterophylla)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개별꽃은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자란다. 4~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 1개의 흰 꽃이 위를 향하여 핀다. 꽃 모양이 별과 같고, 산에서 피기 때문에 개별꽃이라 부른다. 들별꽃이라고도 한다. 동속식물에는 큰개별꽃(Pseudostellaria palibiniana (Takeda) Ohwi)과 참개별꽃(Pseudostellaria coreana (Nak.) Ohwi)이 있다. 줄기 끝 부분의 잎이 넓은 난형이고, 꽃자루에 짧은 털이 있어서 큰개별꽃과 구분된다.
어린잎과 줄기는 나물로 식용한다. 개별꽃의 덩이뿌리를 생약명 태자삼(太子蔘)이라고 한다. 7~8월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성질은 따뜻하며, 맛은 달고 약간 쓰다. 독성은 없다. 민간에서 보폐강장(補肺强壯), 윤폐청폐(潤肺淸肺), 건비위(健脾胃)의 효능이 있다고 해서 건망증, 다한증, 불면증, 산후식욕부진, 소화불량, 식욕부진, 신기허약, 심장판막증, 열성하리, 치질, 해수, 허약체질 등에 쓴다. 한의사들은 쓰지 않는 약재다.
천마산계곡의 까마귀
큰골에서 천마산계곡으로 넘어갔다. 큰골에서 천마산계곡으로 넘어가려면 능선을 세 개 정도 넘어야 한다. 천마산계곡에서 야생화들을 관찰하고 있는데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내 바로 위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녀석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는 까마귀의 영역을 침범한 것일 수도 있다. 까마귀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나를 몰아낼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까마귀야 미안하다.
청노루귀
늦게 피어난 청노귀를 만났다. 노루귀는 2주일 전쯤이 절정이었고 지금은 끝물이었다. 노루귀는 꽃이 피고 나면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잎이 나오는 모습이 마치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노루귀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루귀는 꽃이 예뻐서 관상 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이다.
노루귀는 이른 봄에 흰색, 분홍색, 청색의 꽃이 핀다. 청색 꽃이 피는 노루귀를 청노루귀라고 한다. 청노루귀라는 종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꽃이 피고 나서 나오는 잎의 모양이 마치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고, 학명 Hepatica는 잎이 간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나리아재비과 노루귀속은 전 세계적으로 약 7종이 있다. 한국에는 울릉도 특산인 섬노루귀(H. maxima (Nakai) Nakai)를 포함해서 3종의 노루귀가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새끼노루귀(H. insularis Nakai)는 노루귀에 비해 전체적으로 작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루귀는 울릉도산 섬노루귀보다 새끼노루귀와 유전적으로 유연관계가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새끼노루귀는 주로 전남과 제주 등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얼레지
얼레지
얼레지
얼레지
'바람난 여인' 얼레지는 천마산에서 바야흐로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꽃말이 어째서 '바람난 여인'인지 모르겠다. 뒤로 활짝 젖혀진 꽃잎이 마치 따뜻한 봄바람에 겨운 여인이 치마를 활짝 들쳐올려 속살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꽃말을 가졌다는 설이 있다. 얼레지의 또 다른 꽃말은 '질투'이다. 꽃이 너무 예뻐 다른 들꽃 산꽃들이 질투를 해서 그런 꽃말이 붙었을 것 같다.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 꽃말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다.
얼레지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Erythronium japonicum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얼레지를 가재무릇이라고도 한다. 간혹 흰얼레지(Erythronium japonicum (Balrer) Decne. for. album T. Lee)가 발견되기도 한다.
영어명은 Dog-tooth Violet(개이빨제비꽃)이라고 하는데, 얼레지가 피기 전의 바소꼴 꽃봉오리가 개의 이빨을 닮아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것 같다. 예쁜 꽃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얼레지를 중국에서는 돼지어금니꽃(猪牙花, zhuyahua), 일본에서는 카타꾸리(カタクリ, 片栗)라고 부른다.
