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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챤 바흐(Johann Sebastian Bach)-Suites for Solo Cello(무반주 첼로 모음곡)

林 山 2017. 6. 9. 09:58

요한 세바스챤 바흐(Johann Sebastian Bach)-Suites for Solo Cello(무반주 첼로 모음곡)


BWV1007~1012 <Suites for Solo Cello(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의 바이블'이자 독주 악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곡들이다. 이 곡들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여섯 곡 모두 전주를 갖고 있으며, 각 악장들 대부분이 춤곡이다. 여섯 곡 중 첫 번째 곡의 전주(prelude)가 유명하다. 


파블로 카잘스는 '이 곡은 육체의 춤곡이 아니라 영혼의 춤곡이다'라고 말했다. 첼로는 바이올린처럼 화려한 악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각 악장들을 춤곡으로 채운 것을 보면 바흐는 첼로에 상당히 조예가 깊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근엄하면서도 정열적이고, 적막감이 흐르는가 하면 때로는 광풍처럼 낮고 무겁게 깔리는 첼로 연주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바흐 시대까지만 해도 첼로는 베이스 선율을 담당하는 저음 현악기로서 멜로디를 뒷받침하는 통주저음 악기로 인식되었다. 길게 지속되는 베이스 성부 위에 멜로디가 전개되는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악기는 주로 바이올린 같은 높은 음역의 악기들이었다. 그러나 1720년을 전후로 바흐는 ‘만년 조연’에 머물던 첼로를 전면에 내세운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한다. 통주저음이나 앙상블을 이루는 일체의 악기를 배제한 채, 오직 한 대의 첼로만으로 모음곡을 구상한 것은 그 아이디어만으로도 이미 파격적인 것이었다. 첼로 모음곡에 앞서, 혹은 그와 비슷한 시기에 바흐는 무반주로 연주하는 바이올린 음악도 작곡했다. 이 두 작품은 모두 바흐의 일관성 있는 음악적 시도를 반영한 것으로, 실제로 바흐가 직접 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의 필사 악보에 보면, “1부는 통주저음이 없는 바이올린 독주곡, 2부는 통주저음이 없는 첼로 독주곡”이라는 내용의 메모가 적혀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악보에는 2부에 수록되었어야 할 첼로 독주곡은 존재하지 않는데, 오늘날 이 2부에 해당하는 악보는 바흐의 아내, 안나 막달레나 바흐가 정리한 사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날 바흐가 직접 쓴 자필 악보는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필사본을 비롯해 몇 가지 종류의 사본들이 남아 있다. 바흐 시대의 사보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요한 페터 켈너, 함부르크의 오르가니스트였던 요한 크리스토프 베스트팔이 정리한 필사본이 20세기 이후 꾸준히 발견되면서 여섯 개의 모음곡을 작곡하는 과정에서 바흐는 첼로 독주만으로 곡을 끌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하나의 멜로디 단편을 여러 음역에서 나오게 한다거나, 중음주법을 사용해 멜로디와 화음을 동시에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실제로 〈모음곡 1번〉의 프렐류드의 경우, 선율이 주제인 동시에 펼친 화음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처럼 이전까지 시도된 적이 거의 없는 독특하고 난해한 기교가 동원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듣는 이에게는 새롭고 다채로운 재미를 주었을지 몰라도 연주자에게는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작품이 되었다. 실제로 바흐의 첼로 모음곡 이후 이와 동일한 편성의 음악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20세기가 되어서야 헝가리 작곡가 졸탄 코다이, 바흐 음악의 계승자로 알려진 막스 레거, 그리고 영국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이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를 위해 작곡한 무반주 첼로 모음곡 등이 등장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기본적으로 당시에 유행하던 춤곡 모음곡의 표준 악장 구성을 따랐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성격이 강한 프렐류드를 시작으로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지그까지 네 개의 필수 춤곡이 큰 줄기를 이룬다. 사라방드와 지그 사이에는 작곡가의 취향이나 개성, 곡의 분위기를 반영해 다양한 종류의 춤곡이 삽입되는데, 이렇게 고전 춤곡 모음곡에 삽입되어 흥을 돋우는 춤곡들을 ‘갈란테리아(Galanteria)’라고 한다. 바흐는 여기에도 일정한 질서를 주어서 1, 2번에는 미뉴에트, 3, 4번에는 부레, 5, 6번에는 가보트를 사용했다.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BWV1007은 프렐류트(Prelude), 알르망드(Allemande), 쿠랑트(Courante), 사라방드(Sarabande), 미뉴에트(Menuet), 지그(Gigue)로 구성되었다. 이 곡은 여섯 곡의 모음곡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악곡이다. 개방현 위주인 G장조는 첼리스트가 연주하기 비교적 수월한 조성인데, 첫 곡인 ‘프렐류드’는 G장조의 아르페지오 음형이 곡의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전개된다. 선율이 곧 화음이 되는 이 음형은 바흐가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비롯해 여러 건반 음악에서 즐겨 사용하던 형태이다.


