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바그너(Wagner)- Der Ring des Nibelungen(니벨룽겐의 반지) Siegfried(지크프리트)

林 山 2017. 10. 18. 09:21

<지크프리트(Siegfried)>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가 1856~1871년에 완성한 3막 9장의 음악극이다. 초연은 1876년 바이로이트 페스트슈필하우스(Festspiel- haus, 축제극장)에서 한스 리흐테르 지휘로 이뤄졌다. 대본(리브레토)도 바그너가 썼다. 


등장인물은 지크프리트(테너), 미메(니벨룽 족, 테너), 알베리히(니벨룽 족, 바리톤), 방랑자(보탄, 베이스-바리톤), 파프너(거인 족, 베이스), 산새(소프라노), 에르다(대지의 여신, 콘트랄토), 브륀힐데(발퀴리, 소프라노) 등이다. 배경은 숲속의 동굴(1막), 깊은 숲속(2막), 바위산 위의 벌판(3막)이다. 



Der Ring des Nibelungen(니벨룽겐의 반지) - Siegfried(지크프리트)


편성은 피콜로 2, 플루트 3, 오보에 4, 잉글리시호른 1, 클라리넷 3, 베이스클라리넷 1, 바순 8, 콘트라바순 1, 호른 8, 트럼펫 3, 트롬본 4, 튜바 5, 팀파니 1, 베이스드럼 1, 스네어드럼 1, 심벌즈 1, 탐탐 1, 트라이앵글 1, 글로켄슈필 1, 하프 6, 현5부로 되어 있다. 


〈지크프리트〉는 그의 연작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중 3부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바이로이트 축제 전야제로부터 세 번째 날에 연주된다. 바그너는 〈니벨룽겐의 반지〉에 대해 착안하면서 원래 지크프리트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려 했기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작품에 대해 구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56년에 시작된 〈지크프리트〉의 작업은 1871년이 되어서야 완성을 보게 된다. 이처럼 긴 공백 기간 동안 바그너가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그의 철학과 음악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변화들이 〈지크프리트〉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Der Ring des Nibelungen(니벨룽겐의 반지) - Siegfried(지크프리트)


1856년에 〈지크프리트〉의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한 바그너는 몇 달 지나지 않아 의욕을 상실한다. 당시의 바그너는 모든 면에 있어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이미 6년이 넘게 스위스에서 정치적 망명생활을 이어오고 있던 바그너는, 이 무렵 독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청원이 기각되면서 좌절에 맞닥뜨리게 된다. 경제적인 상황 역시 최악의 상태로서, 엄청난 채무를 갚을 희망이 보이지 않았고, 영국에서의 음악활동도 언론의 비방과 혹평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건강 상태도 악화되고 있었고, 스위스에서 자신의 망명생활을 도와주던 오토 베젠동크의 아내 마틸데와 사랑에 빠지면서 결혼생활 역시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이처럼 좌절과 무기력에 시달리던 바그너는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접하게 되고, 그의 사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의지와 욕구와 갈망이 그 자체로 인간의 존재라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인간적 본능과 감정이 권력과 제도에 억압되는 현실에 분개했던 바그너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음악 역시 그러한 형이상학적 의지가 체현된 것이라는 쇼펜하우어의 견해는 바그너에게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희망을 붙잡은 바그너는, 자신의 불행한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트리스탄 전설에 매료되었고, 쇼펜하우어의 계류음에 대한 언급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벗어난 바그너는 이후 다른 작품들에 매진하였고, 13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지크프리트〉의 작업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Der Ring des Nibelungen(니벨룽겐의 반지) - Siegfried(지크프리트)


〈지크프리트〉는 전작인 〈라인의 황금〉이나 〈발퀴레〉와는 전혀 다른 음향을 연출해 낸다. 예전의 두 음악극에서는 음악이 가사의 전달을 방해하지 않는다. 바그너의 음악극은 다른 오페라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부각시키기는 하지만, 이전의 두 작품에서는 가사의 전달을 위해 오케스트라가 선율을 유니즌하거나 작게 연주하는 등 청자가 가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러나 〈지크프리트〉에서는 가사의 전달을 위해 오케스트라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 육중한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때로 가사의 전달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그너는 가사보다는 오케스트라의 음향 자체로 연극적 의미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바그너는 음악극에 대한 이상을 논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그리스 비극의 합창과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크프리트〉에서 비로소 그러한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이제 반주의 역할을 벗어나 그 자체로 극의 일부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사건의 내적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이는 또한 새로운 라이트모티브 작법에 힘입은 것이었다. 전작들에서는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상징하는 새로운 모티브들이 제시되지만, 〈지크프리트〉에서는 앞서 제시된 라이트모티브들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여러 개의 모티브들이 서로 대위법적으로 결합되어 제시됨으로써 각각의 라이트모티브를 구분하고 식별하기 힘들다. 이러한 새로운 라이트모티브 작법은 중량감 있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연출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라이트모티브의 상징성이 선율 자체보다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으로 표현되는 효과를 낳았다.