얼레지는 바소꼴로 땅속 깊이 들어 있는 비늘줄기에서 2개의 잎이 나와서 수평으로 퍼진다. 잎은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으로 녹색 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다. 4월에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끝에 1개의 꽃이 밑을 향하여 달린다. 6장의 자주색 꽃잎은 바소꼴이고, 뒤로 말리며, 밑부분에 W형의 암자색 무늬가 있다. 꽃밥은 진한 자색이고 선형이다.
엘레지는 꽃이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기도 한다. 얼레지의 어린잎은 나물이나 국거리로 이용하고, 비늘줄기로는 조림 요리를 할 수 있다. 맛은 담백한 편이다. 비늘줄기를 강판으로 간 다음 물에 가라앉혀 녹말을 얻어 요리용으로 쓰기도 하는데, 많이 섭취하면 설사를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뿌리는 조림으로도 요리를 할 수 있다.
얼레지의 비늘줄기를 생약명 산자고(山慈姑), 차전엽(車前葉)이라고 한다. 건위, 지사, 진토(鎭吐)의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위장염, 설사, 구토 등의 치료에 물로 달이거나 가루내어 복용한다. 화상을 입었을 때에는 생알뿌리를 짓찧어서 환부에 붙여준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현호색
현호색
현호색(玄胡索)은 천마산에 지천으로 피었다. 현호색은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Corydalis turtschaninovii BESS이다. 한국, 중국 동북지방, 시베리아 등지에서 자란다. 꽃은 4월에 하늘색 또는 홍자색, 진청색으로 핀다. 입술 모양의 꽃이 앞쪽은 넓고, 뒤쪽은 꿀주머니로 좁다랗다.
우리나라에는 18종의 현호색이 있다. 갈퀴현호색은 꽃받침이 특히 커서 마치 갈퀴처럼 꽃통을 싸고 있다. 울릉도 특산 섬현호색은 꽃이 진 다음 화서(花序)가 밑을 향하여 자라는 것이 특색이다. 점현호색은 잎에 점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식물체가 작은 난쟁이현호색은 새로 알려진 종이다. 탐라현호색은 꽃자루에 털이 밀생하는 특징이 있다.
현호색의 덩이줄기(塊莖)는 한약재로 쓴다. 한의학에서 현호색을 연호색(延胡索), 원호색(元胡索), 연호(延胡)라고도 한다. 연호색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왕하오구(王好古)는 '본래 약재의 이름이 현호색(玄胡索)인데, 송(宋)의 진종(眞宗)을 피휘(避諱)하여 현(玄)을 연(延)으로 고친 것이다'라고 하였다.
현호색은 행기지통(行氣止痛), 활혈산어(活血散瘀)의 효능이 있어 정혈제(淨血劑), 진통제, 진경제로 쓴다. 강력한 진통 효과로 흉협완복동통(胸脇脘腹疼痛), 경폐통경(經閉痛經, 생리통), 산후어조(産後瘀阻), 질박종통(跌撲腫痛, 타박상) 등을 치료한다. 자궁출혈, 산후오로부진(産後惡露不盡), 지체동통(肢體疼痛), 징가적취(癥瘕積聚)에도 쓸 수 있다.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흰색의 작고 앙증맞은 만주바람꽃도 피어 있었다. 만주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Isopyrum manshuricum (Kom.) Kom.이며, 우리나라 경기도와 강원도 등 중부 이북 지방, 중국 동북부, 우수리강 등지에서 자란다. 바람꽃아재비라고도 부른다.
만주바람꽃의 뿌리는 보리알 같은 많은 덩이뿌리(괴근)가 달려 있다. 괴근이 달린 땅속줄기 끝에서부터 잎과 줄기가 나온다. 4월에 피는 꽃은 옅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잎 사이에서 한 송이씩 달린다. 꽃 지름은 약 1.5cm이다.
만주바람꽃의 뿌리는 민간에서 약재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유독성 식물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처방이 아니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천마산에 와서 만주바람꽃과 얼레지를 보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뜻하지 않게 산자고꽃을 만나는 행운까지 따라주었다. 다 진 줄 알았던 청노루귀도 반가왔다. 현호색과 별꽃은 덤이었다. 산에는 바야흐로 봄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2016.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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