프렐류드에 이어서 독일의 느린 춤곡 알르망드, 그와 대조를 이루는 프랑스 춤곡 쿠랑트, 느리고 장중한 스페인 춤곡 사라방드가 이어진다. 마지막 지그를 앞두고 등장하는 미뉴에트는 분위기 전환의 역할을 하는 짧은 간주곡의 성격을 띤다. 장조와 단조, 서로 다른 조성을 지닌 두 개의 미뉴에트가 있으며 제1미뉴에트와 제2미뉴에트가 연주된 후에 제1미뉴에트가 다시 한 번 반복되어서 ABA 형식을 만든다. 제1미뉴에트는 원조인 G장조로, 제2미뉴에트는 같은 으뜸음조인 g단조이며, 분위기에 있어서도 대조를 이룬다. 미뉴에트가 지난 후에는 8분의 6박자의 빠른 2박자로 전개되는 경쾌한 템포의 지그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첼로 모음곡 2번〉 d단조, BWV1008는 프렐류드(Prelude), 알르망드(Allemande), 쿠랑트(Courante), 사라방드(Sarabande), 미뉴에트(Menuet), 지그(Gigue)로 구성되어 있다.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는 이 곡을 ‘슬프고 강렬하다’라고 묘사했다. d단조로 쓰인 2번은 쾌활하고 활기찬 1번과 대조적으로 명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세 번째 악곡인 쿠랑트는 이탈리아 풍이다. 1번과 마찬가지로 사라방드와 지그 사이에 미뉴에트가 삽입되었고, 원조인 d단조의 제1미뉴에트가 등장한 후에 D장조의 제2미뉴에트가 이어진다. 마지막 곡인 지그는 8마디 단위로 악구가 나누어지는 프랑스 양식으로 작곡됐다.


〈첼로 모음곡 3번〉 C장조, BWV1009는 프렐류드(Prelude), 알르망드(Allemande), 쿠랑트(Courante), 사라방드(Sarabande), 부레(Bouree), 지그(Gigue)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첼로 모음곡 중에서 1번과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음악이다. 개방현을 중심으로 한 C장조로 되어 있어 연주가 가장 수월하며, 전체적인 음형이나 분위기 면에서 〈첼로 모음곡 1번〉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 많다. 프렐류드는 16분음표의 스케일이 계단을 오르내리듯이 이어지다 중간에 4분음표로 G음이 반복되면서 분위기를 전환한다. 마디의 두 번째 박에 강세가 붙는 사라방드의 전형적인 리듬형이 잘 살아 있고, 3번과 4번에는 프랑스의 우아한 춤곡인 부레가 삽입된다. 부레는 기본적으로 빠른 템포의 춤곡이지만 가보트보다는 훨씬 부드럽다. 미뉴에트와 마찬가지로 C장조의 제1부레와 제2부레가 등장한다.


