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ók) - Concerto for Orchestra(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林 山 2017. 12. 20. 09:38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Orchestra Sz.116 BB123)>은 헝가리의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ók, 1881~1945)가 1943년(1945년 개정)에 완성해서 세르게이 쿠세비츠키(Sergey Koussevitzky, 1874~1951)에게 헌정한 5악장의 기악곡이다. 초연은 1944년 12월 1일 뉴욕 카네기 홀에서 세르게이 쿠세비츠키의 지휘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뤄졌다.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ók) - Concerto for Orchestra(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The Orchestra of the University of Music FRANZ LISZT Weimar

Conductor: Prof. Nicolás Pasquet


편성은 플루트 3, 오보에 3, 클라리넷 3, 바순 3,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사이드 드럼, 베이스 드럼, 심벌즈, 트라이앵글, 탐탐, 하프 2, 현악 5부로 되어 있다.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ók) - Concerto for Orchestra(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The Shepherd School Symphony Orchestra. Larry Rachleff, conductor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은 바르토크가 미국으로 망명한 이후 작곡한 첫 작품으로, 초연 직후부터 큰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에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굳히는 발판이 되어준 작품이다. 고전적인 요소들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관습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성을 자유롭게 펼쳐내면서 바르토크 특유의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ók) - Concerto for Orchestra(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Berliner Philharmoniker. Conductor: Pierre Boulez


고통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천재성. 바르토크는 1940년, 나치의 광기 아래 신음하는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러나 바르토크의 이름은 몇몇 애호가들 외에는 미국 청중들에게 아직 생소했기 때문에, 그는 작품 활동 대신 강의로 생계를 이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앓고 있던 백혈병의 병세 역시 악화되어 그마저도 힘겨운 상황이었다. 그의 재능을 아끼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시게티와 지휘자 프리츠 라이너는, 그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으면서 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백방으로 모색했다. 그들의 주선으로 1943년, 보스턴 심포니의 상임지휘자 세르게이 쿠세비츠키가 바르토크에게 작품을 의뢰하게 되었다. 당시 바르토크의 건강은 최악의 상태였지만, 그는 그동안 묻어두었던 아이디어들을 모두 쏟아내려는 듯 겨우 7주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ók) - Concerto for Orchestra(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Budapest, Solti 


그리하여 이듬해 쿠세비츠키의 지휘로 초연된 이 작품은 미국 청중들을 열광케 했다. 그는 초연 직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가 되었고, 작품 의뢰가 쇄도했다. 힘겨운 투병생활 중에도 그는 작곡에 매진하며 충실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고통 끝에 얻은 이 행복은 너무나 짧았다. 그로부터 9개월 후 바르토크는 뉴욕의 한 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그가 사망한 이듬해인 1946년, 이 작품은 쿠세비츠키에게 헌정되었다.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ók) - Concerto for Orchestra(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Chicago Symphony Orchestra, George Solti conductor


협주곡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라는 제목은 모순적인 두 가지 체제를 함축하고 있다. 독주악기가 중심이 되고 관현악이 그를 뒷받침하는 협주곡이라는 형식 속에서 관현악이 주인공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바르토크는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들을 독주악기처럼 사용함으로써 각 악기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하면서도 교향곡과 같은 통일성을 구현해내고 있다. 


협주곡의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 이 작품은 현대 관현악곡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바르토크는 1악장과 5악장에서 소나타 알레그로 형식을 사용하는 등 고전적인 요소들을 사용하면서도, 오랜 기간 수집하고 연구해온 헝가리 민속음악의 어법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서유럽음악과 동유럽음악을 하나로 조화시키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조성에서 벗어나 비전통적인 선법과 인위적인 음계를 사용하여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낸다. 신비로운 도입부에서부터 격정적인 마지막 악장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다채로운 음색과 논리적이고 흥미로운 진행으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1악장 서주: 안단테 논 트로포 알레그로 비바체

Introduzione. Andante non troppo - Allegro vivace

Akademisches Orchester Freiburg. Leitung: Hannes Reich


1악장 서주: 안단테 논 트로포 알레그로 비바체(Introduzione. Andante non troppo - Allegro vivace). 바르토크가 “준엄함”이라는 해설을 덧붙이고 있는 1악장은 느리고 무거운 서주로 시작된다. 뒤이어 템포가 빨라지면서 오보에가 민요풍의 1주제를 제시한다. 5음음계, 4도 진행, 좁은 음역과 불규칙한 리듬 등 바르토크 특유의 기법들이 집약된 이 주제는 그의 원숙한 작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어지는 2주제 역시 오보에가 먼저 제시하는데, 차분한 주제 선율은 다채로운 푸가토로 전개된다. 후반부에서는 금관악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신랄하고 강렬한 음향을 만들어간다.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드론베이스는 민속음악의 느낌을 연출한다.


