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 Ballad NO.1~NO.4(발라드 1번~4번)

林 山 2017. 9. 29. 10:06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  Ballad NO.1(발라드 1번)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  Ballad NO.1(발라드 1번)


<발라드 1번(Ballade No.1 in g minor Op.23)>은 프레데릭 프랑수아 쇼팽(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1849)이 1831~1835년에 완성해서 슈톡하우젠 남작에게 헌정한 피아노 독주곡이다. 쇼팽의 피아노곡인 4개의 발라드 중 첫 번째 곡이다. 서정적인 주제와 격정적인 코다가 계속 반복되어 긴장감을 자아내는 드라마틱한 곡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피아니스트〉에 삽입되어 특히 유명하다.


쇼팽의 〈발라드 1번〉은 치열하고 격정적인 전쟁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분위기는 이 곡의 토대가 된 미츠키에비치의 서사시 《콘라드 와렌로드(Konrad Wallenrod)》 덕분이다. 《콘라드 와렌로드》는 1828년에 쓰여진 시로, 리투아니아 무인과 독일 기사단과의 항쟁을 배경으로 하였다. 폴란드의 국민 시인이자 독일의 괴테에 비유되는 미츠키에비치는 조국의 전쟁이나 쇠퇴를 낭만적으로 노래한 시를 주로 지었는데, 《콘라드 와렌로드》도 그중 하나이다. 와렌로드는 이 시에 등장하는 리투아니아 무인의 이름으로 이후 폴란드에서 애국과 전투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18·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주자인 슈만과 쇼팽은 우애 깊은 벗이었다. 슈만과 쇼팽은 많은 서신을 주고받았는데, 이 서신의 내용 중에는 서로의 음악에 대한 평도 포함되어 있었다. 슈만은 한 서신에서 “쇼팽이 나에게 새로운 발라드 한 곡을 보내 주었는데, 이 곡은 그의 천재성을 너무나 잘 드러낸 곡이다”라고 하며 극찬을 하였다.


〈발라드 1번〉은 무겁고 장중하게 시작한다. 점이 점차 2차원, 3차원의 선과 면으로 펼쳐지듯이 한 음이 아르페지오로 펼쳐지고 음역대가 점점 확대되면서 g단조에 어울리지 않는 생경한 화음에 부딪히고 서주부터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서주에 이어 고요하고 서정적인 주제가 등장하고 이 주제가 작품에서 계속 반복되며 일관성을 부여한다. 주제가 반복될 때 소프라노-테너-베이스 순으로 돌림노래를 받듯이 성부를 바꿔가며 주제가 등장하여 재미를 자아낸다. 격동적으로 몰아치는 후반부의 코다는 콘라드 와렌로드의 장엄한 전장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  Ballad NO.2(발라드 2번)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  Ballad NO.2(발라드 2번)


<발라드 2번(Ballade No.2 in F Major Op.38)>은 쇼팽이 1836~1839년에 작곡해서 로베르트 슈만에게 헌정한 피아노 독주곡이다. 쇼팽의 피아노곡인 4개의 발라드 중 두 번째 곡이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장조 곡으로 작품 전반에 반복되어 등장하는 목가적인 주제 리듬이 돋보이는 곡이다. 쇼팽이 그의 연인 상드와 함께 마요르카 섬에 머물 때 작곡한 곡으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쇼팽과 슈만은 1810년에 태어난 동갑내기 작곡가이며 당대 최고의 음악가이자 둘도 없는 친구였다. 슈만은 《음악신보(Neue Zeitschrift fur Musik)》라는 평론 및 신예 음악가를 소개하는 잡지를 발간하고 있었는데, 이 잡지를 통해 쇼팽이 음악계에 소개되고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슈만과 쇼팽은 작곡한 곡에 대한 평을 종종 나누었고 서로에게 작품을 헌정하기도 하였다. 슈만은 피아노 작품인 〈크라이슬레리아나〉 Op.16을 쇼팽에게 헌정하였는데,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쇼팽은 〈발라드 2번〉을 슈만에게 헌정하였다. 슈만은 이 곡에 대해 〈발라드 1번〉만큼의 명곡은 아니지만, 훌륭한 곡이라고 평했다 한다.


〈발라드 2번〉은 쇼팽이 조르주 상드와 마요르카 섬에 머물 때 만든 작품이며,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나눈 쇼팽과 상드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지는 곡이다. 사랑의 분위기는 이 시의 영감이 된 폴란드 시인 미츠키에비치의 시 ‘빌리호’와도 관련이 있다. 빌리호는 폴란드의 어느 호수 이름인데, 폴란드가 러시아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의 젊은 여인들이 기도를 하자 호숫가에 독을 품은 꽃들이 피어났다는 신비스러운 내용이다. 호수를 배경으로 젊은 여인들과 꽃이 자아내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마요르카 섬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발라드 2번〉은 6/8박자 곡이며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한다. 서주의 서정적인 부분에서 반복적으로 부점형의 시실리아노 리듬이 등장하는데, 부점 리듬이 미묘하게 일렁거리는 물살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서정적인 부분에 이어 ‘프레스토 콘 푸코(Presto con fuco)’의 격정적인 부분이 등장하는데, 서정적 부분과 격정적인 부분이 계속 대비되어 등장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 작품이 〈발라드 1번〉에 비해 인상적이지 않다는 평을 받는 이유는 이 단순한 구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팽 특유의 유려한 선율과 풍부한 화성을 통해 웅장하게 마무리하여 한 작품으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는 충분하다.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  Ballad NO.3(발라드 3번)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  Ballad NO.3(발라드 3번)