〈첼로 모음곡 4번〉 E♭장조, BWV1010는 프렐류드(Prelude), 알라망드(Allemande), 쿠랑트(Courante), 사라방드(Sarabande), 부레(Bouree), 지그(Gigue)로 구성되어 있다. 여섯 곡의 모음곡 중에서 기교적으로 가장 난해하다고 꼽히는 곡이다. 첫 곡 프렐류드는 아르페지오로 이루어진 전반부와 스케일 중심의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이 곡의 사라방드는 두 번째 박에 강세가 붙는 사라방드의 전형적인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작곡가가 강세를 흐리는 프레이즈를 의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강세의 위치보다는 전체적인 선율의 흐름과 계류와 해결로 이어지는 화음에 더 치중했다. 마지막 곡 지그에서는 단조로운 리듬 형태가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바흐와 동시대의 음악학자이자 작곡가인 마테존은 이 곡에 대해서 ‘최고로 빠르지 않으면 안 된다. 시냇물의 급류와 비슷하다’라고 기술했다.


〈첼로 모음곡 5번〉 c단조 BWV1011는 프렐류드(Prelude), 알르망드(Allemande), 쿠랑트(Courante), 사라방드(Sarabande), 가보트(Gavotte), 지그(Gigue)로 구성되어 있다.〈첼로 모음곡 5번〉에는 개방현의 음높이를 표준과 다르게 만드는 변칙조현법, 일명 스코르다투라(Scordatura)가 사용되었다. 가장 높은 A선을 한 음 내려 G음으로 조율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C단조라는 이 곡의 기본 조성을 효율적으로 연주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일반적인 조율 체계로 연주하는 경우가 더 많다. 5번 모음곡은 악곡의 전개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프랑스적인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프랑스 풍 서곡 양식에 기초한 1곡 프렐류드는 프랑스 풍 서곡 양식을 도입했다. 장중하고 느린 도입부에 이어 빠른 패시지가 등장해 대조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첼로 모음곡 6번〉 D장조 BWV 1012는 프렐류드(Prelude), 알르망드(Allemande), 쿠랑트(Courante), 사라방드(Sarabande), 가보트(Gavotte), 지그(Gigue)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곡은 연주된 악기에 대해서 가장 많은 논쟁이 야기되고 있는 작품이다. 일반 첼로로 연주하기에 다소 높은 음역으로 작곡된 이 곡은 5줄을 지닌 소형 첼로를 위해 썼을 것이라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보통 첼로에 E현이 더해진 소형 첼로는 ‘비올라 폼포사(viola pomposa)’라 불렸고, 이 악기가 바흐 시대 독일에서는 비올론첼로 피콜로라는 형태로 변형되었다. 비올라 폼포사는 팔에 걸고 연주하는 한편, 비올론첼로 피콜로(Violoncello piccolo)는 오늘날 첼로와 마찬가지로 다리 사이에 끼고 연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이다.


20세기 원전 연주의 붐을 일으킨 제1세대 첼리스트인 안너 빌스마는 실제로 이 곡을 비올론첼로 피콜로로 연주하기도 했다. 2000년 이후, 벨기에의 원전 연주자 지기스발트 쿠이켄은 바흐의 첼로 모음곡이 원래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Violoncello da spalla)로 연주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며, 전곡을 이 악기로 녹음했다.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는 비올라 폼포사와 마찬가지로 팔에 걸고 연주한다고 해서 일명 어깨 첼로라 불리며, 비올라 폼포사가 개량된 형태로 여겨진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후 오랫동안 잊혀 있었다. 작곡가의 자필악보가 소실되면서 존재 자체도 희미했던 이 곡은 20세기 초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 부활했다. 열세 살의 소년 카잘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헌 책방에서 이 곡의 사본을 발견하고 연구한 끝에 12년 뒤 처음으로 공개 무대에서 이 곡을 선보였다. 이후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48세가 되었을 때는 음반을 통해 전곡을 녹음하기도 했다. 오늘날 이 녹음은 바흐 해석의 표준으로 불리고 있다.


카잘스의 연주 외에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수많은 첼리스트들의 녹음이 나와 있다. 육십이 넘어서야 첼로 모음곡 전곡 녹음에 도전한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음반(EMI), 비올론첼로 피콜로 등 시대 악기를 복원해서 원전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준 안너 빌스마는 1970년대와 19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전곡을 녹음했다(SONY). 그 밖에 어깨 첼로로 연주한 지기스발트 쿠이켄의 음반과 비올라 다 감바로 연주한 파올로 판돌포의 음반 등도 나와 있다.(클래식 백과)


2017.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