〈지크프리트〉는 〈라인의 황금〉이나 〈발퀴레〉와는 달리 신들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지상의 세계에서 난쟁이 미메와 용으로 변한 파프너, 인간으로 변장한 보탄이 영웅 지크프리트의 모험에 관여한다. 이제 이야기는 인간을 중심으로 이끌어지게 된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지크프리트는 ‘두려움을 배우지 못한 자’이다. 두려움은 기존의 가치관에 의해 배우게 되는 것이며, 이를 배우지 못했다는 것은 기존의 가치관과 제도에 무지한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세상의 이치에 대해 무지하고 순수한 존재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이후 〈파르지팔〉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또한 이는 낡은 체계가 강제하는 의무와 제약들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바그너의 오랜 믿음이기도 했다. 그가 지크프리트를 통해 그리고자 했던 순수한 영웅의 모습은, 낡은 체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였으며 인간적 의지와 욕망에 충실한 쇼펜하우어적인 인간상이었다.

쌍둥이 오빠 지크문트의 아이를 가진 지클린데는 숲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가 난쟁이 미메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고 숨진다. 미메는 이 아이를 통해 용으로 변신한 거인 파프너를 퇴치하여 반지를 되찾기로 결심하고 지크프리트를 정성껏 기른다. 〈지크프리트〉의 이야기는 여기에서서부터 시작된다. 모두 3막 9장으로 구성된다.

줄거리와 주요 음악

1막. 숲 속의 집에서 지크프리트에게 줄 칼을 만들고 있는 미메에게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부모에 대해 끈질기게 캐묻고, 미메는 지클린데와의 만남에 대해 말해준다. 지크프리트가 증거를 요구하자 미메는 부서진 마법의 검 노퉁을 보여준다. 노퉁과 같은 검을 만들라는 지크프리트의 요구에 미메는 절망에 빠진다. 이 때 방랑자로 변장한 보탄이 찾아와 목숨을 걸고 서로 수수께끼를 내자고 제안한다. 미메의 질문을 모두 맞춘 보탄은, 미메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져, 지크프리트가 마법의 반지를 가진 파프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노퉁이 필요하다는 답을 받아 낸다. 보탄은 노퉁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자는 두려움을 모르는 영웅뿐이라고 알려주면서, 미메의 목숨을 그 영웅의 손에 넘겨주겠다고 말한 뒤 사라진다.

결국 지크프리트는 스스로 노퉁을 고쳐 만들겠다고 말하고, ‘대장장이의 노래’를 부르면서 칼을 만들어 간다.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지크프리트에게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진 미메는 한 가지 꾀를 짜낸다. 지크프리트에게 파프너를 죽이게 하여 반지를 빼앗은 뒤 독약을 먹여 잠든 틈에 노퉁으로 그를 찔러 죽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미메가 약초를 달이는 동안 지크프리트는 칼을 완성하고, 미메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2막. 거인족 파프너는 보탄에게서 받은 반지와 보물을 지키기 위해 용으로 변신해 동굴 속에 잠들어 있고, 난쟁이 알베리히는 호시탐탐 반지를 되찾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파프너의 동굴에 방랑자로 변신한 보탄이 찾아와, 알베리히에게 동생 미메가 용을 죽일 영웅을 데려오고 있으며 그가 바로 알베리히의 적이라고 알려준다. 또한 보탄은 파프너를 찾아가 잠을 깨우며 위험을 알리고 반지를 주면 지켜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프너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보탄은 퇴장한다.

알베리히 역시 파프너를 설득하는 것에 실패하여 동굴을 떠나고, 미메가 지크프리트와 함께 등장한다. 지크프리트는 ‘두려움을 배우러 왔다’고 말하면서 노퉁으로 파프너를 베어버리고, 파프너는 죽어가면서 미메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지크프리트는 파프너의 뜨거운 피가 손에 튀자 반사적으로 손을 입으로 가져가고 용의 피를 마시게 되면서 산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산새의 경고를 통해 자신을 해치고 보물을 빼앗으려는 미메의 의도를 알게 된 지크프리트는 미메를 찔러 죽인다. 지친 지크프리트가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쓸쓸함을 토로하며 아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하자, 산새는 바위 위에 잠들어 있는 브륀힐데에 대해 알려준다. 두려움을 모르는 용사만이 그녀를 구할 수 있다는 새의 충고를 따라 지크프리트는 브륀힐데를 찾아 길을 나선다.