<발라드 3번(Ballade No.3 in A♭ Major Op.47)>은 쇼팽이 1840~1841년에 완성해서 폴린 드 누아유에게 헌정한 피아노 독주곡이다. 쇼팽의 피아노곡인 4개의 발라드 중 세 번째 곡으로, 가장 경쾌하고 명랑한 곡이다. 폴란드 시인 미츠키에비치의 시 ‘물의 요정’에서 영감을 받았다. 뚜렷한 구조나 형식을 가지기보다는, 다양한 음악적 표현과 악상이 산발되어 등장하는 자유로운 형식의 곡이다.


‘발라드’는 원래 프랑스 춤곡을 의미하였다. 춤곡을 반주하던 기악곡을 14세기부터 작곡가들이 독립된 기악곡으로 작곡하면서 하나의 기악형식으로 발전하였다. 이 발라드를 독창적으로 재탄생시킨 작곡가가 바로 쇼팽이다. 기존 춤곡에 바탕을 둔 발라드는 반복적인 리듬과 단순한 구조를 가진 기악곡이었지만, 쇼팽은 유려한 선율과 풍부한 화성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고 격정적인 피아노곡인, 발라드를 만들어냈다. 쇼팽의 〈발라드 3번〉은 이러한 발라드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질문과 응답 형식을 시작으로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때로는 청명한 종소리처럼, 때로는 행진하는 군대 행렬처럼 음악적 아이디어를 발산한다. 슈만은 이 작품에 대해 “이 〈발라드〉는 형식과 특징에 있어서 그의 초기 작품들과 확실히 다르며, 독창성이 가장 풍부한 작품이다. 이 곡을 통해 우리는 프랑스의 귀족적인 환경에 순응한, 세련되고 지적인 폴란드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평했다.


〈발라드 3번〉은 미츠키에비치의 시 ‘물의 요정’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젊은 여인은 남자들의 마음을 믿지 못하여 물의 요정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이 여인이 남자를 유혹하여 알 수 없는 환상을 쫓다가 파멸에 이르게 만든다는 것이 이 시의 줄거리이다. 〈발라드 3번〉은 주요 선율에서 순차적으로 상승하거나 또는 하강하는 등의 순차진행이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순차진행이 계속 전진하고 나아가는 긴장감을 부여한다. ‘물의 요정’에 등장하는 환상을 쫓아가는 남자의 모습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진행이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  Ballad NO.4(발라드 4번)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  Ballad NO.4(발라드 4번)


<발라드 4번(Ballade No.4 in f minor Op.47)>은 쇼팽이 1842년에 작곡해서 드 로스차일드 남작 부인에게 헌정한 피아노 독주곡이다. 쇼팽의 피아노곡인 4개의 발라드 중 마지막 곡으로, 발라드 시리즈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이다. 서정적이고 내면적인 진행이 주를 이루어 심연의 빛을 찾아가는 듯한 깊고 탐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뚜렷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구성이 더해져 독창적인 매력을 가진다.


쇼팽은 1842년 여름 프랑스 중부 노앙에 잠시 머무르는데, 그때 〈발라드 4번〉을 작곡하였다. 쇼팽의 연인인 조르주 상드가 좋아하던 곳인 노앙에서 머무른 이 시기에, 〈발라드 4번〉뿐 아니라 〈마주르카〉 Op.50, 〈폴로네이즈〉 Op.53 등 그의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대다수의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이 시기를 전환점으로 노앙에서 프랑스 파리로 돌아온 쇼팽은 건강이 악화되고 가난과 궁핍에 시달리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낸다. 이후 조르주 상드와도 가족 문제로 갈등을 겪다 1845년 결국 이별하게 된다. 쇼팽의 힘든 말년 직전 황금기에 작곡된 덕분에 〈발라드 4번〉은 왈츠풍의 서주, 대위법적 발전부, 뱃노래풍의 휴지부와 격정적인 코다에 이르기까지 쇼팽이 갈고 닦은 음악적 상상력을 여실히 표현하고 있다.


쇼팽의 발라드 4곡은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발라드 1번〉과 〈발라드 2번〉이 서정적인 주제와 격정적인 코다가 계속 반복되는 다소 단순한 구조를 가졌다면, 〈발라드 3번〉에서는 자유롭게 음악적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형태를 보였다. 쇼팽의 〈발라드 4번〉은 음악적으로 최고의 완성도를 보인다. 서주의 왈츠 리듬은 격정적인 코다나 잔잔한 뱃노래풍의 휴지부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곡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곡의 스케일이 확장될 때에는 주제 선율이 대위법적으로 진행하고 여러 번 조를 이동하여 다양한 화성을 사용한다. 마지막 코다에서는 대위법적인 진행이 동시에 풍부한 화성감을 자아내면서 클라이맥스로 나아가며 발라드 시리즈의 막을 내린다.(클래식 백과)


2017.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