2악장 짝들의 놀이: 알레그레토 스케르찬도(Giuoco delle coppie. Allegretto scherzando)

Orkester Norden 2010, Rolf Gupta


2악장 짝들의 놀이: 알레그레토 스케르찬도(Giuoco delle coppie. Allegretto scherzando). “익살스러움”이라는 해설이 붙어 있는 악장답게, 유쾌하고 발랄한 스케르초 악장이다. 스네어 드럼의 독특한 리듬으로 음악이 시작되면 각 악기들이 짝을 이루어 등장한다. 모두 5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부분에서 짝을 이룬 개개의 악기들이 자신의 기량과 개성을 한껏 발휘한다. 먼저 바순의 한 쌍이 단6도 병행으로 선율을 연주하고, 단3도 병행의 오보에, 단7도 관계의 클라리넷, 5도 관계의 플루트가 차례로 등장하고, 약음기를 낀 트럼펫 한 쌍이 장3도의 선율을 함께 연주한다. 금관의 소박한 코랄선율로 이루어진 트리오 부분을 거쳐, 스네어 드럼이 오프닝의 독특한 리듬을 반복하며 악장을 마무리한다.


3악장 비가: 안단테 논 트로포(Elegia. Andante non troppo)

Seiji Ozawa. Boston Symphony Orchestra


3악장 비가: 안단테 논 트로포(Elegia. Andante non troppo). 바르토크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이 느린 악장에 “음울한 죽음의 노래”라는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바르토크 특유의 ‘밤음악’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 악장은 1악장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바탕으로 한 세 개의 주제선율로 이루어진다. 진지하고 우울한 분위기로 전개되는 음악은 민요풍의 선율을 통해 전체 악곡 중 가장 헝가리 음악의 느낌을 강하게 만들어낸다.


4악장 중단된 간주곡: 알레그레토(Intermezzo interrotto. Allegretto)

Seiji Ozawa. Boston Symphony Orchestra


4악장 중단된 간주곡: 알레그레토(Intermezzo interrotto. Allegretto). 다채롭게 변화하는 박자와 독특한 리듬 속에서 유려한 선율이 흐르는 악장으로, 중간 부분에 전혀 다른 음악을 삽입함으로써 원래의 진행을 중단시키는 유머러스한 구성을 보여준다. 홀수 패턴으로 이루어진 불가리아 리듬을 사용한 독특한 민요풍 선율이 전개되다가, 갑작스럽게 경직된 8/8박자 음악이 제시되면서 흐름을 끊어버린다. 이 부분의 선율은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 7번의 행진곡 주제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것이다. 중간에 베이스 트롬본과 테너 트롬본, 목관의 현란한 글리산도가 등장한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2주제가 재현되는데, 이 때 팀파니는 페달을 사용하여 12개의 반음계를 빠르게 연주한다. 다시 1주제를 반복하면서 조용하게 마무리된다.



5악장 피날레: 프레스토(Finale. Presto)

Seiji Ozawa. Boston Symphony Orchestra


5악장 피날레: 프레스토(Finale. Presto). “생명력 넘치는 활달한 주장”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피날레 악장은 금관이 무겁고 중후한 선율을 짧게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곧이어 현악성부가 무궁동의 패시지로 돌진하고, 다른 악기들도 이 격정적인 질주에 가세한다. 격렬한 질주에 이어 온음계적인 푸가 주제가 등장한다. 푸가가 전개됨에 따라 다양한 기법을 통해 음악은 점점 복잡해진다. 난해한 푸가에 이어 다시 무궁동의 패시지가 이어지면서 클라이맥스를 향해 돌진한다. 바르토크는 1945년 이 악장을 좀 더 길게 수정했는데, 원래의 악장은 바르토크 특유의 분위기를 강하게 보여준다면, 개정된 악장은 미국음악의 영향을 보여준다.(클래식 백과)


2017.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