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는 안재성, 윤동수 작가와 힘께 삼척의 낭만가도를 따라서 내려가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작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서 좋다. 삼척 정라진항을 떠나 낭만가도를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한재에서 바라본 삼척 정라진항
한재에서 바라본 삼척 맹방해변
맹방해변에 핀 해당화
삼척시 오분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삼척로로 들어섰다. 삼척로를 따라 한재에 올라섰다. 한재는 전망이 매우 좋은 곳이다. 한재에서는 북쪽의 정라진항과 남쪽의 근덕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육백지맥의 안항산(鞍項山, 359m) 북동쪽 끝에 있는 해안단구(海岸段丘)를 넘어가는 고개가 한재이다.
한재밑해변, 상맹방해변, 하맹방해변을 합쳐서 근덕해변 또는 근덕해수욕장이라고 부른다. 사람들 사이에는 맹방해변으로 더 잘 알려진 듯하다. 맹방해변에는 해당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드넓은 해변에는 파도소리만 들려올 뿐 적막하기 그지 없었다. 맹방해변은 영화 '봄날은 간다',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 촬영지이기도 하다.
덕산항
마읍천을 사이에 두고 바로 남쪽에 덕산해변이 있다. 덕산해변에서 덕산항으로 가다 보면 길가에 물회로 유명한 덕산바다횟집이 있다. 나는 덕산해변에 올 때마다 덕산바다횟집의 물회 한 그릇을 먹고 가곤 한다. 덕산항은 작고 조용한 항구이다. 덕산항 동쪽에는 새바위라는 바위섬이 있다.
부남해변
부남해변
낭만가도 방재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부남해변에 들렀다. 부남해변을 따라 설치된 철책에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인공위성을 띄우는 시대에 철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남북간 불가침협정의 체결로 볼썽사나운 철책을 하루빨리 철거했으면 좋겠다.
부남해변은 피서철에만 개방한다고 한다. 북쪽으로 조금 전에 지나온 덕산항이 바라보인다. 규모가 아주 작고 잘 알려지지 않아서 조용한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해변이다.
대진항
대진마을 성황당
성황당
윤동수 작가와 성황당 앞에서
낭만가도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대진항도 그런 곳 중 하나다. 대진항 북쪽에는 옛날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아주 작은 포구가 있다. 포구가 있는 산기슭에 있는 성황당에는 서낭신과 장군신, 용왕, 산신을 모셔 놓았다.
낭만정
낭만정에 핀 해당화
방재로는 대진삼거리에서 끝나고 그 남쪽부터는 공양왕릉길이다. 공양왕릉길에는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능선에 정자 하나가 있다. 이름이 없기에 낭만정이라고 명명했다. 낭만정 주위에는 해당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해당화를 보면 원로 여가수 이미자가 부른 '섬마을 선생님'이란 노래가 떠오르곤 한다. '섬마을 선생님'은 그만큼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이다.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철새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열아홉 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공양왕릉
살해재
궁촌항 서쪽 야산에는 이성계가 보낸 자객에게 살해당한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릉이 있다. 대왕산 기슭 지금의 국도 7호선인 동해대로가 넘어가는 고개 이름이 살해재이다. 공양왕과 두 아들이 살해된 고개라고 살해재라고 한다. 지금은 사래재라고 부르는데 그 어원은 살해재이다. 공양왕과 두 아들은 저 고개에서 살해되어서 궁촌리 야산에 묻힌것이다.
예로부터 권력지향형 인간들과는 상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권력지향형 인간들은 자신의 권력 획득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궁촌항
궁촌해변과 원평해변
공양왕릉 언덕배기에 서면 작고 아담한 궁촌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궁촌항 바로 남쪽으로 추천이 흐르고, 추천 남쪽으로 궁촌해변과 원평해변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궁촌해변에 떼를 지어 날아와 앉아 있는 갈매기들의 풍경이 평화로와 보였다.
초곡항
문암해변과 초곡해변
초곡항은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초곡항 전망대에서는 초곡해변과 문암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암해변에는 해안 풍경을 아기자기하게 해주는 갯바위들이 떠 있다. 문암해변 남쪽에 있는 초곡항은 양양 남애항, 강릉 심곡항과 더불어 강원 3대 미항에 속한다.
용화재
용화해변과 장호항
윤동수 작가와 용화재에서
초곡길을 따라서 용화재에 오르면 아름다운 용화해변과 장호항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다가온다. 용화재를 말굽재 또는 마굴치(馬窟峙)라고도 부른다. 나그네에게는 근덕면 용화리 용화해변과 관련된 용화재라는 이름이 더 기억하기 쉬울 것이다. 용화재 전망이 뛰어난 곳에는 정자 하나가 세워져 있다. 용화재를 넘다가 이 정자를 지나치면 용화해변의 절경을 놓치는 것이다.
장호항
영기횟집 물회
점심 때쯤 장호항에 도착했다. 장호항 뒷산 언덕에는 장호리와 용화리 0.88㎞ 구간을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로프웨이) 승강장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배도 출출하고 해서 장호항에 있는 영기횟집에 들어가 물회를 시켰다. 물회는 한 그릇에 12,000원이었다. 가자미와 히라스(부시리) 물회에 밥을 말아서 먹으니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미였다.
갈남항
월미도
갈남해변
장호항에서 갈남항으로 이어지는 고개에 올라서면 갈남항과 월미도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인천에 월미도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삼척에 월미도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갈남해변은 해금강이라고 해도 될 만큼 경치가 아름다왔다.
신남해변
신남항
신남해변
신남해변
해신당
해신당
남근상
필자
갈남항에서 남쪽으로 고개 하나를 넘으면 신남항이다. 신남항에는 바다에 빠져 죽은 처녀신을 모시는 해신당이 있다. 신남마을 사람들은 3년에 1번씩 당굿을 하고, 해마다 목제 남근을 바친다고 한다. 해신당에 들어가려면 성인의 경우 3,5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삼척의 낭만가도를 따라 떠난 여행은 신남항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삼척 낭만가도 해안 곳곳에는 비경이 숨어 있었다. 삼척의 아름다운 해안 경관이 개발이란 미명으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연은 우리가 후손에게 빌려 쓰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6.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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