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6일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Australian Open) 준결승전에서 세계 58위 한국의 정현(21)이 부상으로 결국 세계 2위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36)에게 기권패했다. 정현은 경기를 치를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그를 보러 온 수많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1세트만이라도 뛰어준 듯한 느낌이 든다. 너덜너덜해진 발바닥을 보니 도저히 라켓을 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운동 선수는 다치지 않는 것도 실력이 아닌가 한다. 4강에 올라간 것만 해도 정현 잘 했다.
페더러는 역시 정현보다 한 수 위였다. 내가 볼 때 페더러가 티내지 않고 정현에게 한 게임 져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현이 부상당한 것을 알고 위로 겸 무안하지 않도록 말이다. 페더러는 품성도 세계 챔피언감이다. 그는 1998년 프로로 전향한 뒤 단 한 차례의 스캔들에도 휘말린 적이 없다. 2003년엔 자기 이름으로 된 재단을 설립해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로저 페더러는 참 운이 좋은 선수였다. 정현의 기권으로 별다른 체력 소모 없이 준결승전을 통과했으니 말이다. 이 경기를 보고 필자는 페더러의 우승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1월 27일 열린 끝난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는 세계 2위 덴마크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Caroline Wozniacki, 27)가 세계 1위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렙(Simona Halep, 26)을 2-1(7-6, 3-6, 6-4)로 꺾고 개인 첫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과거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어 '무관의 여왕'이라 불렸던 보즈니아키는 3번의 도전만에 메이저 대회 챔피언을 차지했다.
보즈니아키는 대회 우승 상금 400만 호주 달러(약 34억5천만원)를 거머쥐면서 운동선수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보즈니아키는 호주 오픈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섰다.
시모나 할렙의 괴성은 오늘 경기에서도 여전했다. 그녀의 경기 중 내지르는 괴성은 마리아 사라포바만큼이나 유명하다. 하지만 그녀는 포효만큼이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 했다.
보즈니아키 경기를 볼 때마다 뭔가 2% 부족한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6개의 더블 폴트를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우승 소감을 말하는데도 감격에 겨운지 눈물을 머금고 울먹였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웃음을 되찾고 우승컵에 입을 맞줬다. 얼마나 기쁠까! 그녀는 시모나 할렙에게는 '이겨서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보즈니아키의 호주 오픈 우승을 축하한다.
2018 호주 오픈에서 우승한 로저 페더러
1월 28일 135번 STAR SPORTS 채널에서 생중계된 로저 페더러와 세계 6위 크로아티아의 마린 칠리치(Marin Cilic, 26)의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는 풀 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마침내 페더러가 3: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페더러는 우승 삼금 34억 원을 거머쥐었다. 페더러의 우승을 점쳤던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경기 내내 페더러 부인의 노심초사 애타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페더러를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사실 페더러를 응원했다.
페더러 우승을 축하한다. 그는 명실공히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페더러는 이번의 우승으로 테니스 역사상 그랜드 슬램 최다우승이라는 자신의 신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노장 페더러는 금세기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가 아닌가 한다. 준우승한 칠리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2018.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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