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사랑

[최용탁] 망령? 아니, 아니야!

林 山 2017. 10. 12. 11:14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 복원을 반대한다!


갑자기, 하나의 망령이 충주에 떠돌고 있다. 모두가, 오래 전에 죽어 영영 사라졌다고 믿었던 헛것이 돌연, 백주대낮에 나타났다. 그것도 충주 한복판, 성내동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망령은 오랫동안 숨어있었다. 누군가 저를 호명해줄 때까지, 누군가 저를 불러내 검은 망토를 벗겨내 줄 때까지, 누군가 햇빛 아래 떳떳하게 망령의 이름을 찾아줄 때까지!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왔다. 귀를 덮는 군모에 각반을 차고 긴 칼을 옆에 낀 그 망령은 예나 지금이나 ‘칙쇼 조센징(チクショ朝鮮人)’이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요즘 말로 번역하자면 ‘너희는 개돼지’쯤 되겠다.


물론 망령은 스스로 말하지 않고 조용히 충주 성내동 일대를 떠돌 뿐이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그 다 쓰러져가는 폐허를 벗어나 거리를 활보하게 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으흠, 그렇단 말이지? 아무도 모르고 음습하던 가구점 골목 나의 유택을 새로 지어준다는 말이지? 좋아! 근대역사박물관이면 어떻고 미술관이면 어때? 내 영이 깃들고 덴노 헤이카((天皇陛下, 천황 폐하)의 영광을 증명하는 곳인데!!’


망령은 느긋하게 떠돈다. 즐겁고 기쁘다. 조선을 먹을 때 그깟 쓰러져가는 왕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선팔도 곳곳이 빨대 꽂아 배 불릴 신천지였다. 충주도 그랬다.


아, 그 때 참 좋았지! 단월벌도 좋았고 가금, 노은도 좋았어. 옻갖골도 그렇고 남한강이 범람하여 기름진 쌀이 나오던 살미 쪽도 기막혔지. 추억은 아롱아롱, 망령의 기억은 달콤하다.


망령은 이제 더 바랄 게 없다. 충주를 대표하는 시장이나 충주의 유수한 학자들, 목소리 청아한 시민단체들도 모두 나서서 망령이 깃들 자리를 근사하게 다시 꾸미자고 한다. 잊혀지고 어둡던 과거에서 풀려나 이제 영원히 제대로 된 혼의 집을 충주 한복판 성내동에 마련하게 되었다.


아아, 좋다!! 내가 살았던 그 35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70년도 더 지나 부활하는 나의 생명력,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외치노니, 덴노 헤이카 반자이(天皇陛下萬歲, 천황 폐하 만세)!!!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 복원을 반대한다!


2017년 10월 12일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복원반대 충주시민행동(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