3막. 보탄은 대지의 여신 에르다에게 신들의 미래에 대해 묻지만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한다. 보탄이 브륀힐데와 지크프리트를 결혼시키자고 제안하자, 에르다는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가 반지에 내려진 저주를 풀고 라인처녀들에게 되돌려줄 것이라고 예언한다.

장면이 바뀌어 보탄과 우연히 만나 싸우게 된 지크프리트는 보탄의 창을 부러뜨린다. 보탄은 손자 지크프리트를 보면서 신들의 파멸을 예감하면서 슬퍼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대신해 지크프리트가 세계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보탄과 헤어진 지크프리트는 마침내 불의 장벽을 뚫고 브륀힐데를 발견한다.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 지크프리트는 떨리는 마음으로 브륀힐데에게 키스하여 그녀를 깨운다. 지크프리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브륀힐데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사랑의 열정에 기뻐하는 이중창을 부른다. 신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인간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브륀힐데는 발할 성을 향해 곧 무너지리라고 외치면서 지크프리트와 포옹한다.



1막 전주곡(Act 1 Prelude)


대장장이의 노래, ‘노퉁! 노퉁! 선망의 신검!(Nothung! Nothung! Neidliches Schwert!)’



대장장이의 노래, ‘노퉁! 노퉁! 선망의 신검!(Nothung! Nothung! Neidliches Schwert!)’


대장장이의 노래, ‘노퉁! 노퉁! 선망의 신검!(Nothung! Nothung! Neidliches Schwert!)’. 1막에서 지크프리트가 부러진 신검 노퉁을 다시 만들면서 부르는 노래로, 지크프리트의 영웅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음악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5도와 8도로 도약하는 지크프리트의 선율이 지크프리트의 망치질 소리와 어우러진다. 이윽고 지크프리트가 7도로 순차하행하는 선율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서 오케스트라가 4도로 순차하행하는 선율을 되풀이한다.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어 음악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노퉁이 완성된다.



숲의 속삭임(Forest Murmurs, Du holdes Voglein! Dich hort' ich noch nie)


‘숲의 속삭임(Forest Murmurs, Du holdes Voglein! Dich hort' ich noch nie)’. 2막에서 숲속에서 지크프리트가 홀로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아내에 대한 동경을 토로하는 장면에서 제시되는 음악으로, 독립된 관현악곡으로 자주 연주된다. 플루트가 작은 새의 지저귐을 묘사하고 현악성부를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가 부드럽고 평온한 ‘숲의 속삭임의 모티브’를 연주한다. 지크프리트가 뿔피리를 만들어 새의 지저귐을 흉내내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윽고 금관독주가 ‘지크프리트의 모티브’와 ‘뿔피리의 모티브’를 연주하는데 점차 기교를 더해가는 중에 저음의 현악성부가 등장하면서 파프너와 대면하게 된다.


브륀힐데의 노래, ‘나는 영원한 자였으며(Ewig war ich···)



브륀힐데의 노래, ‘나는 영원한 자였으며(Ewig war ich···)


브륀힐데의 노래, ‘나는 영원한 자였으며(Ewig war ich···)’. 3막에서 잠에서 깨어난 브륀힐데가 지크프리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노래이다. 고요한 오케스트라의 진행 위에서 담담하게 시작된 선율은 점차 고음부로 진행하면서 감정이 고조된다. 처음의 유려한 선율이 격정적인 형태로 제시되고 금관이 가세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가 다시 고요하게 마무리된다.


사랑의 2중창, ‘당신은 나를 사랑해요: 오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Dich lieb' ich: o liebtest mich du!)



Lachend muß ich dich lieben


사랑의 2중창, ‘당신은 나를 사랑해요: 오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Dich lieb' ich: o liebtest mich du! - Lachend muss ich dich lieben)’. 3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가 사랑의 기쁨을 표현하는 노래로, 격정에 넘치는 지크프리트의 선율과 유려한 브륀힐데의 선율이 함께 어우러진다. 지크프리트의 선율은 주로 금관악기와 함께, 브륀힐데의 선율은 목관악기와 함께 제시된다.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브륀힐데는 ‘발퀴레의 기행’의 선율을 제시한다.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음향 역시 더욱 강렬해진다. 환희에 찬 선율로 노래가 마무리되면 오케스트라가 웅장하고 힘찬 진행으로 승리감에 가득한 음악을 연주하며 막을 내린다.(클래식 백과)


'현명한 대장장이에게 경배를!(Heil dir, weiser Schmied!)'(T)도 베스트 아리아다. 



현명한 대장장이에게 경배를!(Heil dir, weiser Schmied!)


2017.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