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sque)>은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가 1890~1905년에 완성한 4곡의 피아노 모음곡이다. 1곡은 Prélude(프렐류드) : 모데라토 4/4박자, 2곡은 Menuet(미뉴에트) : 안단티노 3/4박자, 3곡은 달빛(Clair de lune) : 안단테 뜨레 에스프레시보 9/8박자, 4곡은 파스피에(Passepied) :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4/4박자다.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 Suite Bergamasque L.75(베르가마스크 모음곡)
pianista Bruno Canino(부르노 카니노)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 Suite Bergamasque L.75(베르가마스크 모음곡)
Kousuke Takahashi(髙橋孝輔), piano. 2011.09.06 The Phoenix Hall, Osaka‐JAPAN
1890에 작곡되었으나 출판은 1905년에야 이루어졌다. 드뷔시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베르가모 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 모음곡의 제목은 바로 이 도시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베르가모 지방의 인상을 바탕으로 작곡한 것이라고 한다.
1890년부터 약 10여 년간은 드뷔시 피아노곡의 과도기로 평가되는데, 특히 1890년부터 1894년까지는 피아노 소품이 많이 작곡되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이 작품으로, 드뷔시가 로마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쓴 작품이다. 유학 시절 로마 대상을 받았을 만큼, 작곡가로서의 드뷔시는 성장하는 중이었다.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 Suite Bergamasque L.75(베르가마스크 모음곡)
Škofja Loka(슈코퍄 로카, Slovenia)
이 곡은 이전의 작품들에 비하여 색채적 풍부함이 두드러진다. 네 개의 곡은 각각 독자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나, 간결함과 아름다운 멜로디, 드뷔시의 프랑스적 취향을 공통적인 특징으로 한다. 또한 다양한 7화음과 선법적 요소, 리듬상의 다양한 시도나 글리산도와 같은 표현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작품은 드뷔시가 20대 초반이었던 1890년에 작곡되었지만, 세상에 나온 것은 1905년이었다. 역시 1890년에 작곡된 마주르카 역시 1905년에 출판된 것으로 보아, 드뷔시는 자신의 작품을 계속해서 비판하고 수정해나갔던 듯하다. 특히나 피아노 연주 실력이 뛰어났고 피아노라는 악기에 조예가 깊었던 드뷔시는 다른 작품보다도 피아노곡을 내놓는 데 더욱 신중했을 것이다.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 Suite Bergamasque L.75(베르가마스크 모음곡)
Claudio Arrau(클라우디오 아라우), piano
작곡년도와 출판년도가 너무 멀어서 이 작품의 정확한 수정 과정을 알 수는 없지만, 네 곡 가운데 ‘파스피에’에는 원래 ‘파반느’라는 제목이, ‘달빛’에는 원래 ‘감성적인 프롬나드’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이 제목들은 프랑스 시인인 폴 베를레느의 시집 《우아한 향연》의 한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인상주의는 드뷔시의 한 면모일 뿐이지만 드뷔시를 가장 대표하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드뷔시의 음악에 인상주의가 확립되기 전으로, 아직 후기 낭만주의의 서정성이 남아있으며 바로크적 요소도 읽을 수 있다.
1곡 Prélude(프렐류드)
Konstanca Dyulgerova, piano
1곡 Prélude(프렐류드)
Jean-Yves Thibaudet
2곡 Menuet(미뉴에트)
Carmen Santos Requena, piano
2곡 Menuet(미뉴에트)
Jean-Yves Thibaudet
총 네 곡으로 구성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각각의 프렐류드(Prélude), 미뉴에트(Menuet), 달빛(Clair de lune), 파스피에(Passepied)의 표제는 드뷔시가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참고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1곡 ‘프렐류드’는 바로크 시대 즉흥곡 양식중 하나이며, 또한 제2곡과 4곡 ‘미뉴에트’와 ‘파스피에’ 역시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춤곡이다. 또한 제목에서 뿐 아니라 모음곡 전체에서 풍기는 가벼운 건반 놀림의 느낌은 바로크 시대의 건반악기, 즉 울림이 적고 발현악기 소리에 가까운 쳄발로 등의 뉘앙스를 연상시킨다. 드뷔시는 여기에 당시 프랑스의 감각을 바로크 시대의 음악적 요소로 새롭게 해석하였다.
3곡 달빛(Clair de lune)
Simone Dinnerstein(시몬 디너스틴), piano
3곡 달빛(Clair de lune)
3곡 달빛(Clair de lune)
Zoltán Kocsis(졸탄 코치슈) 피아노
제3곡, ‘달빛’(Clair de lune). 이 모음곡에서 뿐만 아니라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느리고 표현적으로’라는 지시어가 붙어있으며 9/8박자이다. 곡을 시작하는 3도 병행의 모티브가 정적인 달빛을 암시하며 이어지는 아르페지오는 달빛의 찬연한 색채를 그려낸다. 피아니시모로 반복되는 화음은 밤의 고요함과 달빛의 여운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는 베를레느의 시 중 첫 행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이 시 역시 베르가모 지방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라고 한다.
아직까지는 기능화성의 틀 안에 머물러있으며 낭만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가지고 있어, ‘진짜 드뷔시’의 소리가 담겨 있지는 않다는 평을 받고는 있지만, 미국 네티즌이 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1위에 선정되기도 하였을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관현악 등 여러 가지 악기와 편성으로 연주되고 있다. 곡의 분위기와 표제 때문에 하프로 연주한 버전이 특히 유명하다.
4곡 파스피에(Passepied)
Joanna Schubert, 피아노
4곡 파스피에(Passepied)
Jean-Yves Thibaudet
제4곡 ‘파스피에’는 원래 6/8박자의 마치 빠른 미뉴에트와 같은 춤곡이지만, 이 모음곡에서는 2박자 계열을 사용하고 있다(원래의 제목이 이탈리아 궁정 춤곡 ‘파반느’(pavane)였음에 더욱 힘을 싣는 부분이다). 이렇게 바로크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 차용하였다는 연유로 스트라빈스키의 신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되기도 한다.(클래식 백과)
2017.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